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의 계보학

계정민 ·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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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아주 오랫동안 문학적으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는 추리소설의 평가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추리소설은 범죄의 선정성에 기대어 대중적인 인기를 추구한 부도덕한 상업적인 장르소설로 규정되어 문학 위계의 가장 아래에 배치되었다. 25년 넘게 범죄소설 연구에 천착해온 계명대 계정민 교수가 범죄소설에 들러붙은 혐의와 의문들을 파헤치는 수사에 착수한다. 책은 1부 '뉴게이트 소설', 2부 '추리소설', 3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로 구성되었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페니키안 스킴> ·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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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비주얼 마스터 웨스 앤더슨 신작

<페니키안 스킴> ·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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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탐문 순서 머리말 : 범죄소설에 문학적 시민권을 서장 : 범죄소설은 삼류소설인가? 1부 뉴게이트 소설 INVESTIGATION 1 범죄소설의 저항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전혀 다른 범죄문학의 등장 범죄는 질병이다 문학적ㆍ정치적 기회주의자 ? 에드워드 불워-리턴 사회변혁운동의 선봉에 서다 : <폴 클리퍼드> 범죄자를 신비화하다 : <유진 아람> 뛰어난 문학상품 기획자 ? 윌리엄 에인즈워스 범죄, 그 유쾌한 모험 : <룩우드> 복합문화상품이 되다 : <잭 셰퍼드> 뉴게이트 소설의 몰락이 시작되다 INVESTIGATION 2 범죄소설의 질병은 어떻게 치유되는가? <올리버 트위스트>의 추억 계급적 컬트와 권력의 개입 범죄라는 질병과 문학적 치유 나름대로 위대한 작가 ? 윌리엄 새커리 절반의 성공 : <캐서린> <캐서린>의 실패 의심할 바 없는 대문호 ? 찰스 디킨스 성공한 반-뉴게이트 소설 : <올리버 트위스트> 안전한 범죄소설, 추리소설의 서막 : <올리버 트위스트> 뉴게이트 소설의 몰락과 추리소설의 부상 2부 추리소설 INVESTIGATION 3 탐정은 왜 귀족적인 백인남성인가? 새로운 영웅의 탄생 의사, 소설가, 제국주의자, 심령술사 ? 코넌 도일 귀족적인 게임이 된 범죄수사 탐정이 독점하는 추리서사 범상치 않은 삶을 산 디킨스의 친구 ? 윌키 콜린스 경찰에 대한 계급적 경멸 인도반란과 추리소설 외국인 범죄자와 추리소설의 부상 과학수사가 입증하는 인종적 수월성 INVESTIGATION 4 추리소설은 어떻게 진짜 남자를 만드는가? 남자 중의 남자, 탐정 <흰옷 입은 여인>과 남성성의 재구성 교정이 필요한 남성성 범죄수사와 재구성되는 남성성 가부장의 탄생과 남성성의 완성 INVESTIGATION 5 여성탐정은 왜 빛나는 존재가 되지 못하는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 세상에 나오다 추리소설에 등장한 여성탐정 여성탐정 추리소설의 급진적 가능성 차별적 재현과 그 효과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여성 궁핍하고 자기비하적인 여성 여성탐정 추리소설의 타협과 순응 남성탐정의 순종적인 보조자 가사전문가 결혼으로 종결되는 추리서사 여성탐정 추리소설의 투항 INVESTIGATION 6 성공한 여성탐정은 왜 노처녀여야 하는가? 흡연여성과 여성탐정 노처녀탐정의 성정치학 복 받은 여성, 성공한 추리작가 ? 안나 캐서린 그린 추리소설의 여왕 또는 베스트셀러 제조기 ? 애거사 크리스티 노처녀탐정의 재현 경제적 여유와 계급적 품위 합리적이고 주체적인 수사 자존감과 사회적 존경 젠더적 봉쇄와 순치 젠더규범의 지배와 그 보상 3부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INVESTIGATION 7 터프 가이는 왜 고독한가? 재즈시대와 헬 아메리카 달라진 세계와 전혀 다른 추리소설의 등장 탐정, 공산주의자, 난봉꾼,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창시자 ? 대실 해밋 자본가의 충복에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완성자로 ? 레이먼드 챈들러 범죄를 저지르는 뱀파이어들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가 된 탐정 고독한 터프 가이가 수호하는 노동계급 남성성 사라지지 않는 불의와 혼돈 INVESTIGATION 8 팜므 파탈은 단지 섹시하기만 한가? 팜므 파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팜므 파탈에 대한 처벌은 정당한가? ‘돈에 미친’ 흡혈인간, 팜므 파탈과 자본가 팜므 파탈의 섹슈얼리티는 어디에 사용되는가? 팜므 파탈과 자본가는 모두 타락한 흡혈귀 여성혐오와 팜므 파탈 처벌, 그 타협과 협상 모래처럼, 풀처럼, 먼지처럼 맺음말 : 경합하고 타협하는 범죄소설 참고문헌 주석

