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를 달리는 남자

김형준 · Essay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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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과 교수인 김형준은 세 번에 걸쳐 인도네시아로 현지조사를 떠난 과정에서 마주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풋내기 문화인류학자로서 난생처음 조사지에 발을 딛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사지 사람들과 충돌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싹트는 성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이 책은 ‘문화인류학’이 그저 낭만적인 이국을 만나러 가는 학문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통해 내가 속한 문화를 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도네시아를 겪으며 차근차근 쌓아올린, 타문화를 향한 깊고 세밀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인도네시아의 사회상을 꼼꼼하게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매력은 낯선 문화와 마주치고 겪어나가면서 자신을, 자신의 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화인류학의 한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종교가 없고 미신적 관행에 시니컬해하던 저자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전통을 만나며 조금씩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고, ‘인도네시아에만 오면 종교적인 사람이 된다’고 고백하며 왕의 묘역에서 축복을 구하는 전통 관행을 직접 따라해 보는 경험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대목 역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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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세 번의 현지조사와 하나의 인도네시아 1 인도네시아로 들어가기 ― 공항 그리고 여섯 공간 2 초기 적응하기 ― 식·의·주 그리고 시간 3 언어 배우기 ― 인도네시아어, 자바어 그리고 ‘기타 외국어’ 4 이름 외우기 ― 이름 짓기의 자유로움과 친족 관계 5 친구 사귀기 ― 감정 표현의 절제와 거리 두기 6 연구 허가 받기 ― ‘똥개 훈련’과 순종 7 밥통 보내기 ―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다른 방식 8 마사지 받기 ― 서비스의 딜레마 9 라마단 보내기 ― ‘주객전도’의 괴로움 10 축복 구하기 ― 초자연적 힘에 관한 믿음과 관행 에필로그 문화적 감수성과 낯섦의 의미 참고 문헌

Description

낯선 곳에서 익숙한 나를 만나다 ― 10막 10장 문화인류학 현장 교과서! 베착은 택시보다 비싸야 한다? 밥통 보내려다 찜통 된 인류학자? 부딪고 깨지고 어울리며 다른 문화를 마주하는, 어느 문화인류학자의 인도네시아 깊이 읽기! 우리가 모르던 문화인류학,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 문화인류학이란 어떤 학문일까? ‘오지의 알려지지 않은 부족을 연구하려고 먼 길을 떠나는 인류학자, 낯선 땅에서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인류학자’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는 ‘문화인류학’의 아주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면 문화인류학은 그런 연구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문화인류학자가 몇 년을 낯선 곳에서 체류하면서 수행하는 ‘현지조사’란 과연 무엇일까? 《적도를 달리는 남자》는 20여 년에 걸친 한 문화인류학자의 경험을 통해 ‘문화인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하나의 답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김형준은 세 번에 걸쳐 인도네시아로 현지조사를 떠난 과정에서 마주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풋내기 문화인류학자로서 난생처음 조사지에 발을 딛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사지 사람들과 충돌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싹트는 성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이 책은 ‘문화인류학’이 그저 낭만적인 이국을 만나러 가는 학문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통해 내가 속한 문화를 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20여 년에 걸친 한 인류학자의 지적 성장기 《적도를 달리는 남자》는 모두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면서 저자가 온몸으로 인도네시아를 겪으며 차근차근 쌓아올린, 타문화를 향한 깊고 세밀한 시선을 보여준다. ‘친구 사귀기’에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맺은 협소한 친구 관계에 질문을 던지면서,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태도를 한국의 그것과 비교한다. ‘이름 외우기’에서는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다양한 이름을 마주하며, 이슬람 문화가 인도네시아 사회에 끼친 영향부터 이름에 반영되는 사회 구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가 하면 의식주를 소재로 삼아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에서 인도네시아 사회의 계층 간 차이를 드러내주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 요소를 읽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인도네시아의 사회상을 꼼꼼하게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매력은 낯선 문화와 마주치고 겪어나가면서 자신을, 자신의 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화인류학의 한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서비스 노동에 관한 성찰을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인상적이다. 저자는 ‘동남아 연구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하나’라는 발 마사지를 받다가 자신이 이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뒤이어 사람이 직접 끄는 교통수단인 ‘베착’을 타던 경험을 돌이키며 서비스 노동의 특성에서 오는 딜레마에 관해 생각한다. 종교가 없고 미신적 관행에 시니컬해하던 저자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전통을 만나며 조금씩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고, ‘인도네시아에만 오면 종교적인 사람이 된다’고 고백하며 왕의 묘역에서 축복을 구하는 전통 관행을 직접 따라해 보는 경험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대목 역시 흥미롭다. 현지조사를 하며 느끼게 되는 오만 가지 감정을 가감 없이 서술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단순한 관찰자로서 현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은 않다. 그곳에서 느낀 매력, 호감뿐만 아니라 불만이나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숨김없이 서술한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공간인 공항에 관한 묘사는 뻔뻔함, 칙칙함 등 부정적인 어휘로 가득 차 있고, 연구 비자를 받으려고 오라 가라 ‘똥개 훈련’을 받아야 했던 경험에서는 권위와 복종의 관계를 읽어내면서도 짜증이 극에 다다르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현지인들을 향한 애정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문화인류학자는 조사 대상 사회를 두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옳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미 있는 대목들을 통해 우리는 현지조사를 하는 문화인류학자의 연구 과정이란 어떤 것인지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몸으로 읽고 마음으로 쓴 새로운 문화인류학 교과서 일상의 경험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회를 읽어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다른 문화를 접하고 또 이해하는 ‘문화적 감수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반드시 인도네시아 또는 어떤 낯선 나라가 아니더라도 ‘낯섦’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감각을 통해 나 자신을, 또 타인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인류학이 가진 미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런 ‘문화적 감수성’을 스스로 길러낼 계기를,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학자의 경험을 통해 현지조사의 이면을 이모저모 엿보게 해주는 기회를 줄 것이다. 문화인류학의 태도가 학자 자신을 점점 예민하게 만들고, 현지조사를 수행하면서 연구자가 조사 대상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적도를 달리는 남자》는 그 자체로 한 문화인류학자의 지적 성장기이자, 현장 경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문화인류학 교과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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