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이름들

자크 랑시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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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화에 관한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사유의 성숙 과정에서 중요한 결절점을 보여주는 저작. 랑시에르는 스승이었던 알튀세르와의 결별 이후, 주체화를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준거를 성찰하는 작업과 동시에 역사적 준거를 모색하는 일종의 아카이브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은 1970년대 후반에 일군의 역사가/철학자들과 공동으로 조직한 '논리적 반역'이라는 저널 프로젝트로 구체화된다. 19세기 프랑스 노동자 운동의 사회주의를 대상으로 아카이브 작업에 착수했던 이 공동 프로젝트의 성과는 랑시에르의 <프롤레타리아들의 밤>이라는 저서로 집약된다. <프롤레타리아들의 밤>에서 그가 주목했던 것은 지배 담론의 질서 안에서 노동자의 존재 양식에 합당하다고 간주되어 할당된 말을 거부하고 타자들의 언어를 전유하여 저 담론 질서를 전복했던 이른바 '밤의 노동자들'이었다. 랑시에르는 이 '밤의 말들'을 특정 노동자 집단의 사회경제적 동일성이나 문화적 동일성의 표현으로 파악하는 것을 기각하고, 오히려 노동(자)의 현실에서 도출되는 노동자적 동일성과의 단절을 통해 형성되는 것임을 논증한다. '밤의 노동자들'이 새로운 의미망을 창출하는 과정을 랑시에르는 바로 이 책 <역사의 이름들>에 와서 처음으로 주체화라고 명명한다. <역사의 이름들>은 랑시에르 자신의 이러한 역사/철학 연구를 바탕으로, 미슐레에서 브로델에 이르는 일련의 역사가들을 다시 읽으면서 주체화의 글쓰기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책은 '어떤 백년전쟁', '죽은 왕', '말들의 과도함', '창설적 이야기', '말하기의 자리, '책의 공간', '이단적 역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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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어떤 백년전쟁_ 9 죽은 왕_ 25 말들의 과도함_ 49 창설적 이야기_ 81 말하기의 자리_ 113 책의 공간_ 139 이단적 역사?_ 159 옮긴이의 글_ 185

