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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문학의 고전, 퀴어 문학의 필독서 람다문학상 수상 《루비프루트 정글》 국내 첫 출간 퀴어 문학 전문 출판사 큐큐에서 《루비프루트 정글》을 출간했다. 《루비프루트 정글》은 미국의 여성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리타 메이 브라운의 자전소설로, 글로리아 스타이넘, 리 린치, 도나 샤라라 등 페미니스트들의 극찬을 받았다. 《루비프루트 정글》에는 1940년대에 태어나 1970년대 페미니즘과 퀴어 운동의 선두에서 유색인이자 레즈비언으로 살아 온 작가 개인의 역사가 담겼다. 리타 메이 브라운은 《루비프루트 정글》을 비롯해 수십년간 퀴어 문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람다 문학상’을 수상했다. 《루비프루트 정글》은 동시대 대표적인 여성운동가인 브라운의 책으로는 국내에 처음 번역되었다. 이 책은 1973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이자 퀴어 문학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페미니즘과 LGBT 운동의 지평을 넓힌 리타 메이 브라운의 자전소설 “이성애자들은 내게 동성애자라고 화를 내고, 레즈비언들은 동성애자 기질이 부족하다며 화를 냈다.” (리타 메이 브라운의 회고록에서) 《루비프루트 정글》은 저자 리타 메이 브라운의 자전소설이다. 주인공 ‘몰리 볼트’는 여성, 레즈비언, 유색인종, 계급의 소수자로 시대와 환경의 제약에 맞선 브라운의 분신이다. 브라운은 《루비프루트 정글》 출간 이후 ‘기성사회와 맞선 여성’이자 ‘미국 유일의 레즈비언’이라는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동시에 보수파 페미니스트과 급진적 레즈비언 양쪽 모두의 공격을 받았다. 유색인종, 계급, 레즈비언을 배제한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을 비판해 전미여성기구 의장 베티 프리던에게 페미니즘을 분열시킨다고 비난받았다. 또 남성/여성, 이성애자/동성애자, 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 등 이분법적 분류에 갇힌 퀴어 진영을 비판해 수많은 증오 편지와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부치(Butch,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와 ‘펨(Femme, 여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으로 역할을 나누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속하지 못하는 소설 속 몰리는 바로 저자의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브라운은 최초의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성명서 ‘여성이 인정한 여성’을 작성하는 등 다양한 인종과 계급,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지금의 페미니즘과 LGBT 운동이 브라운을 기억하는 이유다. “가슴팍에 ‘퀴어’라고 예쁘게 쓴 이름표라도 달고 다닐까. 아니면 이마에 주홍색 엘 자라도 새길까. 왜 모두들 항상 사람을 틀에 욱여넣고 못 나오게 하려고 하지? (중략) 난 내가 백인이 맞는지도 몰라. 난 나야. 그게 내 전부고 내가 되고 싶은 것도 그게 전부야. 내가 꼭 뭐가 되어야 돼? _155쪽 람다 문학상(Lambda Literary Awards)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LGBTAI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무성애자/간성/퀘스처너) 문학상으로 1987년 시작됐다. LGBTAIQ 문학의 정수로 평가되는 작가와 작품에 해마다 상을 준다. 2003년 세라 워터스(《핑거스미스》), 2008년 안드레 애치먼(《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8년 록산 게이(《헝거》)가 수상했다. https://www.lambdaliterary.org 제목 ‘루비프루트 정글(Rubyfruit Jungle)’은 주인공 몰리가 ‘여성의 성기’를 비유한 말로, 여성은 누구나 숨겨진 보물이 가득한 울창하고 풍요로운 루비프루트 정글을 가진 존재임을 뜻한다. ‘세계 최악의 소녀’, ‘허클베리 핀의 후예’ 퀴어 페미니스트 몰리의 성장기 “모르겠다, 몰리. 넌 인생을 어렵게 살려고 해. 의사나 위대한 사람이 되겠다 그러질 않나,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질 않나. 사람들이 다 하는 걸 조금은 해야지, 안 그럼 사람들이 싫어해.” “사람들이 날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사람들은 다 멍청하다고. 