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환상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가 직접 고르고 엮은
세계의 환상 소설 26편
유령, 흡혈귀, 살아 움직이는 시체, 어린아이의 침실을 찾아오는 모래 남자 등
기이한 고대 마법의 세계부터 숨 막히는 일상의 불안과 공포의 세계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전역을 휩쓴 환상 소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 환상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가 엮은 세계의 환상 소설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환상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가 직접 고르고 엮은 환상 소설 선집 『세계의 환상 소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현대 세계 문학에서 환상성은 매우 중요한 문학적 주제 중 하나이다. 환상 소설은 일찍이 19세기 초부터 발달해 왔지만 마르케스를 비롯한 남미 소설의 붐 이후 현대에 와서 세계적인 새로운 문학적 유행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환상성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쉽지 않다. 환상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현상으로 이해되기 십상이며, 황당함과 동의어로 취급되는 등 여전히 정의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 중 하나이다. 따라서 환상성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현대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칼비노는 미궁과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 미궁을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한 도구로서 환상적 글쓰기를 바라보게 되었다고도 밝힌다. 그는 전 세계의 환상 소설들을 모아 읽고, 골라 엮어 내며 환상 소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자 하였다. 칼비노는 환상 소설이 발달하기 시작했던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러시아, 영국, 미국 등 세계 전역을 휩쓸었던 대표적인 환상 문학 작품들을 엄선했다. 그는 이 선집이 환상 소설을 엮는 한 예에 불과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지만, 이는 그의 겸손함일 뿐이다. 칼비노만의 독특한 시각과 원칙으로 엮은 이 선집은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환상 문학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세계의 환상 소설』은 환상 소설이 19세기 초 독일 낭만주의에서 탄생하여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전성기를 맞았는지 그 발달사를 꿰는 동시에, 환상 소설을 두 범주로 나누어 그 발달 경향을 보여 준다. 칼비노는 환상 소설에 드러나는 환상을 ‘시각적 환상’과 ‘일상적 환상’으로 나누어 선집을 2부로 구성하였는데, 이것은 곧 연대순에 입각한 구분이기도 하다. 1부 ‘시각적 환상’에서는 시각적 암시를 부각시키고 구체화하는 것이 특징인 19세기 초 소설들이 담겨 있다. 시각적 괴기스러움, 마법, 흡혈귀, 에로티시즘, 도착증 등 환상적 낭만주의 요소들이 등장하며, 호프만을 비롯하여 발자크, 호손, 고골, 고티에 등의 작품 12편이 선정되었다. 한편 ‘일상적 환상’이란 정신적, 추상적, 심리적 측면에서 드러내는 것으로, 개인의 내면이나 악몽처럼 형체가 없고 포착 불가능한 환상을 말하는데, 2부 ‘일상적 환상’에는 에드거 앨런 포, 안데르센, 디킨스, 투르게네프, 모파상 등의 작품들을 포함하여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작품 14편이 실려 있다.
칼비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만을 선정하지 않았다. 다소 생소한 필라레트 샬, 프로스페르 메리메, 레 퍼뉴, 버넌 리 같은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해서 다양한 환상 소설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하였다. 환상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와 선집의 취지를 설명하고 26편의 작품들을 선정한 이유와 작품의 의미를 서문에서 언급할 뿐만 아니라 각 작품 앞에 소개 글을 개별적으로 달아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환상 소설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디킨스, 모파상과 같은 대문호들이 남긴 독특한 환상 소설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선집의 특징이다. 『세계의 환상 소설』은 작가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환상 문학 장르를 발전시켜 나갔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시한다. 이 독특한 환상 소설 선집은 거장 이탈로 칼비노가 소개하는 환상 소설만의 매력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 작품 소개 및 저자 약력
1부 가시적 환상
악령에 씐 파체코 이야기 | 얀 포토츠키
폴란드의 백작 얀 포토츠키가 프랑스어로 발간한 『사라고사에서 발견한 원고』 중 일부이다. 『사라고사에서 발견한 원고』는 『천일야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 안에 포개져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 있는 일종의 거대 장편 소설이다. 칼비노는 한 편의 완결된 소설만을 고른다는 선집의 원칙에 예외를 두어서라도 꼭 실어야 한다고 밝힌다.
「악령에 씐 파체코 이야기」에서 나폴레옹 군대의 장교 알폰세 반 위르덴은 교수형당한 두 형제를 에스파냐에서 본다. 그는 곧 눈부시게 아름다운 두 아랍인 자매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한밤중에 이상한 환영을 보고 새벽녘에 깨어나 자신이 교수형당한 두 형제의 시신을 껴안고 있음을 깨닫는다.
● 얀 포토츠키(Jan Potocki, 1761~1815)
폴란드 작가. 여행기, 역사서, 희곡이나 콩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중 대표작 『사라고사에서 발견한 원고』는 환상 문학의 전범으로 꼽힌다.
가을의 마법 |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이 작품에서 아이헨도르프는 중세의 유명한 전설을 낭만주의적으로 변형하여 우리에게 보여 준다. 유혹과 죄의 세계로 소개되는 이교도 천국 베누스의 천국에 머문 탄호이저의 전설이 바로 그 전설이다.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죄의 땅은 우리의 세계와 함께 나란히 존재하는 관능적이지만 고통스러운 세계이다. 마법을 경험하고 거기서 달아난 뒤 은둔자가 돼 자신의 죄를 속죄하려 한 주인공은 결국 마지막에 마법의 세계를 선택하고 그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Joseph von Eichendorff, 1788~1857)
독일 작가. 향토색 짙은 서정시를 많이 남겨 ‘독일의 숲의 시인’이라 불리며, 소설가로서 대표작 「어느 건달 이야기」 등을 남겼다.
모래 남자 | E. T. A. 호프만
이탈로 칼비노에게 19세기의 가장 뛰어난 환상 소설 작가 중 하나인 호프만의 작품 중 단 한 편만을 고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칼비노는 이 작품이 호프만의 대표작으로서 암시적 언어가 가장 풍부하며 서사적 내용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주인공 나타나엘은 어린 시절의 악몽을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꾼다. 그는 유모가 말하던, 어린아이의 눈을 파 가는 괴물 ‘모래 남자’가 아버지의 음흉한 변호사 친구 코펠리우스라고 믿는다. 도시에서 공부하던 나타나엘은 피에몬테 출신의 안경 파는 상인 코폴라에게서 코펠리우스의 모습을 발견한다. 한편 나타나엘은 올림피아를 사랑하지만 다시 등장한 코롤라 또는 코펠리우스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그녀가 인형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나타나엘은 미치고 만다.
● E. T. A. 호프만(E. T. A. Hoffmann, 1776~1822)
독일 작가. 기지와 풍자가 가득한 작품으로 발자크, 보들레르, 포, 도스토예프스키, 바그너 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작 『칼로풍의 환상곡』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다.
떠돌이 윌리 이야기 | 월터 스콧
지역의 전설과 전통은 환상 문학의 마르지 않는 수원 중 하나이다. 17세기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저승은 저주받은 영혼이 살던 실제 삶과 흡사하다. 그곳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춤추는 봉건제 지옥이다. 그러나 말을 탄 기사로 변장한 악마의 중재로 그곳에 발을 디디게 된 산 사람은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