Description

1. 자크 랑시에르는 단순한 수입 이론가 중 한 명이 아니라, 한국 인문학계 내부의 이론적 자원으로 배치된 이론가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2009년을 전후로 한국 문학계의 비평 지형에서 랑시에르는 가장 빈번히 호명되고 천착된 이론가였다. 그의 개념들이 소환되었던 논쟁의 장은 ‘문학의 정치성’ 또는 ‘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관계’라는 쟁점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우리 시대 (인)문학이 지배 담론에 순치된 장식성 지식의 허위에서 벗어나 불온한 진리를 지향하는 고된 장정에 나섰음을 나타내는 한 징후였다. 2. 우리 시대 인문학의 급진성을 만회하는 데 랑시에르가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다면, 이는 그의 개념들이 ‘주체화’를 사유하는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되는 주체 형식을 탈구축하여 해방의 정치를 도모할 새로운 주체 형성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주체화야말로 랑시에르의 사유의 중심축이다. 이러한 사유의 내용들을 한국(어)의 독자들은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2008), (2008), <무지한 스승>(2008), <미학 안의 불편함>(2008), <문학의 정치>(2009) 등의 번역서들을 통해 우선 접하고 있다. 정치에서 문학/미학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텍스트들은 랑시에르가 주체화를 어떤 개념으로 사유하고 서술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저술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독자들이 그의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번역되어야 할 주요 저작들이 그에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3. 이번에 출간된 <역사의 이름들>은 주체화에 관한 랑시에르 사유의 성숙 과정에서 중요한 결절점을 보여주는 저작이다. 랑시에르는 스승이었던 알튀세르와의 결별 이후, 주체화를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준거를 성찰하는 작업과 동시에 역사적 준거를 모색하는 일종의 아카이브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은 1970년대 후반에 일군의 역사가/철학자들과 공동으로 조직한 “논리적 반역”이라는 저널 프로젝트로 구체화된다. 19세기 프랑스 노동자 운동의 사회주의를 대상으로 아카이브 작업에 착수했던 이 공동 프로젝트의 성과는 랑시에르의 <프롤레타리아들의 밤>이라는 저서로 집약된다(근간 예정). <프롤레타리아들의 밤>에서 그가 주목했던 것은 지배 담론의 질서 안에서 노동자의 존재 양식에 합당하다고 간주되어 할당된 말을 거부하고 타자들(부르주아들, 학자들, 시인들)의 언어를 전유하여 저 담론 질서를 전복했던 이른바 ‘밤의 노동자들’이었다. 랑시에르는 이 ‘밤의 말들’을 특정 노동자 집단의 사회경제적 동일성이나 문화적 동일성의 표현으로 파악하는 것을 기각하고, 오히려 노동(자)의 현실에서 도출되는 노동자적 동일성과의 단절을 통해 형성되는 것임을 논증한다. 이렇게 ‘밤의 노동자들’이 새로운 의미망을 창출하는 과정을 랑시에르는 바로 이 책 <역사의 이름들>에 와서 처음으로 주체화라고 명명한다. 여기서 주체화라는 개념은 대중도 아니고 개인도 아니며, 심지어 인민도 아닌 어떤 ‘주체 아닌 주체’가 주어진 말의 자리에서 벗어나고 이 자리를 바꿔가는 무제한의 역량을 지시한다. <역사의 이름들>은 랑시에르 자신의 이러한 역사/철학 연구를 바탕으로, 미슐레에서 브로델에 이르는 일련의 역사가들을 다시 읽으면서 주체화의 글쓰기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이 책의 발단은 국제철학원의 세미나(1987-88)와, 알랭 바디우가 주도하는 모임인 ‘페로케’가 주관했던 토론회(1989)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 시기의 바디우는 자신의 주저인 <존재와 사건>을 출간하면서 주체화를 사유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런 바디우가 자신의 사유를 대중의 정치로 전화시키기 위해 조직했던 ‘페로케’의 토론회에서 랑시에르는 주체화를 하나의 개념으로 처음 명시하는 이 책을 시작했던 것이다. 4.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과학인 역사라는 특이한 언어/글쓰기야말로 주체화를 재현하는 언어/글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 <역사의 이름들>의 가장 중요한 전언이다. 랑시에르에게는 주체화의 조건과 형식을 숙고하는 일련의 정치 텍스트들이 있고, 문학예술 작품들을 읽으면서 주체화의 미학을 제시하는 텍스트들이 있다면, 여기 번역 출간되는 책은 역사를 우회하여 주체화의 재현이라는 난점과 대결한 성과물이다. 이 책에서 랑시에르는 주체화를 수행하는 이단적인 말하기를 어떤 존재 양식 또는 측정할 수 있는 정체성으로 환원해서 설명하려는 문제 설정 일체를 비판한다. 따라서 이 주체화의 말하기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타자성을 그 어떤 동일성으로도 환원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긍정하는 글쓰기가 요청된다. 랑시에르는 이런 글쓰기의 준거를 버지니아 울프(나 프루스트나 조이스 등)의 언어에서 구한다. 요컨대 단편적이고 불확정적이며 틈새가 벌어진 말하기를 특징으로 하는 주체화의 말하기에 적합한 재현 양식은 울프 등에 의해 수행된 문학 혁명의 방향으로 수렴되는 글쓰기로서의 역사라는 것이 랑시에르의 제안이다. 이것은 진리 인식의 생산이라는 견지에서 과학임을 자임하는 어떤 지식 안에 이 주체화 고유의 불확정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랑시에르는 바로 이러한 지식을 ‘역사(라는 지식)’에서 찾는 창의적인 시학적 분석을 전개하여, 과학적/서사적/정치적 삼중 접합의 담론으로서의 역사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5. 우리 시대 불온한 인문학의 핵심 쟁점이 타자성에 관한 사유라면, 더 정확히 말해 타자성을 자기동일성으로 환원하지 않고 긍정/환대하는 것이 저 사유의 관건이라면, 이 책은 역사학의 안과 바깥에서 이러한 사유의 정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 바깥에서 주체화의 역사적 현실성을 사유하고 재현하려고 분투하는 이들에게 지적인 자극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서발턴 히스토리/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 등이 운위되면서 이른바 (근대)역사학 자체에 대한 비판과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적 역사 연구와 서술이 모색되고 있는 역사학 안의 연구자들에게도 지적인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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