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바쁘고 불안하고 위태로운
우리 사회의 ‘그림자’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의 면면을 바꾸어 놓았고,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까지 뒤흔들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나도 코로나에 감염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폭발적인 감염자 수 증가를 보였던 지난 3, 4월을 지나며 ‘코로나 블루(우울감)’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고조된 불안과 지나친 걱정은 공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2018년간 공황장애 환자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연령에서 공황장애 환자가 연평균 14.3% 증가하였다. 진료 인원은 40대가 가장 많았고, 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공황장애 환자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공황장애는 흔히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 걸리는 일명 ‘연예인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 주변에도 공황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황장애는 죽음이 임박한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현기증,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삶의 저변에 깔려 있는 불안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나타나는 병이다.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공황발작이 또 일어날까 걱정하는 예기불안에 시달린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공황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청난 불안과 공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 책은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가 공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고, 공황 이면의 문제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공황이라는 큰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문제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도 공황을 경험한 적 있다”
열 명 중 세 명꼴로 경험하는
공황에 대한 A to Z
회사원 은아 씨는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었다. 역을 지날수록 사람들로 가득 차는 2호선 안, 은아 씨는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를 생각하다가 점점 답답함을 느꼈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아 호흡을 몰아쉬다가 현기증이 왔고, 이내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졌다. 은아 씨는 순식간에 기절할 것 같은 기분에 압도되었다. 같은 시간, 귀한 클라이언트를 모시고 운전 중이던 성준 씨는 출근길 차들로 정체된 도로 위에서 별안간 불안해졌다. ‘차 안의 공기가 부족한 것 같은데 창문을 열어도 될까?’ 클라이언트가 불편해하실까 봐 차마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가자니 곧 터널이 나올 테고, 그러면 환기도 되지 않는 차 안에서 꼼짝없이 질식하고 말 것이다. 귀한 손님을 태우고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성준 씨는 패닉에 빠졌다.
우리 주변에서 열 명 중 세 명꼴로 공황발작을 경험한다면 믿겠는가? 공황은 ‘어딘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일상적인 작은 스트레스라도 해소되지 못하고 점차 쌓여서 역치 수준을 넘기게 되면 언제라도 공황발작이 점화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을 경험하고, 불안한 상황을 피하고 예방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위태로운 상황을 원천차단했는데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공황발작 증세로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고서야 병원이나 심리치료를 찾아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불안을 잘 다루지 못하고 살아간다. 나를 괴롭히는 과거, 스트레스, 쉴 틈 없는 자기계발과 업무,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볼 짬이 없다. ‘여유는 바쁜 게 모두 지나고 나서 찾자. 그땐 쉴 수 있겠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마음이 느긋하여 잔잔한 호수 위 덩그러니 떠 있는 돛단배처럼 유유자적하지 않는 이상 어쩌면 그런 평온함은 없다는 것. 평균수명은 늘어나 60대까지 일을 한다고 해도 먹고사는 게 걱정이다. 20대는 취업이 안 되어서, 30대는 결혼과 양육, 직장에서의 인정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깊이 좌절하기도 한다. 중년을 맞이하고 그제야 한번 뒤돌아본 어느 날,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문득 공허해진다.
《호랑이 그림자를 한 고양이》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공황발작이 찾아오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공황장애에 대해 흔히 가진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이 주로 걸리는 병’, ‘공황장애는 잘 치유되지 않는다’ 등과 같은 오해들에 직면시킨다. 그리고 타당한 근거와 함께 공황장애의 참모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데려간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김진관 박사는 10년간의 치료 경험을 토대로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극심한 공포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다. 공황장애라는 심리장애는 일종의 ‘마음의 감기’다. 어느 누구라도 ‘돌보지 못한 내 마음,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한 나의 기질, 또는 유전적인 성향’ 등의 이유로 쉽게 감기에 들 수 있고, 또 금세 나을 수도 있다. 공황장애라고 타인에게 낙인찍힐 이유가 전혀 없으며 내가 ‘나약해서’ 아픈 것이 아니므로 부끄러워하거나 숨겨야 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방
“공황장애는 심약함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연예인 A씨가 방송 촬영 중에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되었다. 과거에 공황장애라는 병은 연예인들의 눈물 젖은 고백으로 충격과 함께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요즘은 ‘저 사람도 공황장애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적잖이 익숙해졌다. 그런데, 누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공황장애는 무엇인가?”
공황은 갑자기 나타나 날 덮치는 맹수와 같이 생각되지만 사실 전혀 느닷없이 일어나는 병이 아니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공포를 경험하는데, 실제로 이 모든 과정은 인지적인 생각의 흐름의 연장선이자 예기된 결과다. 공황장애를 당기는 방아쇠는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방아쇠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단독으로 진단되기보다는 다른 심리장애와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하게 겹쳐서 나타나는 심리장애는 경계선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질병불안장애(건강염려증), 주요우울장애, 지속성 우울장애, 사회불안장애, 특정 공포증, 강박장애 등이다. 학계에서는 “공황장애 말고 다른 종류의 심리장애들이 일차적인 문제이고, 공황장애는 이차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90쪽)인데, 이는 공황장애가 심리치료를 통해 가장 빨리 치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신장애, 성격장애, 정서장애의 증상을 본인 또는 주변인들이 ‘공황장애’ 증상으로 오인하는 걸 주의할 것을 강하게 당부한다. 이들 세 가지 심리장애와 공황장애의 치료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이 책에서는 공황장애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정신장애, 성격장애, 정서장애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이미 출판된 다른 공황장애 책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책의 2부에서 위의 세 가지 심리장애를 다루면서 정신장애의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온전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감수성이 높고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다정한 태도로, 다른 심리장애와 공황장애가 보이는 증상의 차이를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늪에 빠져드는 마음에게 정확한 방향으로 튼튼한 밧줄을 던져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공황장애는 공황장애만의 문제가 아니”(88쪽)라고 거듭 강조하며, 불안의 장막을 걷어내고 자기만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기 위해서는 직접 마주해 보겠다는 용기와 견딜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