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서양사 개설서의 압도적인 표준
이 책은 <서양 문명의 역사(Western Civilizations)>(16판, 2008년)의 완역본이다. 균형 잡힌 서술과 명료한 문체로 1940년대 이래 영어권에서 정평을 얻고 있는 이 책은 각별히 문화사에 큰 비중을 둔 서양사 개설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0여 년 동안 영어권에서만 100만 명이 넘는 독자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가히 영어권 최고의 서양사 개설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941년 에드워드 맥널 번즈의 단독 저서로 초판이 간행된 이 책은, 한 세대가 넘도록 절찬리에 개정을 거듭해 오다가 9판(1980년)부터 로버트 러너와 스탠디시 미첨이 공저자로 참여해 2세대 <서양 문명의 역사>로 재탄생했다. 미국 대학의 서양 문명사 강좌에서 가장 정평 있는 교재로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품격 있는 고급 교양서로 명성을 얻었다. 1994년 소나무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서양 문명의 역사>는 10판(1984년)이었다. 한국에서도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 대학생은 물론이고 일반인 독자들로부터 크나큰 사랑을 받으면서 서양사 개설서의 압도적인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서양 문명의 역사>는 14판(2002년)부터 3세대로 접어들었다. 주디스 코핀(Judith G. Coffin)과 로버트 스테이시(Robert C. Stacey) 두 사람이 공저자로 투입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해 선보이는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는 16판(2008년)을 원본으로 삼았다. 3세대 <서양 문명의 역사>의 초판격인 14판의 내용을 15판(2005년)에 이어 수정 보완한 책이다. 2세대 저자들이 빠지고 3세대 저자 두 명으로 지은이가 모두 바뀐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기존 2세대 <서양 문명의 역사>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책’이다. 그래서 기존 <서양 문명의 역사>와 차별화하는 뜻에서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라고 이름 붙였다.
3세대 저자들이 쓴 <서양 문명의 역사> 16판
이렇듯 이 책은 3세대에 걸친 역사가들의 학문적 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앞선 1.2세대 저자들은 변화하는 환경과 사회 그리고 문화에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했는지에 유의하면서 생동감 있는 문체로 집필해왔다. 3세대 저자인 코핀과 스테이시는 그들의 업적을 토대 삼아 전통적인 강점을 고스란히 유지하고자 힘썼다. 정확성을 양보하거나 복잡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서술의 명료성과 이해가능성을 추구했으며, 교사, 학생, 역사학자의 역사적 관심의 변화를 반영해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
저자들은 서양 문명에 대한 지식수준의 확대에 부응해 서유럽 바깥 세계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였다. 사회사, 문화사 및 여성사의 새로운 학문적 업적을 본문의 설명에 융합시키는 동시에 경제사, 종교사, 군사사에도 관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와 문화를 하나의 공통된 세계사적 경험의 일부로 제시함으로써 최근 서양 역사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구사적 관점을 포용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이 책을 집필하면서 최대한 가독성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었다. 힘차고 명료하며 간결하게 서술했으며, 독자들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기존 판본과 달리 본문을 새로운 연구 성과에 따라 업데이트했을 뿐만 아니라 핵심 문제를 반복 서술하며, 인용 사료에 대한 분석 문제를 제시했다. 특별한 사건, 주제, 시대를 중심으로 간략한 연표가 곳곳에 삽입되어 있어 본문의 세부 설명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했다. 특히 130개에 달하는 정밀 지도는 역사의 발전 과정에 지리적 요인이 끼친 역할을 설명하면서 독자가 역사 읽기에 분석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끈다. 또한 주요 사건과 관련해 인용되어 있는 사료는 일부러 찾아 읽기 전에는 구하기 힘든 당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려준다는 점에서 암기식 역사 공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역사 교육과 즐기는 역사 학습의 방편을 제공해준다.
한국어로 된 유일한 21세기형 맞춤형 서양사 개설서
역사 지식에도 그 격조 면에서 높고 낮음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는 기존의 잡다한 유사 개설서들을 압도하는, 정련된 학문 수준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책은 대단히 탁월한 이야기 방식을 통해 서양 역사의 큰 흐름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현대인이 시간적 거리로 말미암아 상상하기 힘든 역사적 상황들을 절묘하고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요컨대 이 책은 ‘수준’과 ‘재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역작이며, 서양사 입문을 위해서나 교양으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독서의 품격’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