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2.0

우찬제 and 2 others · Soci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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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여지 없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여과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것이 일상적인 한국의 정치 풍경은 민주주의의 퇴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앞두고 시민들이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예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너는 누구의 편이냐’를 묻고 따질 뿐, 분석과 대안 모색은 있는 힘껏 회피하는 한국정치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1999년 ‘우리 안의 파시즘’ 기획을 제안하며 한국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었던 역사학자 임지현은 이 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를 통해,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퇴보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갑갑한 정치적 풍경 속에서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우리 시대 대표 지성들이 세대와 분야를 넘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공정과 능력주의, 세대-연공-인구의 착종, 국민주권 민주주의, 식민지 남성성, 일상적 인종주의, 관종과 인터넷 담론, 한국의 문화종교 현상, 수사의 정치학, 교가에 깃든 파시즘 등 우리 사회의 예민한 지점을 짚는 이 책은 뉴스에 지치고 민주주의에서 부족주의로 퇴화하는 듯한 현실을 우려하는 독자들의 시야를 넓게 트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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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여는 글.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일상적 파시즘은 어떻게 진화했는가?_임지현 01. 능력주의의 두 얼굴 민주적 공정사회인가, 엘리트 계급사회인가?_이진우 02.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낳은 기득권 한국의 노동시장 불평등은 어디서 유래하는가?_이철승 03. 국민주권 민주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정치 참여가 대의를 밀어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_박상훈 04.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한국사회는 왜 기후위기를 직면하지 못하는가?_정희진 05. 너무 익숙해서 낯선 일상적 인종주의 한국에는 정말 인종차별이 없을까?_조영한 06. 주목경제 시대의 주인공, 관종 프로보커터는 어떻게 담론을 오염시키는가?_김내훈 07. 한국의 작은 독재자들 정치종교와 문화종교 개념으로 살펴보는 퇴행적 대중의 출현_김진호 08. 천千의 언어, 천千의 대화 부사의 정치학이 낳은 배제와 억압을 넘어서_우찬제 09. 우리 안의 행진곡과 소리의 식민성 청각을 통해 작동하는 일상 속의 파시즘_배묘정

Description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퇴화하고 있는가? 민주화 이후 부족주의로 퇴보하는 ‘K-민주주의’를 진단한다! 대화의 여지 없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여과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것이 일상적인 한국의 정치 풍경은 민주주의의 퇴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앞두고 시민들이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예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끊임없이 ‘너는 누구의 편이냐’를 묻고 따질 뿐, 분석과 대안 모색은 있는 힘껏 회피하는 한국정치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1999년 ‘우리 안의 파시즘’ 기획을 제안하며 한국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었던 역사학자 임지현은 이 책 《우리 안의 파시즘 2.0: 내 편만 옳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를 통해, 우리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일상의 오징어 게임으로 퇴보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한국사회의 갑갑한 정치적 풍경 속에서 지금 여기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우리 시대 대표 지성들이 세대와 분야를 넘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공정과 능력주의, 세대-연공-인구의 착종, 국민주권 민주주의, 식민지 남성성, 일상적 인종주의, 관종과 인터넷 담론, 한국의 문화종교 현상, 수사의 정치학, 교가에 깃든 파시즘 등 우리 사회의 예민한 지점을 짚는 이 책은 뉴스에 지치고 민주주의에서 부족주의로 퇴화하는 듯한 현실을 우려하는 독자들의 시야를 넓게 트여줄 것이다. 1. 민주주의는 어떻게 더욱더 퇴보하고 있는가 ― 1.0에서 2.0으로 진화한 ‘우리 안의 파시즘’ 1999년 여름 《당대비평》에 ‘우리 안의 파시즘’ 특집이 발표되자 한국사회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때는 처음으로 ‘민주화세력’이 집권에 성공했던 시기로, IMF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때였다. ‘우리 안의 파시즘’은 민주화세력이 사회를 개혁하고 진보로 이끈다는 믿음에 제동을 걸었다. 운동권의 군사주의와 서열주의, 명망가들의 성추행과 가정폭력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랫동안 한국사회에 스며든 지도자 숭배와 복종의 문화, 가부장주의와 성차별주의, 민족주의적 과대망상증과 외국인 혐오 등을 고발한 ‘우리 안의 파시즘’ 담론은 ‘일상적 파시즘’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파헤쳤다. 