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가

오성윤 · Essay
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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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서문 1 옥상 담배와 낯선 아침과 이국 도시에서의 달리기에 부쳐 2 선지자들이 모두 떠나간 후에는 3 그 후 4 43일 5 2차와 3차 사이에 이라와디 강변에 다녀올 수 있다면 6 대추야자 숲의 눈 7 먼 곳에서 8 2019년 12월 4일 9 지난 공항 사진이 우리에게 묻는 것들 10 마지막 로드트립 11 서유西遊 12 달과 뉴욕 사이에서 13 도시와 여행자 사이의 일 14 한 점 15 <도라지 타령>과 <원더월> 16 카운트다운 17 델로니어스 몽크 플레이즈 온 솅헤이 18 현실보다 탁월한 19 바올리 아래서 20 (로딩 중) 21 아무것도 하질 않네 22 그 섬에서는 무엇이 보이나요 23 젊은 날의 우리가 여전히 카오산 로드에 남아 24 두바이라는 농담 25 아스타나라는 신탁 26 지난날의 홍콩 27 재회 28 걸어서 ( ) 속으로 29 Last Scene 30 뒤 31 외로운 바와 외로운 방 32 남쪽으로 간다 33 묘지의 러너 34 기다린 이들과 초대한 자들 35 러시아인 이야기 36 지구 끝의 구루와 안방의 신 37 다음에 또 만나요 38 언젠가는 모든 곳이 여행지가 될 것이다

Description

여행에 뒷모습이 있다면 오성윤은 그걸 포착하는 사람이다 〈론리 플래닛〉 〈에스콰이어〉 에디터 오성윤의 첫 에세이집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오성윤의 첫 책 《짧은 휴가》가 출간됐다. 여행에 매혹돼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에서 일을 시작했고, 익명의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며, 필름카메라로 여행 사진을 제법 그럴듯하게 찍으면서도 SNS에 뽐내기를 꺼려 하고, 바에서 여행수첩을 끄적이며, 그럴 때면 필시 말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나누는, 오성윤 작가는 우리가 처음 만나는 스타일리스트다. 낯선 도시에 가면 재즈클럽을 꼭 찾는, 공동묘지에서 달리기를 하는 나는 내가 삶 그 자체라 혼동하는 내 일상, 내 직업, 내 관계들에서 벗어나 보려 시시때때로 멀리 떠나곤 했으나, 모르는 동네에서 며칠 보낸다고 그런 게 가능할 리 만무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몇몇 순간에는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까지 어떤 전제에도 속하지 않은 채 세상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을 떠올릴 때면 마치 그 순간 내가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존재했던 듯한 느낌이 드니까. (27쪽) 그에게 여행은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곳에서 어떤 전제에도 속하지 않은 채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책 《짧은 휴가》는 여행 에세이라기보다 강렬하고 순전하게 감지되는 어떤 심상들에 가깝다. 그의 글 안에서 사진과 문장과 분위기는 구분 없이 끈끈하게 한 덩어리로 엉겨 있다. 그렇게 해서 오성윤 작가가 빚어낸 아스타나(도시명이 바뀌어 지금은 ‘누르술탄’이라 불린다) 여행은 우리는 무엇으로 여행지를 결정짓는가와 관련한 짓궂은 농담이 되고(256쪽), 상트페테르부르크 ‘과학자의 집’ 방문은 거짓말로 이뤄 낸 비밀스러운 호사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역설이 되며(154쪽), 밀라노 바의 어느 싱어송라이터 공연은 현실과 비현실이 명확히 경계지지 않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작용이 된다. 오성윤 작가는 여행지에서 공동묘지를 찾아 달리기를 한다. 그는 도쿄의 야나카레이엔, 교토의 오오타니 혼뵤, 밀라노의 시미테로 모누멘탈레, 카파도키아의 위르기프, 뉴델리의 인디언 크리스천 묘지, 괌의 피고 가톨릭 묘지를 달렸다. 공동묘지와 달리기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그의 글 안에서 꽤 설득력 있는 여행의 행위이자 어떤 심상을 향한 꾸준한 추구가 된다. 장례식과 결혼식.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신이 납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결혼식장보다 장례식장에 있을 때 더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때 소속감이란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감각이다. 지인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2인 공동체를 맺을 때, 그것을 축하해야 할 때, 어떤 사람들은 사회성과 당위의 힘을 필요로 한다. 어느 정도는 축하해야 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축하한다는 뜻이다. 그에 비하자면 상실과 부재에 유대하는 건 그저 인간으로서 자연스레 작동하는 기능과 같다. (342쪽) 일상과 직업, 관계들에서 벗어난 나와 일상의 나는 멀고도 다르다. 그 때문에 아는 사람도, 어떤 전제도 없는 시간들에 쓰여진 오성윤 작가의 글은 자주 소설 같다. 낯선 도시, 호텔, 재즈클럽, 칵테일바, 공동묘지가 배경인 소설을, 혼자 있음으로써 더 풍요로워진다는, 이해하고 싶은 아이러니를 지닌 한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는 듯하다. 《짧은 휴가》에 언급되는 지역에 가게 된다면 여러분은 여행지를 찾는 기분보다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될 것이다. 나도 혼자 여행하며 아름다운 것을 마주하는 순간에 으레 누군가를 떠올리곤 한다. ‘아무개가 이걸 봤으면 좋아했을 텐데’ 하고. 다만 그렇다고 지금 혼자인 순간을 불완전하게 여긴다거나 ‘다음번에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하자’고 생각하는 식으로 자라지 않았을 뿐이다. 그 순간을 먼 곳에서 누군가를 절절히 생각하고 마음속에서 편지를 쓸 수 있었던 시간으로, 혼자임이 아쉬워서 더 완벽한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되었지. (91쪽) 한편 《짧은 휴가》는 여행 에세이가 분명하다. 다만 《짧은 휴가》는 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바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놓인, 정말로 일어난다면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적막에 가까운 몰입의 시간과 적확하고 세심한 언어를 담보해야 하는, 그런 여행의 장면들로 이루어진 여행 에세이다. 앞으로도 오성윤 작가는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글은 책이 될 것이다. 《짧은 휴가》는 여러분이 그를 처음 만나는 책이자, 자신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자신의 한 순간을 다시 만나게 해 줄 책이다. 어떤 전제에도 속하지 않던, 한 순간의 여러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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