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페미니즘이 국제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성차별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성장해 왔고 페미니즘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도 2015년 무렵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여성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2015년 영국에서 출판됐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유행한 '포스트페미니즘' 담론, 즉 여성이 이미 평등을 성취했고 성차별은 과거지사가 됐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여성의 처지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너무 많다. 사실 우리 생활의 일부 측면에서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 여성은 지구상의 극빈층 대다수를 차지하고 모든 사회에서 차별받으며 갖가지 방식으로 열등한 존재 취급을 받는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은 왜 아직도 차별받을까? 여성해방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러나 이 책은 여러 페미니즘 서적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첫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지은이는 마르크스주의자다. 주디스 오어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으로 여성 차별에 맞서 투쟁해 왔을 뿐 아니라 여성운동의 이론적?실천적 쟁점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참여해 왔다(주디스 오어는 2016년 7월 21~24일 방한해 고려대학교에서 열리는 '맑시즘' 행사에서 강연한다). 둘째, 여성이 겪는 차별과 억압, 개인들 사이의 억압적 관계를 묘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주디스 오어는 여성 차별의 원인을 밝히고 투쟁의 전략과 전망을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셋째, 페미니즘의 다양한 이론(가부장제, 정체성 정치, 특권 이론, 퀴어 이론, 이중체계론, 교차성, 사회재생산 등)과 쟁점(임신중절권, 가사노동, 외설 문화, 포르노, 성매매 등)을 이해하기 쉽게, 그러나 매우 논쟁적으로 다룬다. 넷째,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여성에게 이중의 부담을 안겨 주지만, 동시에 여성이 노동계급의 일부가 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억압에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됐다고 주장한다. 다섯째, 스스로 저항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단결하고 의식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은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2011년 이집트 혁명의 생생한 사례를 들어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 책은 페미니즘 이론과 쟁점, 여성운동의 역사를 다룬 훌륭한 입문서이자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