그러자 ‘운동의 후퇴국면에서 나타나는 문화주의와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부터 ‘민중을 파시스트로 간주하고 적으로 돌리는 논리’라는 비난까지 격렬한 반응이 뒤따랐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수없이 좌절되었던 민주화가 정권교체라는 형식으로 실현된 것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우리 안의 파시즘’ 특집을 기획하고 일상적 파시즘을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로 끌어올린 역사학자 임지현은 이와 같은 반응에서 ‘좋은 헤게모니를 가진 우리’가 ‘나쁜 헤게모니를 가진 저들’을 몰아내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민주화세력의 안일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만 22년이 지난 지금, 임지현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권력의 작동방식이 힘에 의한 강제와 억압에서 내면화된 규율과 동의를 통한 자발적 복종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의학적 비상사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의학적 비상사태를 깊이 있게 토론하는 과정 없이 ‘위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논의를 봉쇄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한쪽은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쪽에 ‘토착 왜구’라는 딱지를 주저 없이 붙이고, 반대쪽은 상대방을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퇴행을 거듭하는 지금, 우리 안의 파시즘을 다시 한번 낱낱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일상과 의식을 이처럼 옭아매고 있는 한국사회의 파시즘적 결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미래가 없다. 지난 20여 년 ‘우리 안의 파시즘’이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 임지현, 〈우리 안의 파시즘, 그 후 20년〉 2. 한국사회는 어떻게 ‘진보’의 덫에 빠졌는가 ― 불공정과 불평등, 폭력의 기원을 찾아서 우리 안의 파시즘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불공정’과 ‘불평등’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철학자 이진우는 능력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명암을 조명한다. 능력 있는 사람이 합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은 사람들이 있는 힘껏 노력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하지만 ‘능력’을 사회적 상승의 절대적 수단으로 생각할수록 더욱 나은 조건을 갖고 있거나 세습하는 엘리트 계급에게 유리해진다. 능력주의가 사회적 지위의 획득 수단에서 기득권의 세습 수단으로 변질된 지금, 누구에게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이 확립되지 못한다면 계급 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사회학자 이철승은 세대 간 갈등이 세대 내 갈등으로 이전되는 양상을 ‘세대-연공-인구 착종’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연공 임금제(연공제)는 근무기간이 길수록 높은 임금을 주는 제도로 오랫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을 지배해왔다. 1980년대부터는 전투적 노동조합과 진보 지식인/정당의 네트워크가 결합함에 따라 다시금 정당성을 획득했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동시장의 상층에 굳건히 자리 잡음에 따라 일자리 배분과 임금 분배가 정체되어버리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지금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2030 여성과 남성 사이의 갈등도 근본을 파고들면 세대-연공-인구 착종이 놓여 있다. 세대-연공-인구 착종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융합 연구자 정희진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폭력의 근원을 우리에게 깊이 뿌리 박힌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에서 찾는다. 서구를 따라잡아야 할 모델로 간주하는 한편 남성을 약자로 설정하는 식민지 남성성은 여성과 자연을 복종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는다. ‘근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사회는 구성원을 경쟁과 갈등의 한가운데로 내몬다. 필자는 한국사회가 진보적 시간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제대로 직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추격발전을 멈춰야 이토록 폭력적인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 현대사를 지배하는 식민 콤플렉스 또는 제대로 된 국가, 더 나아가 ‘팍스 코리아나’를 향한 의지의 근원은, 기원을 상정한 역사주의에 기반한다. ‘아직은 아닌’이라는 사고방식, 즉 지금 여기의 현실을 부정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미래 지향의 추격발전주의는 성장 신화를 지속시키고 탈성장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 정희진, 〈식민지 남성성과 추격발전주의〉 3. 한국정치는 어떻게 민주화가 진척될수록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가 ― 대중의 정치적 주체화가 낳은 기묘한 모순 우리 안의 파시즘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은 한국정치다. 편을 갈라 싸우면서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는 여전하고, 더 나아가 상대를 비난하고 조리돌리는 행태가 일상적이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 행태를 ‘국민주권 민주주의’로 요약하고 그것이 드러내는 위험성을 낱낱이 살펴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촛불집회로 결집된 사회적 에너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세력이 힘을 합친 만큼 폭넓은 사회개혁을 추진할 만한 동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민주권’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특정 지지층의 목소리를 키워 반대파를 밀어내는 데 힘을 소모했다. 직접민주주의의 당위만을 강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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