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은 뉴스 앵커의 목소리였다.
“1986년의 크뤼트네와 2002년의 J○○2E2를 기억하십니까?
어제 저녁, 제2의 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달은 그것이 오직 하나라는 사실이 견고해질 때쯤 한 번씩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의 달이 또 한 번 발작을 일으켰다. 달은 플라나리아처럼 두 개체로 분리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예상 못한 발작이었다.
달은 또 하나의 달을 복제해놓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떠 있었다.
무중력조차 중력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상의 무서움과 서글픔에 대한 자기 비판적 보고서!
1996년 한국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3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 《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 《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13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5천만원 고료)은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이다. 심사위원들에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은유와 농담으로 표현하며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그려나간다”고 평을 받은 이 작품은 뉴스홀릭 ‘노시보’를 주인공으로, 달이 2개에서 6개까지 분화하는 과정과 함께 지구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달이 하나 둘 분화하면서, 달로 이주하려는 무중력자들이 등장하고, 사회는 달로 떠나려는 사람들과 자살자들이 늘어난다. 그와 더불어 노시보의 일상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구보의 일상까지 완전히 바뀐다. 엄마는 달 여행 후 무중력미용실을 개업하고, 소설가를 꿈꾸던 구보는 돈을 벌기 위해 ‘무중력 판타지아’ 회사에 취직하고, 사법고시 공부하던 형은 가족 몰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뉴스를 만들어내는 기자에게 ‘무중력증후군’이라는 병명을 판명받게 되는 노시보! 결국 6개까지 생겨났다는 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고, 노시보는 또 다른 뉴스에 의해 만들어진 신종병에 물들어간다. 그런 과정 끝에 주인공은 스스로 조금은 성장했음을 깨닫게 된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고시생 형 노대보, 한 달 동안 달 여행을 갔다 온 후 무중력미용실을 연 엄마, 바둑 기원을 다니다 결국은 엄마의 ‘셔터맨’이 된 아버지, 소설가로의 등단을 꿈꿨으나 ‘무중력 판타지아’ 회사에 들어갔다가 결국은 다시 자기 세계로 돌아간 친구 구보, ‘뉴스는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기자 송영주, 같이 근무하는 부동산 회사의 이 과장, 홍 과장, 조부장. 소설 속에 묘사되는 인물들은 지금 우리 옆에서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MP3 플레이어로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인터넷을 켜고, 포털사이트 화면에서 뉴스를 클릭하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직장인의 고충과 비애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관한 탈출을 뉴스에 매달리며 표출하고 만족하는 노시보의 엉뚱한 발상과 모습이 때론 사랑스럽다.
1년 동안 다닌 회사가 8군데이고, 그 중의 반은 회사가 망해서 그랬다는 노시보의 직장생활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의 일상이며, 달이 분화한 후 등장한 무중력자들의 집회와 문워크 장면, 땅뿐만 아니라 달까지 팔려고 하는 부동산 회사 등의 엉뚱한 상상은 지금 현실과 교묘히 맞물려 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소화불량’, ‘외로움’, ‘숙취’, ‘엉덩이 처짐’, ‘눈 밑 주름 강박증’, ‘신경질적 무릎 관절염’ 등 과거에는 없었으나 현대에 와서 생긴 수많은 병들이 결국은 ‘무중력증후군’이라는 판명을 받게 될 때쯤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달이 늘어난 후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pp.154)”처럼, 뭔가 터져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달의 분화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작점이자, 혹은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끝이 되었다. “편의점에 갔다가 보름달 빵을 보는데, 문득 ‘편의점에서 달을 판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글 속에서 ‘달은 상징일 뿐, 중요한 것은 지구 위의 삶’이라고 얘기한다.
심사위원들에게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땅에 두 발을 딱 붙이고 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엉뚱한 상상력과 촘촘하게 짜여진 구조와 더불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조차 여자 작가가 썼다는 말에 놀랄 정도로, 남자를 화자로 쓰인 이 책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5살 남자의 가족과 직장 생활, 소소한 일상과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주요 내용
스물다섯 살의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받고, 인터넷 뉴스의 댓글을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노시보가 불안한 때는 뉴스가 없을 때이다. 세상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 혹은 아무런 뉴스도 듣지 못하는 동안 노시보는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노시보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8개의 직장을 다녔다. 기원(碁院)에 다니시는 엄한 아버지와 모든 종교를 다 섭렵하신 엄마,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형이 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 미라와는 최근에 헤어졌다. 그는 현재 부동산 회사에서 땅을 파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느 날 달이 2개로 늘어난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히고, 세계적으로 가출과 폭력과 자살이 속출한다. 종말론이 다시 등장하고, 백년 후의 지구 상황을 예측하며, 달에 기지를 세우자는 등 달을 여러 가지로 활용하려고 한다. 달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스스로 중력을 초월하는 무중력자라고 부른다. 무중력자들은 지구를 떠나기 위해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무단가출을 하면서 지구에서 사라진다. 집에서는 엄마가 달구경을 간다고 사라졌고,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형은 부모님이 안 계신 틈을 타서 집에 와서 몰래 몰래 요리를 해놓고 가곤 했다. 두 번째 달이 뜬 후 15일 후에 세 번째 달이 뜨면서 사회에는 연쇄적인 범죄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스스로 ‘종합병원’이라고 부를 만큼 몸 곳곳이 자주 아픈 노시보는 병원과 한의원에 가는 것이 일종의 취미활동인데, 그런 증상에 관심을 갖는 기자 송영주(퓰리처라 부름)를 만나게 된다.
달이 4개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달을 생활터전으로 인식한다. 달나라 분양권이 팔리기 시작하고, 금세 동이 난다. 땅을 파는 노시보의 회사에서는 불황이 깊어지자, 사장이 나서서 달을 팔겠다고 나선다.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무중력 미용실을 개업하고, 친구 구보는 섹스머신 ‘무중력 판타지아’를 팔기 시작한다. 노시보는 기자 송영주와 함께 건강검진을 하고, 일과 연관되어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되지만 기자는 타이밍을 맞춰 뉴스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달이 뜨는 것도 일상적인 자연현상이 된다. 예고한 시간에 달이 뜨고, 규칙을 발견한 사람들은 긴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긴장하지 않는 그 순간, 송영주는 노시보의 병명을 발표한다. 무중력증후군!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마다 모든 의사가 무중력증후군이라고 판정하며, 모두가 같은 병을 앓게 된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중력증후군을 사고파는 일까지 생겨난다.
달은 6개까지 늘어나고, 모든 무중력적인 사업들은 인기를 잃는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달이 뜨기로 한 날, 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