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박동규 교수의 햇살 담긴 이야기!
이 책은 52편의 작은 이야기로 읽는 이들을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1950년, 마을 아이들과 한패가 되어 옥수수를 나눠 먹던 열여섯 살의 인민군 병사, 피난길에 돈이 없어 종일을 굶다가 어느 시골 할머니가 손에 쥐어준 개구리참외의 뽀얀 속살을 본 순간 터져 나온 눈물, 파편이 날아다니는 길거리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아들의 이름을 목 타게 부르던 어머니의 모습……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 이야기다.
저자는 언제나 견고한 울타리가 되어준 가족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는 변했어도 ‘사랑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 박목월 시인과 다섯 형제들과의 추억은 시인의 <밥상 앞에서>에 나오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글 쓰고 사는 집’의 맏아들로 태어나 아버지가 만들어준 수제 노트를 가지고 학교에 가야 했어도 글 쓰는 명예로움으로 가난을 잊고 살았다는 저자의 고백은 가족과의 뜨거운 연대가 무엇인지를 오롯이 되돌아보게 한다.
너무나 각박한 세상이다.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출판사 리뷰]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박동규 교수의 에세이다.
「그땐 야박하지 않았어요」, 「낡은 반코트를 입고 다녀도」, 「작은 여분의 행복」의 3장으로 나누어진 52편의 작은 이야기는 읽는 이들을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저자의 추억을 건져 올려 얻어낸 옛 추억 속에는 요즘 세대들에겐 낯선 코드들도 더러 눈에 띈다. 시골 장터에서 엿 값을 걸고 어른들 틈에 끼여 신바람 나서 하던 엿치기, 먹을 것이 변변히 없었던 시절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간식거리로 준비해 놓던 찐쌀, 온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던 까만 운동화 한 켤레, 곽에 띠를 두르고 동네 꼬마들을 유혹하던 황금빛 캐러멜 한 갑, 양말에 전구를 넣고 깁던 어머니의 휘어진 등을 독자들은 세월의 나이테 속에서 만나게 된다.
기억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면 부유물처럼 기억의 편린들이 떠오른다.
찐쌀, 구멍 난 벙어리장갑, 손풍금, 황금색 캐러멜….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이 맺히는 추억의 물건도 있지만 더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아버지의 자애로운 눈길, 이웃집 아저씨의 너털웃음. 그 안엔 사랑과 인정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는 대여섯 살 무렵 한강 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부터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벗겨낸다. 폭탄 파편이 튀는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찾던 어머니. 캐러멜을 훔치던 아이들을 붙잡아선 오히려 캐러멜을 하나씩 주면서 '먹고 싶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구멍가게 아저씨. 우리도 그의 추억을 엿보며 잠깐이나마 나른한 행복에 젖는다.
머리말 중에서-
열두어 살이 될 때까지 겪었던 조그마한 삶의 한 점처럼 그렇게 짧은 추억의 스냅이지만 나는 이 어린 날의 추억에서 내 생명이 지닌 고유한 개성적 삶의 색깔을 찾아내곤 한다.
이 색깔은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온 가족의 속을 태우는 어린아이 같은 바보스러움부터 유난히 마음이 약해 불쌍한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주체 못하는 심약한 인간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관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으로 커오는 동안 언제나 용서하고 무엇을 해주지 못해서 가슴 아파하고 내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바라던 가족의 뜨거운 연대와 맺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