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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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최고의 소설은 박형서의 「아르판」, 창작집은 한강의 『희랍어 시간』! 9회째를 맞는 『2012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이하『2011 오늘의 소설』)을 펴낸다. 지난 한 해 동안 발표한 소설과 창작집·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고 우리 기획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선정하는 방식은 여느 해와 다를 바 없다. 추호의 사심도 용납하지 않는 평가의 엄정함 속에서 고심 끝에 선정한 여덟 편의 소설과 아홉 권의 창작집·장편소설을 토대로 『2012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을 묶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소설’에는 박형서의 「아르판」, 김경욱의 「인생은 아름다워」, 윤후명의 「오감도로 가는 길」, 편혜영의 「개들의 예감」, 조현의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 1」,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정미경의 「파견근무」, 박민규의 「로드킬」이 선정되었다. 이 여덟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작품은 박형서의 「아르판」이다. 박형서는 작년(「자정에 픽션」)에 이어 연속으로 ‘오늘의 소설’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으며, 이것은 ‘오늘의 소설’을 낸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박형서의 「아르판」은 추천도 많이 받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획위원들로부터 소설 전반에 대한 작가로서의 자의식, 문체, 작품성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박형서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식은 조현과 김사과 같은 젊은 작가의 소설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의지적 몽상’을 연상시키는 이들의 작가로서의 태도와 소설 세계를 통해 우리는 새삼 한국 소설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2012 오늘의 소설’에 선정된 여덟 편의 소설이 어느 해보다 문제적인 소설로서의 여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작집과 장편소설에서는 한강의 『희랍어 시간』, 정용준의 『가나』, 최인석의 『연애, 하는 날』, 김훈의 『흑산』,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정유정의 『7년의 밤』, 김이설의 『환영』,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천운영의 『생강』 등 아홉 권이 선정되었다. 아홉 권 모두 다양한 서사적인 상상력과 표현의 묘미를 보여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한강의 『희랍어 시간』,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정유정의 『7년의 밤』 등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오늘의 소설’을 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느낀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작품에 대한 비평적 안목보다는 작가의 명성과 출판 자본의 독점에 급급한 태도를 보이는 문학판의 동업자들 때문이다. 작가든 아니면 비평가든 여기에 휘둘리지 않는 의연함이 절실하다. ‘오늘의 소설’을 묶는 내내 여기에 휘둘린 작가들(비평가들)의 불안한 행로를 그들의 소설(엔솔러지)을 통해 확인하면서 씁쓸함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단순한 분노나 연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하는 ‘오늘의 소설’이 이러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우리 문단의 진정한 비평적 가치 기준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 작품에 대한 성실한 독서는 기본이고, 작품을 보는 직관적 능력, 현실상황과 문단의 상황을 두루 꿰뚫는 통찰력, 작가들의 현재 상태와 작품들의 완성도를 날카롭게 냉정하게 파헤치는 비평적 시선을 토대로 우리 소설의 권위와 우리 비평의 권위를 세우는 계기가 ‘오늘의 소설’을 통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2 오늘의 소설』은 선정된 작품들과 작품집을 수록하고 이들에 대한 분석을 담은 기획 좌담 「‘의지적 몽상’, 한국 소설은 ‘아직’ 살아 있다」와 박형서 작가 인터뷰(김대산)를 함께 실어 세상에 내보낸다. 작품 한 편 한 편과 작품집들, 여기에 덧붙인 좌담과 인터뷰가 모두 의미 있고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