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더 잘해줘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
크리스마스에 진심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교분
오프닝 나이트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사소한 일이다
해설 | 퀴어의 수치심과 온전한 돌봄의 시간
김건형(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김병운 · Novel
296p

2014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래 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퀴어 문학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투쟁과 정다운 염려의 이야기를 써온 김병운. 그가 두번째 소설집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를 펴낸다. 2022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병운은 이어 2023년 이효석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작품세계에 더욱 깊고 다채로운 궤적을 더해왔음을 증명한 바 있다. 그 결과물들이 모인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는 이를테면 ‘보편’이라는 이름의 억압을 이겨내는 일곱 편의 응전들이다. 커밍아웃한 소설가와 그 어머니가 겪는 곤혹, 북토크가 취소되고 포스터가 훼손당하는 일,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고분고분 순응했지만 결국 연인을 떠나보내고 만 경험 등 여러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용기를 벼려낸다.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항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닳아버리지 않는 방법 또한 찾아나가는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의식조차 못한 채 소박하게 만족해온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진짜 사랑을”(「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 하게끔 우리의 등을 다정하게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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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에 진심인 김병운이 기다림에서 일어나 우리를 만나러 온단다.
나는 그 훌륭한 자긍의 퍼레이드를 맞으러 갈 생각이다. _이주혜(소설가)
상처투성이인 세상에서도 사랑하는 이와 눈을 맞추는 동안만큼은
숨이 트이던 경험을 해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_임선우(소설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사랑과 용기,
그 지극히 어렵고 간절한 것에 숨을 불어넣는 다정한 소설
2022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김병운 신작 소설집
2014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이래 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퀴어 문학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투쟁과 정다운 염려의 이야기를 써온 김병운. 그가 두번째 소설집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를 펴낸다. 2022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병운은 이어 2023년 이효석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 작품세계에 더욱 깊고 다채로운 궤적을 더해왔음을 증명한 바 있다. 그 결과물들이 모인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는 이를테면 ‘보편’이라는 이름의 억압을 이겨내는 일곱 편의 응전들이다. 커밍아웃한 소설가와 그 어머니가 겪는 곤혹, 북토크가 취소되고 포스터가 훼손당하는 일,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고분고분 순응했지만 결국 연인을 떠나보내고 만 경험 등 여러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용기를 벼려낸다.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항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닳아버리지 않는 방법 또한 찾아나가는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의식조차 못한 채 소박하게 만족해온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진짜 사랑을”(「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 하게끔 우리의 등을 다정하게 밀어준다.
“가져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진부한 욕망.
내가 이런 걸 원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거부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소중한 욕망.”
소설집을 여는 단편 「봄에는 더 잘해줘」는 초콜릿처럼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씁쓸하면서도 중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M이 사랑했던 ‘영묵’과 연인이 된 ‘나’는 M에게서 삶의 전부를 빼앗았다는 죄책감과, 영묵을 그리는 가없는 설렘 속을 어지러이 오간다. 자신의 수술을 앞두고 혹시 모를 이별을 각오하면서도 ‘나’는 엄마와 영묵이 함께 있는 장면을, 즉 자신의 ‘진부하고도 소중한 욕망’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지극히 복잡한 사랑의 무늬를 김병운이 얼마나 유려하게 그려내는지를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에서 엿볼 수 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농인 문화와 청인 문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빠는 “지속되는 자기혐오로 주변을” “망가뜨렸”지만, ‘나’에게 ‘못 들어서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아빠처럼,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전 연인 K. 오랜만에 만난 그는 자신을 완전히 잊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빠 같은 사람들 말고. 너무 오래 외로웠던 사람들 말고.
……
더 늦기 전에,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진짜 사랑을 해보라고. 너는 그래도 돼.
_「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에서
김병운의 소설은 지금 이곳에 없는 이들, 그리고 그들에게서 새로운 삶을 받은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의 화자는 더이상 이곳에 없는 P의 피아노를 친구의 조카에게 물려주기로 한다. 그렇게 만난 ‘찬오’는 전형적인 남자아이와는 다른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 때문에 더이상 게이 삼촌과 어울릴 수 없게 될 것을 쓸쓸한 얼굴로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맨박스야말로 허상이라는 걸 몸소 보여줄 수 있는” “불굴의 프라이드로 무장한” 삼촌이 어떻게든 곁에 있을 때, P의 피아노로 <Last Christmas>를 연주하는 찬오의 미래 또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처럼 따듯한 사랑과 기대가 가득할 것이리라.
2023년에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에 동시 선정된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HIV 감염 이후 ‘장희’의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했던 삼촌의 이야기를, 그가 다른 감염인들을 간병하며 어떻게 희망을 불어넣었는지를 돌아본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분리는 “우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다 P를 잃었”던 ‘나’의 이야기와 중첩된다. 그러므로 장희가 그러하듯 “이해를 거부할” 때에야, 서로를 사랑으로 덧칠하는 사람들에게 비로소 “한 시절의 끝이자 시작을 알리는 듯한 바로 그 순간”이 열릴지도 모른다.
나는요, 형님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이영서씨는 말했다.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_「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서
퀴어 작가와 소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서늘하게 두드러지는 것 또한 김병운 소설의 특징이다. 퀴어 작가가 초점화자인 「교분」은 글쓰기 워크숍 포스터의 ‘성소수자의 눈으로 쓰기’라는 문구가 훼손된 일, 모교에서의 특강이 미심쩍은 이유로 취소된 일과 그로 인해 다친 마음을 가만 들여다본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는 어떤 이야기는 각자 고립된 이들에게 “거기에 나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서로의 상처를 봉합하는 실이 되어준다.
