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커트 코베인’은 1967년 2월 워싱턴 주 애버딘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94년 4월 행방불명된 지 거의 일주일 만에 아무도 없는 그의 집 온실에서 장총과 함께 발견되었다. 아직도 그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타살의 유력한 용의자는 그의 부인이었던 ‘코트니 러브’이다. 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록 문화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너바나”는 코베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더욱 전설이 되었다.
이 책은 쓴 작가 찰스 R. 크로스는 코베인의 전기를 쓰기 위해 “그가 머리를 뉘었던 장소라면 한 군데도 빼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커트 코베인이 살아생전 쓴 일기, 그림, 발표되지 않은 곡, 기이하고 잡다한 소장품들은 현재 첨단으로 무장된 시설에 보관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그의 수집품을 통해 “그리고, 나를 이해해 주세요.” 라고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스스로 쓴 묘비명 같은 그의 말처럼 그의 짧았던 스물일곱 해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이다.
그가 남긴 것은 젊은 미망인과 두 살이 채 되지 않은 딸 프랜시스 그리고 몇 개의 히트곡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오히려 미술에 더 관심과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기타를 들고 있든 이젤 앞에 서 있든 그는 자신을 전형적인 의미의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술가는 자신을 완전히 표현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비극적 경험을 필요로 한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그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수많은 개인적 고통에 시달렸던 것은 오히려 그를 뛰어난 예술적 존재로 만들어 준 역설이다. 그가 자신을 어떤 존재로 분류하였든 그가 받았던 고통이 열정의 원료였으며 기능장애 역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인 동시에 선물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종의 부록, 그가 만들고 수집했던 비밀스런 역사를 포함해서 창작의 삶에 초점을 맞춘 부록이다. 책에 실린 많은 자료들 중 상당부분은 올림피아의 아파트에 놓여 있던 것들이며 성인이 된 후 커트가 살았던 다른 장소에서 찾아낸 물건들이다. 개인적인 스냅사진, 진귀한 폴라로이드 그리고 초창기 너바나의 기념비적인 자료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던 유년기의 귀한 자료까지 발견할 수 있다. 드물게 그가 찍은 처음 보는 사진들은 그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그만의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감사의 글 중에서]
커트 코베인의 미술 작업과 수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 말 《천국보다 무거운 Heavier Than Heaven》을 준비하면서였다. 그의 친구와 가족들을 인터뷰하는 내내 그들은 커트가 모은 물건들이 아주 다양하고 방대하다고 말했다. 처음에 나는 그냥 그들이 좀 과장하는 것이려니 여겼다.
나는 코트니 러브에게 커트의 소지품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그의 유품들이 시애틀의 어느 보관소에 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커트의 기타와 미술작품 등을 포함한 상자 가득 든 물건들은 이삿짐센터의 큰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커트가 그의 생애 마지막 몇 년 동안만 일정한 주소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양이었다. 망막을 스캔하고 들어갈 만큼 경비가 삼엄한 보관시설에서, 나는 오래된 입체 만화경 슬라이드에서부터 값을 매길 수 없는 왼손잡이용 기타까지 거기 있는 모든 물건들과 함께 홀로 남겨졌다. 1994년 4월 커트가 죽은 지 며칠 되지 않아 바로 옮겨져 보관되어온 물품을 조사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자 유일했다. 나는 커트가 창조한 작품과 그가 모은 것에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커트의 유품을 보고 싶다고 처음 코트니 러브에게 말했을 때 러브는 내게 백지 위임장을 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사진만 찍지 않는다면 정말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그녀가 했던 말 중에 “당신이 커트에 대해 글을 쓸 작정이라면 그가 자신에 대해 쓴 글을 읽어 보는 게 나을 겁니다.”라고 했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옳은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가 커트의 이야기를 잘 풀어 가리라 믿었으며 내 입장이나 그녀의 편에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커트만의 이야기를 하려면 독립적인 전기 작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보관소에 있던 시각적이며 3차원적인 커트 코베인의 소지품들을 통해 그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본 작업이다. 설명이나 분석과 같은 글은 모두 내가 직접 붙였다. DVD에 처음 나오는 경고문처럼 한마디 하건대 그러한 표현들이 썩 괜찮든 아니면 돌대가리 같이 멍청하든, 그에 대한 비난이나 불만은 오로지 나에게만 향하길 바란다. 분명 커트 코베인 재단과 러브, 수많은 친구와 가족들이 이 책을 위해 그들의 사유재산을 빌려 줄 정도의 믿음을 내게 주지 않았다면 이 책의 출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찰스 R. 크로스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