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희정 · Social Science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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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2015년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며 1,023일 동안 농성을 했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삼성으로부터 사과와 보상을 약속받았다. 반도체 직업병 인정 싸움의 큰 성과였다. 그 뒤 반도체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질환 보상 제도가 마련되었고, 2022년 2월 현재까지 87명의 반도체 전·현직 근무자가 직업병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걸로 끝일까? 직업병임을 인정받았고, 보상도 받았으니 끝난 것일까? 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바로 직업병의 피해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자녀들에게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녀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됐다. 이들이 수정란, 정자, 태아와 같은 상태로 존재할 때 일어난 일이었다.”(8쪽) 선천성 식도폐쇄, 콩팥무발생증, 방광요관역류, IgA신증…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얻은 질병 목록이다. 대장을 다 들어낸 아이도 있었다. 왜 아이들은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때는 다른 현안 때문에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 ‘문제’였지만 ‘문제’로 만들지 못했던 ‘문제’들. 바로 반도체 산업의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지금 이 세상에 드러낸다. “더는 뒤늦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되짚으려 한다.”(13쪽)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라는 아이의 질문에 이제 답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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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 문제가 되지 못한 문제들 1부 목소리들 1.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_ 이혜주 이야기 다른 대화: “그럼 넌 내 마음을 아니?” 2. “이제 그 답을 하고자 합니다” _ 김수정 이야기 다른 대화: 산재 신청을 하기까지 3.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_ 정미선 이야기 다른 대화: 한 사람 몫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4. 선택지와 직업병 2부 무지와 증명 1. 무지의 이유 2. 증명의 곤혹 3. “평등하지 않기에 근거가 없는 거죠” _ 김명희 보건학 연구자 인터뷰 3부 목소리의 길목 1. 끝이 나지 않은 시작들 2. “우리가 또 하나의 의미를 던졌구나” _ 제주의료원 사건 관계자 인터뷰 3.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었던 거죠” _ 조승규 반올림 노무사 인터뷰 4부 정상 일터의 사소한 비밀 1. 본 적 없는 사람들 2. 일터, 힘의 세계이자 긍정적 육체의 세계 3. “임신이 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_ 이현주 우송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인터뷰 5부 누군가의 자리,여성 1. “그래도, 그때도 이겨냈어요” _ 김희연, 박지숙 이야기 2. “공주처럼 살라고 그러더라고요” _ 최선애 이야기 3. 오퍼레이터로 태어나서 4. 더 낮은 곳에서 더 위험하게 6부 우리가 동의한 미래 1. 싸우는 사람들의 이동 2. 상식을 만드는 사람들 3. 우리의 삶이 넓어지도록 에필로그. 주

Description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 반도체 산업의 2세 질환 직업병 문제 그동안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 “이제 그 답을 하려 합니다” 문제가 되지 못한 문제들 우리는 스물셋의 나이로 사망한 황유미씨를 기억하고 있다. 2007년, 황유미씨는 택시 뒷좌석에서 숨을 거뒀다. 택시 운전사인 그의 아버지와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병명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1년 8개월간 생산직 오퍼레이터(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생산직 여성 노동자를 ‘오퍼레이터’라고 부른다)로 일하다 병에 걸렸고 2007년 스물셋의 나이로 사망했다. 황유미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었다. 그 뒤 지난한 투쟁이 이어졌다. 2014년 서울고법에서 황유미씨가 산재로 사망했다는 걸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황유미씨가 사망한 지 7년 만이었다. 반올림은 2015년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며 1,023일 동안 농성을 했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삼성으로부터 사과와 보상을 약속받았다. 반도체 직업병 인정 싸움의 큰 성과였다. 그 뒤 반도체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질환 보상 제도가 마련되었고, 2022년 2월 현재까지 87명의 반도체 전·현직 근무자가 직업병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걸로 끝일까? 직업병임을 인정받았고, 보상도 받았으니 끝난 것일까? 이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바로 직업병의 피해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자녀들에게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녀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됐다. 이들이 수정란, 정자, 태아와 같은 상태로 존재할 때 일어난 일이었다.”(8쪽) 선천성 식도폐쇄, 콩팥무발생증, 방광요관역류, IgA신증…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얻은 질병 목록이다. 대장을 다 들어낸 아이도 있었다. 왜 아이들은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때는 다른 현안 때문에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 ‘문제’였지만 ‘문제’로 만들지 못했던 ‘문제’들. 바로 반도체 산업의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다. 이 책은 이 문제를 지금 이 세상에 드러낸다. “더는 뒤늦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되짚으려 한다.”(13쪽) “나는 왜 아프게 태어났어?”