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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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존엄을 위해 싸워온 한국 민중권력의 힘 봉기의 프리즘을 통해 본 20세기 한국의 민중 저항사 “봉기는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민중의 열망, 꿈,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상상의 지표이다. 그 꿈이란 무엇인가? 왜 봉기는 몇 년 전이 아니라 어느 날 일어나는가? 왜 봉기는 놀라운 속도로 한곳에서 다른 곳까지 동시에 발생하는가? 봉기의 결과는 무엇인가?” -1장 ‘봉기와 역사’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민중봉기를 재조명한 조지 카치아피카스의 역작 2부작 ‘68혁명’과 ‘신좌파운동’ 연구로 잘 알려진 미국의 좌파 정치학자 조지 카치아피카스(George Katsiaficas)의 《아시아의 알려지지 않은 민중봉기Asia’s Unknown Uprisings》 2부작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1권 《한국의 민중봉기》는 1894년 농민전쟁부터 2008년 촛불시위까지, 역사가 요구할 때마다 어느 권력층이나 엘리트보다 먼저 들고일어나 세계를 변혁해온 한국 풀뿌리 민중의 운동사를 담아냈다. 2권 《아시아의 민중봉기》는 아시아 9개국―필리핀, 버마, 티베트, 중국, 타이완, 네팔, 방글라데시, 타이, 인도네시아―을 1947년부터 2009년까지 휩쓸고 간 혁명의 물결을, 그 세계사적 중요성에 걸맞은 차원으로 생생히 복원해냈다. 또 그러한 분석적 연구를 바탕으로 전 지구적 ‘봉기’의 역학과 오늘날 문제적인 세계 체제 전복의 과제를 집대성했다. 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전 지구적 ‘사랑의’ 투쟁 공동체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1968년 5월 프랑스와 1970년 5월 미국 등 전 지구적 운동에서, 혁명에 대한 열망과 투쟁이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는 모습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수백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역사의 무대에 갑자기 등장해서 통일된 방식으로 행동했고, 자신들이 사회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에로스 효과’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에로스 효과는 단순히 정신의 작용이 아니고, 목적의식이나 특정한 정당의 지도에 따라 작동하는 것도 아니라고 그는 설명한다. 오히려 그것은 수십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역사를 ‘자기 자신의 손에’ 가져갈 때 독자적 세력으로 나타나는 민중운동에 더 가깝다. 민중들이 대대적으로 들고일어날 때, 정부의 권위, 노동분업 등 기존 사회의 틀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 순간에 민중은 전혀 새로운 현실과 생활방식을 상상하며,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변화된 규범, 가치, 믿음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카치아피카스는 이러한 에로스 효과와 ‘사랑의 투쟁 공동체’의 모습을, 이미 충분히 연구된 프랑스, 미국, 동유럽 등의 서구 세계를 넘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견한다. 1980년 5·18광주민중봉기의 ‘절대공동체’, 1980년에서 1992년까지 아시아 여러 나라를 뜨겁게 달군 민중권력 등, 봉기는 전 지구적으로 동시에 커다란 물결을 일으키며 확산됐다. 어떠한 사적 관계나 문화권, 일국(一國)의 틀로도 묶여 있지 않은 각지의 민중들이 서로에게 커다란 동질감을 느꼈고, 서로의 저항에 찬사를 보내고 서로 모방하며 자기 삶을 투신했다. 한국의 광주를 출발로 해서 1986~1992년 아시아의 민중권력은 6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9개국 가운데 8개국에서 독재의 종식을 이루어내는 등 그 궤적이 뚜렷한데도 대개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 점에 주목한 카치아피카스는 장장 10년간의 애정 어린 연구와 취재, 역사의 중요한 증인들과 했던 100여 회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민중이 자생적으로 들고일어나 세계를 뒤엎은 ‘봉기’와 ‘민중권력’의 경험적 역사를 풍부하게 탐구한다. 또한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적 세계에 시사하는 바를 분석한다. 봉기uprising, 미래 정치 해법의 열쇠 이 두 권의 책은 봉기, 반란, 폭동 등의 ‘불온한’ 개념을 민중 주체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다룬다. 