Description

범죄소설은 삼류소설인가 추리소설은 아주 오랫동안 문학적으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는 추리소설의 평가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추리소설은 범죄의 선정성에 기대어 대중적인 인기를 추구한 부도덕한 상업적인 장르소설로 규정되어 문학 위계의 가장 아래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오랫동안 학문적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대중적인 열광을 별개로 친다면, 범죄소설은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창조성이 결여된 장르소설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섹스가 범람한다는 이유로 범죄소설은 저평가되었다. ‘뉴게이트 소설’,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로 이어진 범죄소설은 비난과 폄하 속에서 배제되거나, 몰락하거나, 잊혔다. 그러나 범죄소설이 불온하거나 상투적이거나 저속한 삼류소설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부당하고 성급하다. 추리소설은 탐정의 재현을 통해 지배적인 계급, 인종, 젠더담론을 구축한 소설문학의 주요지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줄곧 범죄소설이 소설문학의 중요장르임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범죄소설은 한 번도 가볍게 소비되던 오락물이었던 적이 없었음을 증명하려 했다. 범죄소설은 범죄라는 소재를 유희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범죄소설은 범죄를 계급, 인종/민족, 젠더 같은 당대의 주요의제에 맞닿도록 하고자 분투했다. 범죄소설은 사회적ㆍ정치적ㆍ문화적으로 뜨거운 담론을 만들어낸 문학적 요충지였다.” 25년 넘게 범죄소설 연구에 천착해온 계명대 계정민 교수는, 범죄소설에 들러붙은 혐의와 의문들을 파헤치는 수사에 착수한다. 탐문하고, 추적하고, 때로는 잠복의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 흥미진진한 수사의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우리 모두가 탐정이다! 여성탐정은 왜 노처녀인가 노처녀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영문학 영토 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노처녀탐정 추리소설’은 범죄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대중적인 찬사와 호의적인 비평을 모두 획득한 장르다. 왜 성공한 여성탐정은 나이 든 독신 여성일까?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그 유명한 미스 마플처럼, 흰 머리와 온화함으로 상징되는 노처녀탐정은 무성적인 존재로 설정된다. 그뿐 아니라 노처녀탐정은 젠더에 관해 전통적이고 인습적인 견해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무성성과 보수성을 통해 재현된 노처녀탐정은 젠더적으로 안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노처녀탐정 추리소설의 확고한 위상은 추리소설에서 작동하는 젠더규범의 지배력을 확인시켜준다. 탐정의 영예로운 지위는 오직 결혼제도 바깥에 위치하고 여성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표명하는 나이 든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것이다. 노처녀탐정 추리소설의 성공은 추리소설 내에 자리 잡은 젠더규범의 강고한 지배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노처녀탐정은 기존의 젠더규범과 배치되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재현된다. 동시에 그녀는 가부장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보수적인 여성이다. 노처녀탐정이 이토록 분열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로 재현된 것은, 노처녀탐정 추리소설에서 시도된 젠더적 봉쇄의 결과다. 이전의 여성탐정과는 극명하게 구분되는 노처녀탐정의 주체성과 독립성은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가부장제를 지지하는 발언 속에서 노처녀탐정의 젠더적 급진성은 봉쇄되어버린다. … 노처녀탐정 추리소설은 근원적으로 보수적인 장르가 된다.” 