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마을은 힘이 세다.
지방 소멸이란 말에 절대 겁먹지 마라.”
-‘이로도리’ 나뭇잎 사업으로 대박난 가미카쓰정
-행정이 ‘만물상’을 차려준 고치현
-젊은 이주자에게 어업권까지 개방한 이자리 항구
-단 한 명의 전학생을 위해 학교를 다시 연 다라기정
-사양산업에서 첨단제품을 만들어내는 후쿠이현
……
‘향후 30년 내에 대한민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한국고용정보원이 진행한 ‘한국 지방 소멸2’ 연구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내용 중 특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위험도에 따라 붉은색부터 파란색까지 각 지자체의 현황을 분류해놓은 지도였다. 흡사 묵시록 같은 느낌을 자아낸 이 이미지는 ‘지방 소멸’이라는 선정적 단어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고, 소멸 예정 리스트에 오른 지자체들은 말 그대로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지방 소멸.’ 이 말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 건너왔다. 2014년, 민간전문가 조직인 일본창성회의가 2040년까지 일본 내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지방 창생’ 혹은 ‘지역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정책들을 앞 다퉈 쏟아냈다. 그리고 다소 시차를 두며 동일한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가 이 용어를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는 상황이다.
마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방 소멸론에 나약하게 휘둘리지 마라!!
자, 이제 진지하게 질문하고 정확한 솔루션을 찾아야 할 때다. 저출산 고령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전국 각지 마을공동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느새 대중에게도 익숙해진 ‘지방 소멸론’에서처럼 수많은 마을이 붕괴하고 사라질 운명인가? 지방 재생 연구자이자 이 책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원제: 人口減が地方を强くする)》의 저자 후지나미 다쿠미는 책상머리 학자들의 예측과 달리 마을은 그 속성상 쉽게 사라지지 않는 존재라고 단언한다.
이 책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은 일본에서 ‘지방 소멸’이라는 무자비한 말이 탄생한 이후 경쟁하듯 쏟아지는 정책들을 살펴보면서,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마을 생존법은 어디에 있는지 다각도로 모색한 작품이다.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주임연구원이자 지방 재생 전문가인 저자 후지나미 다쿠미는 마을이 생기고 작동하는 원리부터 일본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가 표방하는 인구 유인책의 모순과 맹점들, 쇠락을 극복하고 멋지게 부활해 젊은 이주자들로부터 환영받는 전국 각지 생존모델에 이르기까지 인구감소 시대 마을이 나아갈 길을 정확하고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도시와 지방 간 사람 빼앗기 경쟁을 즉시 멈춰라!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인구감소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가장 혹독하게 맞은 것은 전국 농산어촌 및 소도시였다. 그러다보니 대도시, 특히 도쿄가 젊은이를 모조리 흡수하는 바람에 지방에 청년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식의 ‘도쿄 악마설’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여러 인구통계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도쿄가 젊은이를 쓸어 담은 결과 일본의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지방 붕괴를 부추긴다는 인식이 근거 없음을 밝혀낸다. 나아가 지역 재생이라는 목표 아래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도쿄와 지방 간 인구 균형 맞추기’ 전략이 얼마나 낭비적이고 비현실적인지를 조목조목 짚는다. 인구 흐름이란 행정가들의 계획처럼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을 뿐더러 청춘은 본래 도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매력 있는 동네엔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그렇다면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마을은 어떤 식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매력적인 환경과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팍팍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이 동네서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동네. 이곳에 정착해 돈 벌고 아이 낳아 기르고 일상의 행복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동네. 저자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 명제를 독자적으로 실천해 새롭게 거듭난 여러 마을의 사례를 들려준다.
성공사례 하나, ‘이로도리’라는 영화로도 소개된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정의 나뭇잎 사업: 할머니가 잎을 팔아 매해 1,000만 엔을 번다는 이야기에 솔깃해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이 마을의 사업모델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을에 벚꽃이나 푸른 단풍잎의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철저한 마케팅과 사업계획 구축을 통해 작물 재배와 수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은 70퍼센트에 이른다.
성공사례 둘, 젊은 이주자에게 어업권까지 개방한 도쿠시마현 미나미정 이자리 항구: 어촌 유학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한 이 항구에서는 아이(I)턴해 어부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주민에게 자신들의 곳간이나 다름없는 어업권까지 개방한다. 그러나 보니 나이든 토박이 어부보다 젊은 신참의 수확량이 더 많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성공사례 셋, 사양산업에서 첨단제품을 만들어내는 후쿠이현 사바에시: 안경테 가공으로 유명한 이 소도시에는 에치젠 칠기라는 전통 산업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칠기 판매가 줄자 젊은 인력들과 손잡고 문구나 스마트폰 케이스 같은 팬시상품을 만들어 고급 브랜드로 출시했다. 또 섬유업 등 오래된 제조업에 신기술과 창조성을 입혀 새로운 첨단제품을 속속 개발해내고 있다.
일본의 성공과 실패 속에서 해법을 찾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일찍이 우리 사회가 경험한 적 없는 특수한 현상이다. 또 이로 인해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이나 성찰 없이 마구잡이로 혈세를 투입하는 정부 정책과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는 지자체 간 인구 유치 경쟁이라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조금 앞서 걷고 있는 일본 사회를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현실적인 마을 재생법을 제안하는 이 책은 현재 한국 사회가 고민하는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도 적잖은 힌트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