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자유, 평등, 진화, 민주주의 현대를 만든 핵심 사상과 그 발명가들 혁명적 사유와 그 반동의 역사를 만나다 사상이 현실을 만들고 역사를 움직인다 “군대의 침공에는 저항할 수 있어도, 사상의 침공에는 저항할 수 없다.” 본문의 첫머리에 놓인 빅토르 위고의 경구가 말하듯, 이 책은 ‘사상’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지성사 책이다. 정신과 사상의 계보도를 그리는 지성사 서술에서 사상의 중요성이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이 책은 조금 더 나아간다. 사상이야말로 이 세계를 구축한 수많은 결정과 행동의 원천이며, 현실을 창조한 결정적 요인이자 역사의 동력이라는 것. 그 사상은 처음 등장할 때는 지나치게 독창적이거나 지나치게 대담하여 거부당하기 일쑤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이 현실을 재구성한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기본 전제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세계를 만든 사상은 무엇인가? 《현대의 탄생》은 그 핵심 사상의 역사를 추적한다. 즉 정치, 경제, 과학, 종교의 영역에서 20세기를 주조했고 21세기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네 가지 결정적 아이디어를 다룬다. 이 책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찰스 다윈, 토머스 제퍼슨과 알렉산더 해밀턴으로 대표되는 미국 초기 민주주의자들이 바로 현대성과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상의 담지자들이다. 곧 자유, 평등, 진화, 민주주의라는 네 가지 핵심 사상이 현대 세계의 모습을 만들었다. 스미스를 언급하지 않고 현대 경제학의 출현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야기할 수 없으며, 마르크스는 이 시스템의 전복을 추구하는 혁명의 영감이 된 사상을 펼쳤다. 다윈은 자연과 인간을 재정의하는 가운데 세속적 의미의 인간 역사를 가능하게 했으며, 미국의 건설 방식을 놓고 벌인 제퍼슨과 해밀턴의 논쟁은 현대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공화국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현대의 ‘발명가’이며, 이들의 사상은 18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다. 그 추종자와 적들의 사상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현대성’을 이해하려면, 첨예한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오늘날의 글로벌 사회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이들의 사상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몇백 년이 흐른 뒤에도 이들을 ‘현재의 텍스트’로 읽고 논해야 하는 이유이다. 네 가지 핵심 사상에 집중하면서도 그 원천과 계보와 영향력을 포괄함으로써 깊이와 폭을 갖춘, 또한 사상의 공과에 공정하게 접근한 이 새로운 지성사가 그 길을 안내할 것이다. 계몽주의와 그 적들의 역사 ― 싫은 사상도 ‘진짜’ 사상이다 이 책이 선택한 현대의 발명가들은 모두 계몽주의의 후예들이다. 17~18세기에 탄생과 초기 성숙을 거쳐 19세기에 팽창한 계몽주의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근본 개념을 바꾼 ‘현대’의 사상이었다. 옹호자와 반대자의 대결을 통해 현대를 주조한 사상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러므로 다르게 표현하면 계몽주의 대 반계몽주의, ‘계몽주의와 그 적들’의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에 따르면 ‘반’계몽주의는 계몽주의의 승리에 따른 불가피한 반응이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계몽주의적 사고의 산물이라면, 전체주 의적 공산주의와 파시즘, 그리고 종교적 극단주의에 의한 반동 역시 계몽주의적 사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성과 자유의 옹호에서 출발한 계몽주의는 검증과 확장과 거부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적 자유, 경제적 자결권, 개인의 자유와 평등, 종교적 관용, 공산주의, 내셔널리즘, 인종‘과학’, 종교 근본주의, 폭력혁명의 사상 등을 아우르게 되었다. 이 책은 현대를 만든 네 가지 핵심 사상에 더해, 이 사상들의 공통 지반이라 할 계몽주의와 맞서 싸우려고 봉기한 핵심 사상들을 같이 다룬다. 이 사상들은 계몽주의의 자유주의와 자유사상과 과학을 거부했다. 반계몽주의의 다양한 반동은 19세기 동안 자라나 20세기 초에 ‘파시즘’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종교적 반동이 두드러지는데, 이 책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에 주목한다. 두 종교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경전에 대한 문자적 해석, 단 하나의 믿음에 대한 추종과 다른 모든 믿음의 가치에 대한 부정 등을 특성으로 하는 근본주의나 파시즘의 사상이 증식하는 것은 단순히 비합리적인 감정의 산물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우리가 싫어할 수 있는 사상들 역시 ‘진짜’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를 견지할 때,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파시즘, 극우 이데올로기, 보수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극단주의의 기원과 맥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 : : 인간과 도덕과 돈의 과학 ― 경제학과 도덕은 분리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를 완전한 자유시장의 열렬한 사도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가 주장한 다른 많은 측면을 깡그리 무시해야 한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자유시장의 사도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는 흔히 알려진 것보다 굉장히 다층적인 사상가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진짜’ 스미스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의 부와 번영을 논한 《국부론》의 저자이자 타인에 대한 공감 등 인간의 본성을 통찰한 《도덕감정론》의 저자이며, 그의 저작에서 경제학과 도덕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미스 이후 자본주의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 즉 자유시장이야말로 부를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주장과 자유시장만으로는 좋은 사회의 요건을 갖추기 어려우므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저자들에 따르면 정작 스미스는 두 가지 주장을 모두 지지했다. 그는 개인의 자기이익 추구와 자유로운 시장질서가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며 정부의 통제를 반대했지만, 동시에 빈민을 돕고 노동계급을 향상시키는 등의 공공선에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산업혁명이 막 시작될 무렵에 살았던 스미스는 현대 경제의 작동을 예측하지 못했으나, 너무 많은 불평등과 너무 많은 영향력이 강력한 경제적 이익집단에게 쏠리도록 허용한다면 자유와 번영 양쪽 모두에 좋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런 통찰이 부족했던 것은 스미스가 아니라 그의 추종자들 가운데 일부이다. 저자들이 보기에 스미스가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인 까닭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미스의 저작에 대한 면밀한 분석, 그리고 그의 앞뒤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사상의 계보에 대한 총체적 분석을 통해 ‘진짜’ 스미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 : : 명석한 이론의 비극적 결과 ― 더 정의롭고 더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이 책이 줄곧 강조하는 사상의 옹호자와 반대자들 사이의 투쟁 가운데서도 카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1818~1883)야말로 지상 최대의 추종자와 적을 거느린 가장 뜨거운 사상가라 할 만하다. 저자들은 마르크스를 가리켜 19세기의 다른 어떤 지식인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20세기에 발휘한 인물이라 평하면서, 그의 사상의 위대함과 더불어 그가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친 현대사의 비극을 같이 살펴본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세기 유럽 사회의 불의를 목격한 마르크스는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꿈꾸었다. 그는 헤겔의 변증법적 역사관에 ‘생산양식’을 더해 변증법적 유물론을 내놓았으며, 혁명을 통한 불평등과 불의의 전복을 이야기했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역사와 경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었는데, 그는 “여러 가지 점에서 옳았고, 또 여러 가지 점에서 틀렸다”. 불평등과 과잉생산 등 자본주의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으나 자멸하지 않았으며, 노동자들의 처지는 혁명이 아니라 개혁을 통해 더 많이 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