왜 탐정은 귀족적인 백인남성인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연작은 “가장 위대한 탐정”이 등장해 범죄자를 상대로 “가장 위대한 게임”을 벌이는, “고전 추리소설의 전범”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추리소설이 새로운 영웅으로 등장한 탐정을 통해 어떻게 계급, 민족, 인종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며 옹호하고 있는지 추적해보자. 19세기 후반의 초기 영국 추리소설에서부터 탐정은 ‘상류계급 출신’ ‘백인’ ‘남성’으로 등장한다. 탐정이 ‘귀족적인’ ‘백인’ ‘남성’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탐정의 재현은 추리소설의 계급적ㆍ인종적ㆍ젠더적 원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탐정은 합리적 사유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범죄와 관련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완벽한 인물로 등장한다. 상류계급 출신 탐정이 발휘하는 고도의 추리능력과 범죄수사에서의 전문성은, 탐정이 대변하는 상류계급의 수월성을 입증하여 기존의 계급 지배체제를 강고하게 만든다. 또한, 추리소설에서 외국인 범죄자는 오래된 과거에 머무는 식민지에서 근대화된 문명세계로 침입한, 시대착오적인 존재로 나타났다. 반면에 탐정은 과학적 지식과 측정, 관찰로 대표되는 근대 서구문명의 총아로 그려졌다. 셜록 홈즈가 대표하는 과학적 합리성은 외국인 범죄자의 주술적이고 미개한 전근대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극적 대비를 통해 영국인의 인종적 수월성은 부각되는 것이다. “추리소설은 탐정을 통해 이상적인 남성상을 전시한다. 추리소설에서 탐정은 과학적 관찰과 분석을 통해 범죄와 관련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합리적 수월성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또한 탐정은 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외국인 범죄에 맞서 싸우고, 외국인 범죄자를 처벌하여 제국의 가치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여기에 더해 탐정은 뛰어난 예술적 소양도 드러낸다. 추리소설의 탐정은 합리성과 분석력, 담력과 완력, 그리고 문화자본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남성으로 전시되는 것이다.” 범죄소설에 문학적 시민권을 허하라! 모든 소설은 본질적으로 범죄소설이다. 인간의 삶과 역사에서 범죄는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는 출생과 죽음, 성장과 쇠퇴, 만남과 헤어짐, 평화와 전쟁처럼 소설문학이 다루어야 할 중요한 주제인 것이다. 최초의 인간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낙원에서 추방당한다. 그들에게서 태어난 형제 중 하나는 다른 하나를 살해한다. 태초부터 범죄는 영미소설의 원천을 형성한다. 이제, 범죄소설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하자. 범죄소설은 경합하고 또 협상한다. 범죄소설은 충돌하고, 타협한다. 뉴게이트 소설,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시대의 변화에 반응하면서 낡은 가치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범죄소설이 항상 지배담론과 투쟁을 벌인 것만은 아니었다. 뉴게이트 소설,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은 지배 이데올로기와 타협하거나 협상하면서 순응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리고 타협을 통해 성공적으로 순치된 범죄소설은 용납되거나 승인되었다. 범죄소설은 계급, 민족, 인종, 젠더를 향한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이 경합하고 충돌하고 타협하는 문학의 요충지로 존재해왔다. 뉴게이트 소설, 추리소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는 범죄소설의 흐름 속에서 뒤에 나타난 장르는 앞서 나온 장르에 대해 공격의 칼을 휘두르기도 했고, 때로는 협상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범죄소설은 대립하고 경합하고 타협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롭게 변모하며 지금까지 소설문학의 주요장르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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