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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은 범죄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에이드리언 레인은 이 간단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품고 35년 동안 연구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4년간 근무하며 범죄자들을 지켜보았으며 연쇄살인자, 사이코패스, 비행청소년 등 흉악한 범죄자들을 수백 명 인터뷰했다. 또 심리학, 범죄학, 생물학, 사회생리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실시했다. 전 세계를 돌며 실행된 연구를 통해 그가 얻은 확신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신경범죄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에이드리언 레인, 35년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던지는 도발적인 주장!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내 몸에 범죄자의 표시가 있다? 오른손을 펴서 손바닥 위쪽에 있는 손금을 보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하나의 긴 선이 보이는가? 아니면 이어지지 않은 두 개의 선인가? 이어진 손금 한 줄이 보인다면 진화가 덜 된 원시인에 가깝다는 표시일 수 있다. ‘범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범죄학자 체자레 롬브로소는 이런 표식이 진화론적인 특징이며, 신체적 외형을 통해 폭력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약지(넷째손가락)를 검지와 비교해보라. 어느 쪽이 더 긴가? 검지가 더 길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약지가 검지보다 길다면 범죄자가 될 자질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약지가 긴 것은 태아 시절 남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결과인데, 약지가 긴 남성은 육체적인 우월함, 남을 지배하려는 경향, 공격적인 인성을 지녔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성향은 범죄자들에게 흔히 발견된다. 손금이나 손가락 길이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얘기가 터무니없는 얘기로 들린다면, 유전자와 뇌는 어떤가?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살인자, 연쇄살인자, 사이코패스 등 범죄자들은 특정 유전자의 결함 때문에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며, 뇌의 특정 영역이 발달하지 않았거나 활성화되지 않아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출산합병증, 임신 중 흡연과 음주, 중금속 중독, 영양실조 등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생물학적인 특성은 상당히 많으며, 적어도 우리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하며 확실하다. 왜 어떤 사람은 범죄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사람은 왜 나쁜 짓을 할까? 왜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폭행하고 죽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폭력의 원인을 사회적·환경적인 요인에서 찾았다. 어린 시절 주거환경, 청소년기의 친구관계, 불합리한 사회제도와 교육제도 등 개인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사회적 경험과 영향 탓에 범죄자가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범죄자의 씨가 따로 있다는 생각, 범죄자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주장은 이미 1870년대부터 논의되었다. 그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PET, CT, fMRI, aMRI 같은 뇌 촬영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유전자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짐으로써 인간의 신체적 조건과 생물학적 요인이 범죄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기되었다. 신경범죄학은 뇌 영상기술과 신경과학의 연구원리를 적용하고 생물학/뇌과학/심리학/범죄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이론과 연구결과를 결합함으로써 범죄자를 분석하며, 궁극적으로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학문이다. 신경범죄학의 개척자이자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이드리언 레인은 《폭력의 해부》를 통해 폭력의 뿌리와 범죄의 근원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의 과정을 들려준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브리티시항공의 회계사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심리학과 범죄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가 범죄의 어두운 세계로 들어선 계기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 때문이었다. ‘왜 어떤 사람은 범죄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 유력한 용의자는 유전자와 뇌 저자는 폭력의 근원을 찾기 위해 유전자, 뇌, 진화론, 신체표지, 인류학, 자녀양육 등 다양한 주제를 파고든다. 첫 번째로 유력한 용의자는 유전자다. 연구 결과,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성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음이 밝혀졌다. 모노아민 산화효소A를 생산하는 MAOA 유전자는 충동성 통제, 주의력, 기타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에 대사작용을 하는데, 이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낮은 IQ, 충동성, 낮은 주의력,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을 초래해 충동적인 공격성으로 이어진다. 유전과 관계된 흥미로운 실험은 쌍둥이와 입양아 연구에서 볼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공격성과 폭력성이 40~50퍼센트 일치한다. 어릴 때 헤어져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도 반사회적 행동이 41퍼센트 일치한다. 범죄경력이 있는 친부모를 둔 입양아가 자라서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 유전자는 범죄의 원인을 절반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 용의자는 뇌다. 고장 난 뇌가 범죄를 일으킨다. 범죄자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도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식은땀 따위는 흘리지 않는다. 그들은 전전두엽피질, 편도체, 해마, 변연계, 각회 등 뇌의 특정영역의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저자는 안토니오 부스타만테, 랜디 크래프트, 제인 토펀, 헨리 리 루커스, 테드 카진스키, 피터 서트클리프, 돈타 페이지 등 범죄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들의 사례를 자세히 분석한다. 그들의 삶과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전말을 자세히 묘사하며, 왜 그런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또 폭력성이 뇌 활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낱낱히 분석한다. 범죄의 근원이 천성이냐 양육이냐 하는 오래된 질문을 풀기 위한 쟁점은 유전자와 뇌로 요약된다. 저자는 사회적/환경적 여건을 바꿈으로써 유전자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음을 밝히고, 영양섭취, 흡연, 음주, 약물남용 등의 환경 요인들이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폭력이 줄어든 세상은 가능할까? 저자는 범죄의 원인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미래가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선다. 저자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래에는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을 미리 지목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체포하여 격리할 수 있다. ‘롬브로소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이 국가 정책의 내용은 SF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미래 세계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10세가 된 아이들에 대해 범죄 성향을 측정하는 전국아동심사프로그램과, 자녀를 양육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부모면허법이 실시되리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가상의 정책들에 뒤따르는 질문이 있다. 아이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시민권과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처벌해야 할까? 부모가 되는 데도 면허가 꼭 필요할까? 저자는 그저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밋거리를 내보이는 데 멈추지 않고 인간의 자유의지, 책임과 처벌, 양심과 응보 등 인간의 가치판단에 도전하는 진지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 책은 범죄와 폭력의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범죄를 예방에 대해 사회 각층이 모여 터놓고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의 바탕은 폭력의 해부를 통해 범죄와 범죄자를 철저히 분석하고 확실히 이해하는 일이다. 폭력과 범죄와 범죄자를 깊이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에 답을 구하는 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