제4물결 페미니즘

프루던스 체임벌린 · Social Science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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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도한 흐름은 어느 때부턴가 ‘제4물결 페미니즘’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확산되어 순식간에 연결-행동으로 이어지는 동시대 페미니즘의 의미와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토대는 빈곤했다. 그러는 사이 페미니즘의 통로로 생각되던 온라인 공간은 페미니즘에 대한 거친 반격(backlash)의 장이 되기도 하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영문학자인 프루던스 체임벌린의 『페미니즘 제4물결: 정동적 시간성』은 바로 이 같은 복잡하고 혼재된 오늘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책이다. 페미니즘이 자기의 역사를 규정해온 ‘물결 서사’의 한계를 검토하고 새로운 인식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을 매개로 급등하는 행동주의의 동학을 분석하고, 나아가 페미니즘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검토되어야 할 지점들을 제시하는 일까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식의 실마리들을 제공해 준다. 확실성의 기표나 선형적 시간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성이 운동을 추동하는 오늘의 물결은 구체적인 맥락에 페미니즘이 응답함으로써 만들어지기 때문에, 페미니즘의 내적, 외적 맥락이 바뀌면 물결도 기세를 얻거나 잃을 수 있다. 제4물결이 단지 페미니즘의 나르시시즘으로 전락하지 않고 모순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동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식적 노력이 요청되는가. 독단과 분리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대화의 장을 열고, 인종과 트랜스 쟁점을 포함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의 교차성을 확보하며 변화의 파고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쩌면 페미니즘이 자신의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부터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고민과 모색, 대화의 시작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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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감사의 말 1장 / 서문 2장 / 물결 서사 3장 / 페미니즘 시간 기록이란 무엇인가? 4장 / 정동적 시간성들 5장 / 제4물결, 왜 지금인가? 6장 / 페미니즘이 지속될 미래들 결론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Description

페미니즘,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을 바꾸다 페미니즘이 역사를 말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역사는 단지 과거에 대한 기억일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와 관련을 맺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설명은 역사 그 자체를 형성하고 구조화한다. ‘물결’ 은유가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자신의 역사를 ‘물결 서사’로 기록하고 설명해 왔다.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웠던 제1물결, ‘여성성의 신화’를 깨고자 했던 제2물결, 페미니즘의 시간성을 퀴어링하고자 했던 제3물결, 그리고 오늘 세계의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행동주의의 파고를 이어가는 제4물결까지. 그러나 선형적 시간성에 기대거나 연대기적 서술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물결 서사는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확산되고 즉각적으로 행동주의로 이어지는 제4물결에 이르러 결정적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세대와 확고한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전 물결과의 차이와 단절을 강조하고, 페미니즘 명사들로 대표되던 그간의 서사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못했던 모순들이 동시적으로 문제시되고 일상의 차별과 폭력을 참지 못하게 된 여성들이 불시의 사건을 계기로 연결되고 익명의 대중운동으로 폭발하는 현실의 역동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성이 물결을 추동하며, 이미 지나간 것이라고 여겨진 과거의 물결들이 동시대의 물결과 더불어 급등하는 현실은 페미니즘이 역사를 설명하는 방식에 전면 전환을 요구한다. 프루던스 체임벌린의 책 『페미니즘 제4물결: 정동적 시간성』 은 이러한 동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자, 페미니즘의 시간성에 대한 인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저자는 ‘물결 서사’를 이제는 던져버려야 할 유물로 기각하지 않고, ‘정동적 시간성’이라는 접근법을 지렛대로 인식의 새로운 생산적 가능성을 탐문한다. 실상 물결 은유는 무심히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단절이나 분리와는 거리가 있으며, 확실성의 기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역류와 회오리를 포함한 잠재적 복잡성을 내포한다. 물결은 넓은 바다의 일부이며, 시간의 순서대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성들의 교차를 가로막지 않는다. 물결은 연결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결의 움직임이 만드는 동요와 파장은 그렇지 않았더라면 눈에 띄지 않았을 저류를 표면화하면서 수면에 의해 유지되는 고요함을 뚫고 나오는 운동이다. 가부장제에 뿌리를 둔 여성 혐오와 강간 문화가 낳은 불시의 사건에 촉발된 분노와 슬픔의 정동이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고 행동주의와 연결되면서 출렁이고 솟구치는 동시대 페미니즘의 현장은 선형적 진보 서사로는 더 이상 포착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 오늘날 행동주의의 급등을 이끄는 것은 페미니즘 이념이나 장기적 목표 같은 지표가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을 특정한 형태의 공적 느낌을 만들어 ‘끈적하게’ 연결하며 정치적 주체들로 한데 묶는 정동이며, 이 정동이 시간을 관통해 생성하는 이행이 독단이나 정확성을 즉시 요청하지 않고도 페미니즘 물결을 출현시킨다. 