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신작!
논스톱 누아르 장편소설, 《노란 집》
제7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2023 TBS 임금님의 브런치 BOOK 대상 1위
2024 키노베스! 2위
2024 일본 서점대상 6위
인간은 어째서 돈에 매료되어 죄를 저지를까
― 돈과 범죄 그리고 소녀의 삶이 얽힌, 축제 같은 이야기
2020년 봄,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토 하나’는 우연히 20대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 중인 60대 여성의 인터넷 뉴스를 발견한다. 3개월이나 지난 데다 후속 기사도 없는 짧은 소식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기사 속 피고인의 이름 때문. ‘하나’는 피고인 ‘요시카와 기미코’가 자신이 아는 그 ‘기미코’임을 직감하고 평생 잊지 못할 줄 알았으나 잊고 있었던, 20년 전 ‘노란 집’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기미코’와의 만남은 ‘하나’가 열다섯 살이던 1995년 어느 여름날 이루어진다. 엄마가 동료 호스티스인 ‘기미코’와 ‘하나’만 남겨두고 남자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가버린 것이다. 평소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엄마 탓에 낡은 집에서 홀로 생활하던 ‘하나’에게는 함께 닭튀김을 해 먹고, 같은 방에서 이불을 펴고 잠들고, 산책길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미코’의 존재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한 달간의 특별한 여름방학을 계기로 ‘하나’는 열심히 돈을 벌어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호해 주는 어른 없이 휘몰아치는 삶 속에서 안정적인 ‘집’은 요원해지고, 끝내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선택을 하고야 마는데…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색다른 ‘가족’과 ‘집’의 풍경을 조명하다
― ‘집’에서 ‘가족’과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
인간에게 ‘집’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물리적 공간이며 ‘가족’은 심리적 안식을 제공하는 사회적 집단이다. 특히 자립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집과 가족은 인격의 뿌리를 형성하고 규율을 배우는 최초의 사회가 되기에 안전하고 견고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집’은 폭력의 공간이자 인간의 행복을 옭아매는 제도의 최소 단위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하나’의 이야기는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술과 친구를 지나치게 좋아해 집에 온갖 낯선 어른을 들이는 호스티스 엄마와 단둘이 자라, 학교에선 가난하다는 이유로 놀림 받고, 매 끼니를 홀로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하는 등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누군가와 애착을 형성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그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독립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끝내 집을 벗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과 가족을 꿈꾸는 모습은 통념에서 벗어난 낯선 풍경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집’과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속에 인물들의 개성 역시 우리가 평소에 상상해 본 적 없는 삶의 풍경을 그리는 데 일조한다. 아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듯하지만 어딘가 오묘한 데가 있는 어른 ‘기미코’, 집에는 거짓말을 한 채 캬바쿠라에 출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란’, 단란한 가족인 척하는 집이 답답해 일탈을 꿈꾸는 ‘모모코’, 잡다한 범죄와 소일거리를 도우며 생활을 삶을 꾸려가는 ‘영수’. 사회의 시선에서 어쩌면 “쓸모없어” 보일 이들과 하나가 아픔을 나누고 결핍을 채워주며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 역시 따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멈출 수 없는 ‘논스톱’ 누아르 소설
― 인간의 면면을 세공하듯 비추는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
《노란 집》은 《헤븐》, 《여름의 문》 등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으며 혜성처럼 떠오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요미우리 신문에서 1년간 연재했던 소설을 엮은 작품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한 번쯤 스쳤을지 모를 다양한 여성 인물들을 작품에 그리며 사회의 여러 이면을 들여다보게 했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열다섯 살 가출 청소년 ‘이토 하나’를 화자로 내세웠다. 그리고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 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미성년의 목소리를 담담한 필치로 깊이 있게 그려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장편 소설을 독자들이 왜 읽는지’ 고민하며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힌 저자는 하나가 크고 작은 범죄를 거듭할 때마다 윤리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며 차츰 도덕의식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적나라한 단어로 밀도 있게 들려준다.
단순히 사회 변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을 빌어 그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인생에서 ‘하나’가 성범죄에 빠지지 않아서, 사람을 속이는 범죄에 가담해서, 거짓말을 해서와 같은 각자의 가치판단 기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문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우리가 어떻게 마주해가야 할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시작된 삶을 전력으로 살아보려는” 하나가 어떤 선택을 해나가는지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게 되는, 짜릿하고도 신기로운 독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빠르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서사를 따르다 보면 독자 역시 어느새 노란 집의 대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