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취미가 절실해서

채반석 · Essay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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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조립 로봇을 좋아한 아이는 로봇 프라모델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좋아함을 멈춘 적이 없지만, 어느 순간 그 마음을 감추었다. 어쩐지 유치해 보이는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제는 동네방네 로봇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닌다. 이 취미가 가져다준 유익이 크고, 무언가에 진심일 수 있는 인생이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로봇 장난감 수집 생활 7년 차의 고백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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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어른의 ‘돈쭐’을 보여 주마 005 누구나 낭만은 하나쯤 017 인생 첫 프라모델은 구멍가게에서 024 <로봇수사대 K캅스>를 아세요? 032 내 취향을 닮은 나의 물건들 039 찐따는 중앙선을 넘을 수 없어요 046 다시 만난 500원짜리 장난감 053 취미가 절실한 인생 059 조립의 완성은 사진 067 디테일 올리는 건 어려워 068 지루한 부분을 견디는 일 077 취미는 ‘장비빨’ 088 너무 리얼한 건 매력이 없다 096 일부러 좀 망가뜨렸습니다 103 로봇 얼굴 생긴 걸로 싸우는 사람들 104 흥분한 오타쿠를 보는 머글의 시선 113 뉴비의 취미도 취미인 걸 118 세트로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127 중고가 훨씬 비싼 이상한 시장 131 중고거래 사기 참교육 시전하기 139 직장인 2대 허언 146 끔찍한 경험으로 남은 덕업일치 156 로봇도 조연이 있죠 165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나요: 그레이트 합체 로봇 166 25년 전의 나는 몰랐지, 이런 장난감을 갖게 될 거라고 175 먼지가 쌓이더라도 괜찮아 183 에필로그: 타인의 세계 193

Description

로봇 장난감 수집 생활 7년 차의 고백 “취미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 플라스틱 조립 로봇을 좋아한 아이는 로봇 프라모델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좋아함을 멈춘 적이 없지만, 어느 순간 그 마음을 감추었다. 어쩐지 유치해 보이는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제는 동네방네 로봇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닌다. 이 취미가 가져다준 유익이 크고, 무언가에 진심일 수 있는 인생이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거침없이 결제하는 물품 중엔 로봇 장난감이 있다. 어른이 됐다고 경제적 사정이 늘 자유로울 순 없지만, 적어도 몇만 원 정도인 장난감에선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다. 장난감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고, 도착한 택배를 까는 단계 단계마다 어른 됨의 참된 자유를 깨닫는다. 거듭되는 구매 경험에도 살 때마다 짜릿하게 자각한다. 아 이게 어른이구나. 그래, 나는 이것을 위해 돈을 벌어 온 것이었다. (p.6) 취미 하나 더해졌을 뿐인데 사는 게 조금 달라졌다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나누는 자리였다. 직장 내 하나쯤 있다는 빌런을 고발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을 때쯤, 자연스럽게 주제가 바뀌었다. 한 사람의 말이 시작이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꽃 시장에 가요.” 일은 재미없고 인간관계는 괴롭고,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다들 심신의 안정을 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한 명씩 ‘퇴근 후 낭만생활’을 꺼냈다. 누군가에겐 꽃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전거, 독서, 그림, 요리, 영화 감상이었다.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온몸으로 짜증을 뿜어내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기된 얼굴에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 사람들, 그거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독서나 농구 같은 걸로 대충 채워 넣던 게 취미였는데, 정작 일을 하다 보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됐다. (p.61) 취미가 이렇게나 필요한 것이 될 줄 학창 시절엔 미처 몰랐다. 책임과 역할로 응축된 인생의 시기에 취미는 숨구멍이 되어 준다는 걸, 그때 어떻게 알았겠나. 내가 ‘나’로만 존재해도 되고, 내 취향과 성향을 드러내도 괜찮은 시간과 자리. 생각만 해도 좋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을 다하며, 기꺼이 돈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것.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미움과 무기력으로 죽어가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 취미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이 취미라는 게 살짝 묘하다. 대중적이고 ‘고급’으로 여겨지는 것은 말하기에 꺼려짐이 없는데, 거기서 살짝 벗어나게 되면 일단 말하는 이가 쭈뼛거리게 된다. ‘내 마음이 당기는 멋’이고,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에 남의 눈치를 살피는 거다. 가령 30대 직장인이 로봇 장난감 만들기가 취미일 때? 플라스틱 조립 로봇을 좋아한 아이는 로봇 프라모델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좋아함을 멈춘 적이 없지만, 어느 순간 그 마음을 감추었다. 어쩐지 유치해 보이는 것 같아서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당히 로봇과 놀며 삶의 숨구멍을 넓히고 있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여전히 장난감이 좋은 마음이 아니라 “어른이라면 장난감을 사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가뒀던 틀”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자 자유로워졌다. 남의 시선이 아닌 진심을 따르기로 한 것! 로봇 프라모델을 향한 저자의 진지한 애정에 여러 번 웃음이 났다. 특히, ‘로봇 얼굴 생긴 걸로 싸우는 사람들’이란 글에서는 웃음과 함께 격한 공감이 일었다. 로봇이며 용자물이며 하나도 알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무언가에 진심일 때 내가 얼마나 진지해지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취미 생활을 통해 갖게 된 그의 삶의 철학을 엿보는 것도 즐거웠다. ‘플라스틱 조각 이어 붙이는 데 무슨 철학씩이나’ 한다면, 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무릇 마음이 깊은 곳에 사유와 성찰이 있는 법이다. 당신에겐 취미라는 숨구멍이 있는가. 그 숨구멍이 당신 삶의 전반에 활기를 더하고, 무엇보다 빌런을 견뎌 내도록 돕는 약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만약 취미를 찾고 있다면, (나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마음이 가리키는 곳으로 당당히 가라고 말하고 싶다. “취미란 본래 대단할 필요가 전혀 없는”(p.125) 것이다. 취미와 함께 가는 인생 여정에 이 책이 나의 낭만에 할 말을 더하고, 취미 생활의 유익을 유쾌하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