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

염승숙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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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환상적이고도 핍진하게 그려낸 <여기에 없도록 하자>로 현실과 소설을 엮는 독보적인 감각을 장편소설로도 선보인 바 있는 작가 염승숙. 등단 15년차, 기복도 쉼도 없이 또박또박 자신만의 보폭으로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작가는 이제 한국문단의 믿음직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환상과 실재를, 다정과 비정을, 재미와 리듬을 씨실과 날실 삼아 특유의 문체와 함께 매끄럽게 직조하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그가, 소설집으로는 <그리고 남겨진 것들> 이후 5년 만에 네번째 소설집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를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염승숙의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소설세계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집이자, 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곡진하게 쓴 비망록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불가해한 이 세계의 면면을, 읽을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이유를, 그럼에도 그것이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운지를 극도의 섬세함과 예민함으로 감각해 궁굴리고 공글린다. 평론가 오은교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자들을 보고, 들리지 않는 자들의 소리를 들으며, 존재하지 않는 구멍에 자발적으로 빠진 이 작가"는 미풍에도 흔들리는 풍부한 감수성과 무(無)의 소리조차 감각하려는 집요함을 통해 천천하게 다가오는 진실의 순간을 기다리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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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거의 모든 것의 류 009 추후의 세계 047 오래전 고독 083 비하인드 더 신즈―오래전 고독 121 빗소리와 무無의 소리 151 작가와 그의 문제들 193 충분히 근사해 229 해설 | 오은교(문학평론가) 딛고 선 땅이 흔들릴 때 267 작가의 말 286