사적 감정과 공적 감정, 외밀성과 내밀성을 매개하고, 힘과 통로를 창출하는 정동은 고정성의 욕구에 저항하며 ‘되기(becoming)’의 과정을 지속한다. 그것은 행동의 급등(출렁임과 솟구침)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경계 공간(liminal space)’이며, 여기서 과거, 현재, 미래는 동시대 행동주의의 순간 속에서 서로 닿는다. ‘정동적 시간성’을 가로지르는 사건과 현장들 저자는 시간에 대한 선형적 이해로 페미니즘을 납작하게 만들면 정치의 다양성과 다중성이 삭제된다고 말한다. 정동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긍정하면서, ‘정동적 시간성’을 통해 동시대 페미니즘의 현장에서 다양한 유형과 성격의 정치를 위한 가능성을 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제4물결 페미니즘의 초기 몇 년이 다양한 느낌의 강도를 통해 어떤 실천들을 만들어 왔는지 접근을 시도한다. 비록 저자가 예시로 드는 다섯 가지의 행동주의 사례들은 영국에서의 제4물결 운동에 해당되지만,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페미니즘 제4물결의 특성은 세부적 차이를 감안한다면 그대로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 현장과도 겹치는 것들이다. 먼저, 첫 번째로 2011년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몇 달 안에 영국에서도 일어난 슬럿 워크(Slut Walk) 시위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같은 이름과 성격의 시위가 이어졌는데, 이는 매우 작고 국지적인 사건도 이제는 몇 주 만에 전 세계적인 시위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준다. 디지털 기술이 가능케 한 속도는 즉시성과 신속성, 응답성의 감각으로 이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시위들이 서로를 반영하게 한다. 1960년대 제2물결의 현장에서 나온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는 제4물결에서 반복되며 갱신된다. 공공장소에서 일어나지만 개인적인 체험에 위치했던 흔한 길거리 성희롱 경험은 이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정치화되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세상과 맺는 방법을 바꾸어 놓는다. ‘피해자 탓하기’라는 교활한 문화에서 내뱉어진 ‘슬럿’이란 단어를 차용하는 언어 전략은 피해자를 초래하는 특정한 형식이 있음을 지시하는 기표를 해체하면서 시위 현장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이끄는 효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설명은 여기서 그칠 수 없다. 제4물결과 관련하여, “왜, 이 순간에 행동주의가 급등하는가?”라는 질문이 제시된다. 슬럿 워크는 분노와 격분으로 태어났지만, 이 정동들에는 ‘진보’를 시간성의 척도로 여겨 오던 믿음에 대한 불신과 여성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온 신자유주의적 사회 변화와 조건이라는 외적 맥락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입법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강간 문화에 대한 분노와 불신, 여성을 위한 공공서비스가 사라지고 가정 폭력이 오히려 느는 사회 변화가 정동의 강도(에너지와 힘)를 급격히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일상 속의 성차별’이란 이름의 영국에서의 아카이빙 실천이 동시대 페미니즘 실천에서 어떤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검토한다. 트위터 계정과 웹사이트인 ‘일상 속의 성차별’은 ‘매일매일’ 발생하는 ‘사소한 사건들’로 인식되고 익숙해져 더 이상 그것을 성차별로 인식하지 않는 사례들이 모이고 보관되는 아카이빙 실험이다. 그것은 구체적인 운동이나 캠페인을 대표하는 부분들을 수집하여 역사적 시간의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쓰기가 불가능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의 현재적 순간의 기록이다. 거리에서의 가벼운 성희롱도 가부장제의 존속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페미니즘이 일정한 평등을 달성했기 때문에 노골적인 여성 혐오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포스트페미니즘적 경향 아래 여성 스스로 의도적인 ‘잊어버리기’로 공모함으로써 수치의 감정 아래 묻힌 경험들이 한곳에 모이기 시작하는 것은 행동주의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가. 경험의 위계를 만들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아카이빙 실천은 우선 광범위한 여성들의 경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사람들의 관점 변화를 가져온다. 여기서는 분량이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며, 이러한 집단 기억의 기록과 문서화는 페미니스트 행동주의의 급등에 확실히 기여하는 시도로서 그 순간에 만들어진다(‘일상 속의 성차별’에는 두 달도 안 되어서 1천 개가 넘는 트윗이 등록되었으며, 이 웹사이트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는 분명 즉시성, 응답성 및 온라인의 신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기세의 감각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공유와 연대의 감각을 만들면서 행동의 급등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제4물결의 순간은 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아카이브 실천을 혁신하며 새로운 방식의 트라우마적 경험의 분출과 결합되는 것이다. 한편 제4물결 운동의 또 하나의 사례인 ‘페이스북 강간 문화 고발 캠페인’은 의심의 여지없이 페미니즘과 소셜 미디어 운동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페미니즘이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와 맺는 복잡한 관계를 드러낸다. “[우리는] 혐오 발언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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