이를테면 1980년 광주가 다양한 정치적 뉘앙스에 따라 ‘광주사태’ ‘광주민주화운동’ ‘광주민주항쟁’ ‘광주민중항쟁’ 등의 어휘로 표현되는 한국 현실과 달리, 저자는 광주를 일관되게 ‘민중봉기’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그와 같은 관점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과 투쟁들을 다룬다. 봉기(蜂起)의 사전적 의미는 말 그대로 ‘벌 떼처럼 떼 지어 세차게 일어남’이다. 주류 학계와 언론매체는 대부분 이러한 봉기를 긍정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주로 서구가 정의하는) ‘합리적 개인’과 대치되는 우매한 군중, 제어되지 않는 혼돈 상태, 무차별 폭력 시위 등의 이미지를 퍼뜨리려고 노력한다. 그에 따라 오늘날 충분히 ‘문명화된’ 현대인의 머릿속에서 ‘봉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역사, 또는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대응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들은 실제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고 있는 봉기의 성과와 가치들을 축소시키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일 뿐이다. 저자는 “한 세기 넘게 연구가 이루어졌는데도, 근대 사회과학은 정치적 격변을 예측하는 데 전적으로 무능력하다”고 일갈한다. 시모어 마틴 립셋, 새뮤얼 헌틴텅 등 민주화를 말하는 이론가들은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의 긍정적 상관관계에 대해서 주장했을 뿐이고, 그 이후로도 제대로 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그러한 민주 정치의 설명 변수에 ‘봉기’의 정밀한 성격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위대의 상호관계, 봉기 주체와 상대 세력의 상호작용, 정점에 이른 투쟁의 강도, 거기 동원된 특정 사회계층 등을 분석하면 다가올 정치적 관계, 민주화 규범과 심도, 정치 여론 등을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오늘날 대다수의 개인들이 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듯 보이고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엄청나더라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다른 사고의 흐름이 있으며 통제되지 않는 직관과 통찰이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름 아닌 ‘봉기’만이 그것을 드러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민중봉기의 사상과 내용, 행동 구조 등을 밝힘으로써 민중봉기의 ‘합리성’을 추적하고자 한다. 봉기는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민중들이 자생적으로 들고일어나는 봉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사회 주류는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안락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완전하나마 현재 누리고 있는 민주화의 열매는 거의 전적으로 ‘민중봉기’에 빚지고 있는 셈이며, 저자는 이 두 권의 책에서 그 경험적 역사를 치열하게 파헤친다. 흔히 봉기는 커다란 희생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체제를 변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가치가 폄하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봉기의 가치에 대해서 단순히 ‘엘리트 권력의 교체’가 아니라 무엇보다 “민중의 삶의 질과 행복의 폭넓은 지표, 기층 집단이 쟁취한 새로운 권리, 확대된 자유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속박되지 않은 더 정확한 이해는 ‘주변부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1848년, 1905년, 1968년의 혁명은 세계의 가치를 뿌리부터 바꿔놓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1848년 이후 노동자들은 더 많은 고용권을 쟁취하고 시민들의 투표권이 확대됐다. 1905년 이후로 민족해방을 위한 투쟁은 더 큰 정당성을 얻었다. 1968년 이후에는 여성의 권리, 하층 집단을 위한 정의, 환경이 화두로 떠올랐다. 뒤이은 아시아의 봉기들은 권력을 장악하지 않고도 자유를 확대했다. 타이완의 38년간 계엄 체제가 종식됐고, 타이인, 네팔인, 필리핀인, 한국인들은 더 진보적인 새 헌법을 쟁취했다. 남한에서는 1987년 이후 몇 년간 노동자들이 매해 연간 두 자릿수에 달하는 임금 인상률을 쟁취했고, 타이, 네팔, 남한, 중국의 노동자들은 더 폭넓은 노조 활동의 권리를 확보했다. 이렇듯 봉기는 엘리트 구성이 일시적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투표 제도가 시행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속적이고 커다란 효과를 불러왔다. 저자는 곪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