Description

나는 차마 읽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눈부신 두려움. “그 말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사랑은 조금 더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짐작과 오해를 무릅쓰는 신중한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여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환상적이고도 핍진하게 그려낸 『여기에 없도록 하자』로 현실과 소설을 엮는 독보적인 감각을 장편소설로도 완벽하게 선보인 바 있는 작가 염승숙. 등단 15년차, 기복도 쉼도 없이 또박또박 자신만의 보폭으로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작가는 이제 한국문단의 가장 믿음직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환상과 실재를, 다정과 비정을, 재미와 리듬을 씨실과 날실 삼아 특유의 문체와 함께 매끄럽게 직조하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그가, 소설집으로는 『그리고 남겨진 것들』 이후 5년 만에 네번째 소설집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를 선보인다. 이번 소설집은 염승숙의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소설세계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집이자, 상실 이후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 곡진하게 쓴 비망록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불가해한 이 세계의 면면을, 읽을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이유를, 그럼에도 그것이 어째서 이토록 아름다운지를 극도의 섬세함과 예민함으로 감각해 궁굴리고 공글린다. 평론가 오은교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자들을 보고, 들리지 않는 자들의 소리를 들으며, 존재하지 않는 구멍에 자발적으로 빠진 이 작가”는 미풍에도 흔들리는 풍부한 감수성과 무(無)의 소리조차 감각하려는 집요함을 통해 천천하게 다가오는 진실의 순간을 기다리고, 기록한다. 가만히 안으면 마음의 뼈가 고스란히 감각될 것만 같은 무심한 듯 절박하게 전하는 안부와 위로, 염승숙 소설의 근사한 목소리. _조해진(소설가) 잃은 것이 잊은 것이 되지 않도록 “지구라도 꽉, 붙들고 싶은 심정이 되어” 써내려간 비망록 『세계는 읽을 수 없이 아름다워』를, 작가 염승숙의 행보를 설명할 단어로 ‘포착’만큼 걸맞은 표현은 없을 듯싶다. 포착(捕捉). 잡고 또 잡음. 얼핏 포착이란 단어는 순발력을 함의하고 또 그것이 중요한 듯 보이지만, 염승숙의 세계에서 기회나 기미를 재바르게 알아차리는 것보다 더욱 종요로운 일은 ‘놓지 않음’에 있다. 세계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하되 예단하지 않을 것. 또한 포착하고 단면을 스케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단면의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다각도로 헤아리는 것이 바로 염승숙만의 차별화되고 도드라지는 단편 미학이다. 염승숙의 소설은 빠르게 이해에 다다르지 않고, 빠르게 해소해버리지 않으며, 빠르게 화해하지 않는다. 세이는 그저 짐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해한다. 자신이 짐작하는 것이 다만 짐작에 그칠 뿐 진실은 아니며 진실에 가깝지도 않으리란 사실조차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 짐작에 짐작을 거듭해, 최선을 다해 오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_「오래전 고독」에서 연작소설 「오래전 고독」과 「비하인드 더 신즈―오래전 고독」은 세월호 참사를 담론적 배경으로 유산의 아픔을 가진 ‘세이’와 회화 복원사로 일하는 ‘제이’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아픔을 남편에게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세이와 어느 날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그의 남편 ‘기영’. 오해와 짐작을 거듭하고 그 오해와 짐작조차 다시금 회의하지만, 작가가 내려놓는 포석 위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이는 소모되고 반복되는 양상이 아닌 오해의 기능을 발견하는 궤적이 된다. 오해의 윤리가 탄생하는 자리가 된다. 다만, 나는 다만 이해하고 싶어. 오해로 그칠지라도 짐작에 불과할지라도. 그게 나를 괴롭게 하더라도. (…) 이건 자책이 아니야.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야. 이해하고 오해한 고독의 시간들을 내 것으로 그려 오려 한다. _「비하인드 더 신즈―오래전 고독」에서 비극적 폭력의 세계에서 오해와 짐작은 체화된 무력이 아니라 이에 맞서는 가장 온당한 강력이기도 할 터. 오래전부터 이어진 고독을, 어쩌면 생래적일지도 모를 고독을 다룬 이 소설들은 「추후의 세계」와 「거의 모든 것의 류」로 변주되고 확장된다. 옛 연인과의 한나절 해후를 담은 「추후의 세계」는 범죄로 아이를 잃은 ‘우중’과 우연으로 커리어가 몰락한 ‘나’의 비극 이후의 재회담이다. ‘하진’의 “눈과 손에서 쓰이는 단 한 줄의 아름다운 문장”이 되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이 너무 갑자기 마음에 들어버리면 말로 표현 못할 자기혐오가 동반”되고 마는 ‘류’를 그린 「거의 모든 것의 류」 역시 사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분투를 담은 묵직한 소설이다. 이 엄혹하고 무자비하고 불가해한 폭력의 세계 속에서도 피어나는 로맨스가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첫번째 ‘읽을 수 없는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씁쓸함을 동반한 이 로맨스는 난데없음이 아니라 차라리 필연적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은 오해라는 사랑을 쥔 사람들이자, 비극 이전의 온기를 기억해두었다 지금으로 옮겨오려는 사람들이며, 그렇기에 가장 내밀한 형태의 사랑은 연대의 모습으로까지 뻗어나간다. 작가는 “항상 자신과 자신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묻고 근황을 나누”는 사람들과 “묻지 않고 외면했던 무수한 순간들”(「작가와 그의 문제들」)을 기어코 소환해 절박한 심정이 되어 쓰고서 ‘배려’의 다른 얼굴일 ‘무심함’을 가장해 독자 앞에 내어놓는다. “그가 떠난 뒤에야 괜한 눈물이 비어져나왔다. 어쩐지 분했다. 분하고 서글펐다. 모형 같고 제스처 같아서 포즈 같고 기만 같아서 차마 건네지 못했던 진심을, 변형되고 왜곡될까 두려워 쉽게 하지 못했던 위로를 무심코 부려놓고 간 그가 놀라워서. 인간이 이렇게나 어설프고 우연하고 따스하고 가여워서.” _「추후의 세계」에서 또한 작가가 가진 언어에 대한 민감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염승숙의 ‘단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세계의 단면을 인식하는 시발점이자 세계의 비뚦을 인지하는 첫발이 된다. 부사 ‘너무’와 ‘기어코’를 두고 한참을 고투하는 화자들은 작가의 페르소나에 다름 아니다. 부사는 정갈한 문장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탈락되기 쉬운 품사이지만, ‘번듯하고 어엿함’만을 남기겠다는 재단의 폭력에 저항하는 제스처가 되기도 한다. 비정하고 투박한 세계에 사뿐히 내려앉아 뉘앙스를 조율하는 부사는 어쩌면 이 세계에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를 몸소 보여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어느 순간 부사가, 부사를 달아주는 일은 소설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들 위에서는 자주 국어사전이 열린다. 작가는 일상적 입말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의 함의를 재차 곱씹으며 이에 대항하는 다른 말을 세워본다. 무신경하고 몰인정한 언사를 통해 희미한 존재들을 지워내는 세계에서 그들의 엄존을 알려주는 지표는 다름 아닌 어떤 부사들이다. (…) 부사는 문장의 향방을 결정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작은 성분일 뿐이지만, 주성분으로만 이루어진 문장에 정서와 태도를 부여해준다. 염승숙은 다정하고 끈기 있는 부사들을 끼워넣는 방식을 통해 막말로 점철된 폭력적 언사들에 저항한다. _오은교(문학평론가), 해설 「딛고 선 땅이 흔들릴 때」에서 염승숙의 소설 속에서 어제의 상참(傷慘)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려는 상상이 된다. 그렇기에 부서지고, 가라앉고, 추락하고, 사라지는 세계는 무참하되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점차로 많은 걸 잊고 또 무수히 잃어버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남아 있는 건 여전히 남아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뭔가”(「충분히 근사해」)를 남긴다고 작가는 말한다. 단단하기에 흔들리는 사람들, 신중하기에 오해하는 사람들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나는 지금 근사할까”(「충분히 근사해」)라고 회의하고 자문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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