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방식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닮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아직 잘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그럼에도 알아가고 싶은 마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좀처럼 애정을 갖기가 어려운 이 시대에 오늘을 버틸 힘은 불쑥 솟아나지 않으니,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에 기대보려 한다. 그래서 간혹 반짝이는 감정들이 눈에 띈다면 얼른 붙잡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오래토록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불안하고 위태롭더라도 크고 작은 변곡점을 견디어 완성시키는, 내가 사랑하는 어떤 방식에 대해 펼쳐낸다. 꾸며낸 표현 없이도 가끔은 눅눅하게, 또는 포근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과 그림들을 가득 담았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일 수가 없지.
너저분하고 바보 같아야 진정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생각한다. 애정하는 것들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라고.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몸과 마음은 한껏 지쳐 있지만 그럴수록 자꾸 거슬리는 것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과거에 내가 한 오글거리는 행동, 구하지 않은 조언,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낸 것, 영원히 풀리지 않을 오해, 최근에 좋아진 이미 늙어버린 아티스트 등. 잘해보고 싶었던 많은 일들은 이미 적당한 때를 지나버렸고, 지금 와서는 아무 소용없는 성가신 생각들만이 남아 오늘도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동시에 아직은 많은 것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늦은 밤, 혼자 “아, 보고 싶군” 하며 청승을 떠는 것을 사랑하고, 나에게서 진득하니 나고 있는 외로운 사람의 냄새를 사랑하고, 긴장과 압박 속에서도 내 옆에 든든히 있어주는 케이크 한 조각을 사랑한다. 언제 어디서든 사랑하는 어떤 것들이 함께하기에 오늘의 피로와 고됨은 슬며시 내려놓고 적어도 오늘 하루는 잘 걸어왔다, 다독일 수 있는 것이다.
배반은 언제나 있으니, 희망은 나에게 걸고
아주 가끔 행복의 기억으로 그렇게 살아가자.
부부싸움을 하고 홧김에 집을 나선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 밤바다를 만난 어린 시절, 내 나이가 그때의 엄마만큼 먹고 나서야 바다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친구 어머니의 시상식에서 (그의 딸도 아니면서) 감격하여 눈물 콧물을 흘리며 펑펑 우느라 친구에게 적당히 하라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음악과 술의 도움으로 평생 잊히지 않을 한 편의 영화 같은 경험을 한 기억은 아마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파노라마에서 같이 마음껏 허송세월하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대신 언제든 같은 속도로 함께였던 추억들은 아직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매일이 우울하지도 않지만 매일이 반짝거리며 빛나지도 않는다. 특별할 일 없어 때로는 허름하게 느껴지는 하루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게 붙드는 건 눈을 감아도 보이는 선명한 순간들이다. 마음이 끌리는 것을 조금씩 섭취하면서 ‘나’라는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저자 민경희는 독자들에게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일까, 가만히 앉아 기억을 더듬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