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저런 일이 어디 있느냐며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시나요?
그런데도 그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요?
네! 여러분은 드라마에 비친 자신의 욕망에 낚이신 겁니다
별 생각 없이 보는 드라마. 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 보는데 친구는 시큰둥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 저런 게 어딨느냐며 장면 바뀌기가 무섭게 욕하는데도, 매번 그 드라마를 찾아볼 때도 있지요.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 가면 이번엔 다른 노래를 불러야지 하면서도 꼭 부르는 애창곡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욕망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대중예술이지요.
이 책은 구전되는 민요부터 최근의 대세인 힙합, 어른에게도 파격적이라 일컫는 19금 영화, 웰메이드 작품이라 칭하는 TV 드라마부터 막장이라고 욕하는 드라마까지, 다종다양한 대중예술에 숨은 우리의 욕망과 취향, 세계관을 이해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풀어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그동안 우리가 매력을 느끼거나 시큰둥해하는 모든 대중예술에 담긴 욕망과 욕구를 발견함으로써 자신과 세상을 이해할 방법을 하나 더 얻게 될 것입니다.
◎ 대중예술에 세상과 나를 비추어 보다
대중예술을 이해하는 작업은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중예술을 통해, 나의 취향, 내가 지닌 세계전유 방식, 내 마음속의 욕구·욕망, 그리고 내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던 경험들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분석하는 일이지요. 나 자신의 것이니 아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파악하는 작은 실마리들은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예술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파악하게 해 줍니다. 숫자로 된 경제지표나 정치적 사건을 나열만 해서는 입체적으로 잘 그릴 수 없는, 그 세상을 살던 사람들의 기쁨과 절망, 분노와 희망 같은 마음속 풍경, 거기에 비친 당시의 생활 방식과 풍속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그 시대는 아주 입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요.
대중예술을 평범하게 즐기면 이런 것들을 고루 성찰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욕망을 자극하여 이에 몰입하게만 하지요. 그러나 대중예술 역시 인간의 진짜 몸과 물질이 움직이는 현실의 삶이 아니라, 정신적 구성물인 예술입니다. 자신이 몰입하여 사는 현실의 삶을 성찰하는 것보다는 대중예술을 성찰하기가 조금 더 쉽지요. 이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성찰,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을 심화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