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나를 좋아하느냐는 상관있지. 나한테 진짜 중요한 건 그거야.” “그렇게 바보 같은 소린 진짜 처음 들어봐.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어. 플로렌스 할머니도 그랬어. 자기를 너무 좋아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네가 언제부터 할머니 말 듣기 시작했냐? 내가 날 좋아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도 좋아할 수 없다. 끝.” _60쪽 《루비프루트 정글》은 196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마을 펜실베이니아에서 성장한 ‘몰리 볼트’의 성장담이다. 소설 주인공 몰리와 작가 리타 메이 브라운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어렸을 적에 입양이 됐고, 양아버지를 잃었고, 플로리다 대학에서 쫓겨나 무일푼으로 뉴욕 거리 생활을 하기도 하며 학업을 마쳤다. 몰리는 “후레자식”이라 놀리는 아이들에게 똥을 먹이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촌 리로이에게 퀴어든 뭐든 상관없이 “나는 네가 그냥 ‘리로이 덴먼’이라고 생각해.”라고 얘기해 준다.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강요하는 어머니 캐리를 향해서는 “엄마는 남자랑 결혼했어도 돈 없잖아”며 날카로운 유머로 응대한다. 무일푼으로 도착한 뉴욕에서 몰리를 “걸어다니는 정액 받이”로 보는 남자들을 향해 “다 엿이나 처먹으”라고 일갈한다. 일부 유난스러운 정액 제조기들이 쳐다보기 때문에 다리를 꼴 수 없었고, 숙녀답지 못한 자세라는 이유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릴 수도 없었으며, 화장을 안 한 날에는 사장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_254쪽 몰리는 레즈비언,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처음부터 숨기지 않는다. 첫사랑 리오타, 몰리와의 관계가 들통나 학교를 떠나게 된 페이, 뉴욕의 화려한 삶을 사는 홀리, 이상한 섹스 판타지를 가진 폴리나 등 몰리는 계급과 인종 나이를 나누지 않고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는 울창하고 풍요로운 ‘루비프루트 정글’을 탐험한다. 몰리의 이 모험은 몰리가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저자 리타 메이 브라운은 실제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퇴학을 당했다. 브라운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서도 “흑인이든 백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선한 마음이다.”라고 외쳤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내 안에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하는 중요한 여행이다. “난 여자한테 해줄 때, 상대방 성기를, 어, 그걸 루비프루트 정글이라고 생각해요.” “루비프루트 정글?” “맞아요, 여자들은 울창하고 풍요로워. 그리고 숨겨진 보물들이 가득하죠.” _284~285쪽 《루비프루트 정글》이 출간될 당시 “나는 커서 영화감독이 될 거야!”라고 외치는 여자 주인공은 없었다. 주인공이 퀴어라는 사실보다 급진적인 이 말은 몰리가 남성들이 만들어 낸 여성의 이미지를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몰리는 “행복한 미국의 백인 중산층 가족 드라마말고 진짜 사람이 나오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인생에 대한 진짜 영화”를 꿈꾼다. 그러나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로, 재능도 노력도 자신만 못 한 남자 동급생들에게 카메라를 뺏긴다. 일터에서는 남자 손님의 성추행에 시달리고, 화장을 안 하면 어디 아프냐는 질문을 들어야 한다. 1970년대 미국의 모습은 지금 한국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그렇기에 《루비프루트 정글》은 억압에 맞서는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도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한다. 몰리는 저자 브라운의 분신이자 시공간을 넘어 금기에 도전하는 모든 여성의 자화상이다. 내 영화를 만들 거야. 내 영화, 들었어, 홀리? 불행한 이성애자들이 나오는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