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과 탐정들

Erich Kästner and other · Kids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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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문고 3단계 26권. 에리히 캐스트너는 독일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동시에, 그중에서도 드물게 유머와 풍자를 적재적소에 사용했던 작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당시 독일의 나치즘에 열렬히 저항했던 지식인이자 어린이의 심리와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아동문학가이기도 하다. 1929년 초판 출간 이후 지금까지 한 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에밀과 탐정들>은 캐스트너의 첫 어린이책으로, 사려 깊고 착한 ‘에밀’과 그 친구들이 벌이는 추리와 모험을 그리고 있다. 나름의 잔꾀와 추리력을 가진 아이들이 그려 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는 전 세계 아이들을 매료시켰으며, 2005년 독일에서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도 만들어졌다. 캐스트너 작품을 통해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을 알린 발터 트리어의 그림 역시 이 작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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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사려 깊은 아이 ‘에밀’, 사건의 시작을 만들다 독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에밀은 착한 모범생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기분과 마음을 앞서 생각할 정도로 사려 깊다. (...)에밀은 입에 하나 가득 쑤셔 넣고 열심히 먹어 댔다. 하지만 가끔씩은 퍼 넣던 손을 멈추고 어머니의 눈치를 살폈다. 곧 헤어질 텐데 먹성이 좋은 아들을 보고 혹시 어머니가 섭섭해할지도 모르니까. _37쪽 “(...)엄마는 친구들과 끝까지 함께 놀아도 된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거야. 그래서 나도 엄마 말대로 해 보았지. 그렇지만 그러니까 놀 때에도 조금도 신이 안나. 솔직히 내가 일찍 집에 가면 엄마는 속으로 기뻐하거든.” _127쪽 그런 에밀이 베를린으로 기차에 홀로 탄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와야 하는 심부름을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낯선 신사가 준 초콜릿을 먹고 잠깐 잠이 든 사이, 엄마가 쥐여 준 돈 140마르크를 도둑맞는다. 범인이 그 신사라고 확신한 에밀은 낯선 역에 내려 추적하기 시작한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말이다. “끔찍하다. 경찰한테도 도와 달라고 할 수가 없다니!” 하고 속만 태울 뿐이다. 왜냐하면 에밀은 지은 죄(자신이 사는 동네 공원에 있는 위인 동상 얼굴에 몰래 낙서를 했다)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에밀은 기차 안에서 잠깐 졸았을 때도 동네 경찰 에쉬케 경사가 맹렬히 추격해 오는 악몽을 꾼다. 캐스트너는 독자들에게 ‘착한 어린이’의 표본을 보여 주기 위해 에밀의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요소로 둔 것이다. 착한 에밀을 계속해서 괴롭혀 온 그 작은 (그리고 귀여운) 죄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비대해지는 이 사건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기에 자기 스스로 범인을 추적하고 미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범인을 검거할 작전을 짜고, 마침내 승리한다. 결국 《에밀과 탐정들》에서 보여지는 어린이들의 주체적인 생각과 행동들은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에밀의 선한 성정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한 일, 도움이 되다 : 캐스트너가 말하고자 했던 것 에밀이 자신의 돈을 훔쳐간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에밀 혼자만의 공은 아니다. 베를린에서 만난 구스타프와 교수, 꼬마 딘스탁을 비롯한 수많은 탐정들 덕분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에밀을 돕고자 했던 것은 곤경에 빠진 에밀에 대한 측은지심이나 동정심이 아니라, 이 사건에 재미와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에밀이 가장 먼저 만난 친구 구스타프는 에밀의 사연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와, 형씨, 굉장한데! 꼭 영화 같다! 이제 어떻게 할 건데?” (...) “어쨌든 도둑 이야기는 정말 끝내준다. 틀림없이 엄청난 사건이야! 형씨, 너만 좋다면 내가 도와주지.” _90쪽 구스타프는 순전히 재미있겠다는 생각 하나로 자신이 가진 경적을 울려 동네 아이들을 모아 온다. 한 연대를 이룬 아이들은 나름대로 치밀하게 작전을 짜고, 역할을 나누어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그 역할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이어도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은 범인을 잡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 작전의 합류된 아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결국 검거된 범인은 백여 명의 아이들에게 쫓기는 장관을 만들어 낸다. 격변하는 사회 속 문제에 끊임없이 저항했던 캐스트너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지속해서 이야기했던 주제는 인류애와 공동체, 정의, 그리고 현대 사회 속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런 만큼 캐스트너는 《에밀과 탐정들》에도 아이들의 모험과 여정, 그리고 행동을 통해 이러한 가치들을 담아냈다. 도둑으로 비유된 이기주의, 그에 맞서 힘을 합쳐 싸운 공동체의 승리, 거대한 명분이 아닌 사소한 호의와 흥미로 시작되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 마침내 이뤄낸 정의 등의 메시지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밀도 있는 서사에 녹아 독자에게 시나브로 스며든다. ▶ 조력자 캐스트너, 작가의 특별 출연 캐스트너는 《에밀과 탐정들》에서 카메오로 등장해 독자들에게 소소한 반전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는 에밀이 돈을 도둑맞고 탄 177번 기차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대신 표 값을 내준 신사이자 에밀과 아이들이 해결한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로 분한다. 에밀은 캐스트너가 없었다면 돈을 훔쳐간 도둑을 미처 쫓아가 보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해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캐스트너는 자신의 손으로 어려움에 빠트린 주인공 곁에 깜작 등장해,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이야기의 본격적인 물꼬를 튼 셈이다. 또, 결말에서는 에밀과 아이들의 활약상을 신문 기사로 퍼트려 세상에 전달한다. 에밀을 본래 목적지인 외할머니 댁으로 돌려보내는 이 역시 캐스트너다. 캐스트너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등장하여 주인공의 모험 계기에 도화선을 만들고,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알리며 따뜻한 보금자리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현실의 캐스트너가 가진 작가의 역할과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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