라는 아이의 질문에 이제 답을 하려 한다. 2세 질환 직업병 문제,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처음 시작부터 이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는 계속 현안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임신 중에 아이를 잃은 노동자가 있었고, 난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노동자도 있었다. 생리통과 생리불순은 너무 흔해서 큰 문제로 여기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픈 아이를 낳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독자적인 이슈가 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 문제가 ‘젠더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올림에 제보한 노동자들은 ‘가족이 몰랐으면 한다, 시댁이 몰랐으면 한다’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저는 생식독성 문제가 공론화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젠더 이슈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한국사회에서 ‘기형아’를 출산하면 부모가, 특히 엄마가 엄청난 부채감에 시달리잖아요. ‘내가 임신 때 무슨 약을 먹은 게 문제였나. 내가 담배를 피운 게 문제인가.’ 오만가지 죄책감에 시달린단 말이에요. 이 사회적 규범 자체가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는 거지요.”(151쪽) 그렇다면 어떻게 생식독성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를 ‘문제’로 만들 것인가? 이 책은 이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연구자, 의료·법률 종사자, 그리고 반올림 활동가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문제로 만들어왔다. 이 문제는 한국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노동권 문제이자, 인권 문제라는 것, 더 나아가 여성 노동자의 임신과 출산, 건강권 문제이고, 질환과 장애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문제라는 것. 이렇게 이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사람들은 2세 질환 직업병 문제가 이 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도체 직업병이 삼성의 주장처럼 허언이나 괴담이 아닌 진실이었던 것처럼, 2세 질환 직업병 문제도 이 사회의 상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 책을 쓴 기록노동자 희정. 그 또한 이 문제를 널리 알려온 사람 중 한 명이다. 희정은 2011년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죽거나 병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쓴 바 있다. 그 책이 나온 지 11년이 되었다. 당시 희정이 만난 이들은 어느새 중년이 되어 있었다. 희정이 익히 알고 있던 그 일터의 그 노동자들. 희정은 이들이 겪고 있는 생식독성과 2세 질환 문제를 기록하며 이 문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희정 작가의 시선과 통찰력은 더욱 깊고 넓어졌다.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하는 희정 작가의 진실된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끝난 문제는 없다, 시작일 뿐 2021년 5월, 이혜주(12년 근무), 정미선(8년 근무), 김수정(20년 근무)은 정식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급여 수급인은 모두 자녀들이었다. 자녀들에게 일어난 손상이 자신이 일했던 회사의 근무환경과 연관이 있다며,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오래 일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은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이들이 산재 신청을 할 당시까지만 해도 ‘태아산재법’이 통과되기 전이었다. 즉 자녀는 산재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없었다. 당시 법은 ‘근로자’와 그 유족만 산재요양급여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고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산재 신청은 승산이 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대법원이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의 2세 질환이 직업병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자 양상은 바뀌었다. 그리고 2021년 일명 태아산재법이 통과되었다(어머니 측의 태아산재만 인정하고 아버지 측의 태아산재는 배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드디어 부모의 업무환경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건강손상을 입은 자녀가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여전히 현행법에 요양급여 지급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의 병이 직업병 때문이라는 판결은 났지만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아직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10년간 법정 투쟁 끝에 이룬 것이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2세 질환 직업병 인정 투쟁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개정안을 통해 당사자들이 얻은 것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뿐이었다. 판결을 기다린 간호사들도, 반도체 2세 질환 직업병 피해자들도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끝난 문제는 없다. 시작일 뿐이다.”(167쪽) 태어나자마자 아픈 아이,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 클린룸에서 일했던 이혜주씨는 아들이 아프게 태어났다는 것을 첫 수유를 하자마자 알게 되었다. 아이가 모유를 삼키지 못하고 다 게워냈던 것이다. 수술 후 아이는 신장 한쪽이 없다는 판정과 함께 선천성 식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밥을 먹다가 호흡곤란이 오는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병이다. 음식물이 식도에 걸리면 아이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서 빼내야 한다. 이 때문인지 아이는 자주 아팠다. 무슨 병인지도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혜주씨는 엄마로서 아이를 챙겨야 했다. “엄마가 돼서 여태 몰랐다니” 하는 자책과 함께. “애 키우는 거 너무 힘들어요, 사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알려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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