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상상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나의 인생이 되었다”
골치 아픈 생각도, 머물러 있는 슬픔도
이야기로 풀면 누구나 함께 웃고 울 수 있다
대학로의 이야기꾼 오세혁이 펼치는
아름답고 몽글몽글한 에세이
오세혁 극작가의 첫 에세이 『오세혁의 상상극장』이 걷는사람 에세이 2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아빠들의 소꿉놀이」가,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이 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세혁의 유머러스한 산문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연극이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과정부터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이들과 나눈 다정하고 애틋한 감정까지. 그의 궤적을 따라 평화롭고 때로는 치열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없이 아름답고 몽글몽글한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때때로 공연의 삶이 캄캄하거나 막막할 때마다, 환한 조명으로 극장이 밝아지고, 환한 눈으로 세상이 밝아졌던, 그 눈부시게 행복했던 순간이 커튼콜처럼 다가온다. 그럼 또 어느새 그 눈부신 기억을 등불 삼아, 다시 연습실을 향해 걷는다.
─「커튼콜, 배우와 관객의 마지막 인사」 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재미있는 책을 읽거나 새로운 영화를 본 후에 사람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던 오세혁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누군가의 재능을 발견하고 박수 치고 함께 어울리는 일”이 곧 ‘연극’을 통해 구현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대학에서 우연히 본 연극을 계기로 곧바로 연극의 매력에 빠져든 작가는 강의실에 있을 시간에 극장에 가고, 과제 할 시간에 대본을 쓰며 연극인의 꿈을 키운다. 전공과 다른 꿈을 꾼다는 사실에 고민과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후회와 걱정 대신 미래를 바라보려는 젊음의 결의로 친구들과 극단을 만든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주인공을 향해 열심히 빛을 비추며, 그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노래하고 춤을 추는 앙상블을 발견해낼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원인조차 알 길 없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증상을, 무슨 일을 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 것만 같은 시기를 겪어내고도 기꺼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이에게서 느껴지는 눈부신 믿음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아직 우리의 생은 계속되고 있으니까. 생의 마지막에 찾아올 진짜 얼굴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계속 달려갈 거야.
─「나의 데미안에게」 중에서
그런가 하면 가까운 이에게 마음을 할애하는 따뜻한 풍경이 책 곳곳에서 반짝인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만들어 준 간장밥, 수험생 시절 서로의 어색함을 견디며 아버지와 함께 먹은 설렁탕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의 소울 푸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선 몸에 맞지 않는 정장을 입은 채 어머니와 같이 울다가 웃고, 어머니의 결혼식에서는 미처 몰랐던 어머니의 어린 시절 얘기를 접하며 놀라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우리의 또 다른 초상화처럼 여겨져 먹먹해진다.
그의 에세이를 읽는 내내 벅찬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것은, 오세혁이 어린 시절 게임에서 만났던 상처 많은 친구의 안녕을 바라고, 한 달 동안 자전거를 공유했던 친구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가끔 후회하고, 배우 그리고 관객과 나누었던 교감을 기억할 줄 아는 사람인 까닭이다. 작가는 재치 있는 언어로 마음을 울리는 에피소드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선보인다.
배우 봉태규가 이야기하듯, 오세혁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때로는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목이 터져라 웃음이 나오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감동을 받는다. 오세혁은 통통 튀는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자신이 아껴 온 추억을 꺼내 보이며, 아름답기에 슬픈 모든 것들이 인생을 구성하는 근사함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