반대로 「오프닝 나이트」는 소설가를 연인으로 두었던 사람의 이야기다. 소설을 통해 실제 연인인 ‘나’가 HIV 감염인이라는 오해를 야기했던 ‘너’는 ‘나’의 항의를 묵살한다. 독자들이 “진짜”라고 느낄 수만 있다면 현실세계의 관계를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이 되기를” 원하는 ‘나’는 이윽고 “자랑도 인정도 투쟁도 필요 없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자기혐오와 수치심을 넘어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한껏 찧고 까부는 사랑스러운 얼굴들의 이야기
소설집의 마지막 이야기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사소한 일이다」는 오늘날의 한국 소설이 품고 있는 어려운 질문 앞에서 사랑과 미래의 징조를 발견하는 소설이다. 성소수자 소설을 쓴 ‘나’의 인터뷰 기사는 엄마에게 아우팅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언제나 엄마에게 “자랑”이 되고 싶었는데 “결국 되고 만 건 비밀이라는” 실감은 ‘나’를 끝없는 참담함에 빠뜨린다. 하지만 김병운은 막다른 곳에서도 다정한 출구를 마련한다. 특별한 마음을 나누는 후배와 함께 ‘나만의 동네 지도 그리기’ 워크숍에 참석하며 조금씩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나’와, “이해가 안 간다면서도” ‘나’의 소설을 “읽기를 포기하지 않은” 엄마에게 다가올 내일은 겨울을 견디는 온도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는 왜 끝내 사랑한다고 정확히 말하지 못한 사람들을 가장 오래 떠올릴까. 이 질문에 김병운은 제대로 이름 붙이지 못한 사이들, ‘거의’에 머물러온 관계들을 다시금 그려냄으로써 응답한다. 불꽃들이 흩어지는 여름의 해변, 캐럴이 흐르는 크리스마스 저녁의 거실, 아기들이 걸음마를 연습하는 토요일 저녁의 공원, 신발까지 벗고 눈사람을 만드는 학생들과, 골목을 정겹게 걷는 한밤의 산책단……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오래되었지만 손때가 묻어 각별해진 필름 카메라처럼 담아내는 김병운의 소설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절실한 회복과 사랑의 속삭임이 되어주리라.
혐오에 맞선 단단한 개인 혹은 연인의 내밀한 이야기에 집중하던 한국 퀴어 문학의 관습에 비하면 김병운은 상대적으로 주변의 관계들로 확장하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게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는 개별적 퀴어 존재론에서 사회적 퀴어 존재



오리의 마음
4.0
This may contain spoiler!!
pizzalikesme
4.5
꼭 자기 얘기 같았대. 네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대.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구나 싶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 속에 자꾸만 갇히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구나 싶어서 반가웠대. 170p ’교분‘ 나도 이 소설 읽으면서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일상을 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나봐! 누군가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 그 삶에서 내 마음, 내 삶과 같은 모습을 찾는 것만으로 힘이 되기도 한다. 김병운 씨 소설 거의 사랑함. 진짜 사랑하는지는 고민해볼게요.
Dongjin Kim
4.0
나를 상처 주는 사람까지도 몇 번이고 더 생각하며 이해해보려고 하는 사람. 적당히 사는 게 아니라 온전히 살면서 규범을 의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려는 사람. 어떻게든 참고 견디며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는 사람. 누군가의 곁에 있어 그를 지킬 수만 있다면 다른 전부를 잃어도 아깝지 않다고 믿는 사람. 그런 사람은 말하는 순간보다 말하지 않는 순간에 더 귀 기울인다. 세상이 엉망진창인 걸 알지만 여전히 씩씩하고, 신중하되 솔직하고 정확한 언어로 제 마음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할 줄 안다. 무엇이 치욕스럽고 무엇이 자긍심을 주는지도 모르지 않는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만큼의 그릇은 못 지녔더라도 그런 사람의 곁에서 또는 뒤에서 그에게 반하는 세상 전부에 기꺼이 맞서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거의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완전히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는 단편들. 내가 딛거나 통과해 온 편견들을 돌아보게 하는 단편들.
iwastheone
5.0
김병운의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그런 세상을 같이 만들고 싶어지는 책
해원
4.0
<교분> 읽으며 생각나는 퀴어 친구지인선배(···) 많더이다… 그들에게 한 권씩 쓰윽 건네고 싶은 소설집. 눈물과 땀이 배인 치열함이 문장마다 느껴진다. 줄곧 진지하다 드문드문 삐져나오는 김병운 작가 특유의 (웃음기 조금도 없는) 유머가 나는 너무 재밌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 하지만 몇 초쯤 뒤에 나는 얼굴을 뒤로 뺀다. 이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도 남자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그래서 흥분되지만 그래서 두려워지는 이 감각이 내게 또다른 불안을 낳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에게 딱 한 가지만 알아보기로 한다. 혹시 예술인 패스가 있나요? 네? 예술인······ 패스······ 모르세요? (208쪽)
Hyebin Ha
3.5
대단하고 야단스러운 혁명가가 있다면 또 어딘가엔 자기 혐오와 부정, 조바심과 끝없이 소심한 염려심을 가진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그들의 마음 한 켠에 존재하는 사랑과 부끄러움을 조용히 적은 소설. "묵상을 하자는 청유형 문장에 스스로를 정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을 밤의 고초. 손을 움직여 뭐라도 쓰지 않고서는 좀처럼 진압되지 않았을 마음의 소요." "그건 얼마나 퀴어한 퀴어 소설일까. 거기에는 얼마나 비규범적이고 불완전하며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우리가 담겨 있을 것이며 그건 또 얼마나 대단한 교란이고 전복이며 발명일까."
그래그래
4.0
김병운 작가님은 퀴어소설의 정수십니다..
르딩
2.5
121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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