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척하는데 사실은 다른 거, 그게 제일 싫어."
현대인의 불안을 정교하게 직조하는 도시적 감수성의 대가 정이현 작가 신작 소설
모르는 새 내가 팔아버린 것과 내가 빼앗긴 것,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오늘의 거짓말》 《안녕, 내 모든 것》 등을 통해 세련된 문체와 날카로운 통찰로 일상의 균열과 현대인의 불안을 정교하게 직조하는 도시적 감수성의 대가, 정이현 작가의 신작 소설 《사는 사람》이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언제나 시대의 감각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정이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빛을 발하는 《사는 사람》은 또 한 번 우리를 강렬한 충격과 깊은 여운 속으로 이끈다.
주인공 '다미'는 "허튼 데 힘 빼지 말고 생긴 대로 대충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세계관인 곳에서 나고 자랐다. 평범하게 자라는 동안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했다. 다르게 사는 법을 알 수 없어서. 서울에 있는 학원에 보내달라는 말에 엄마는 "미쳤냐"고 비수를 날리며 "욕심이 과하면 자기 자신을 부수는 법"이라고 말한다. 도청 소재지 사립대학의 사범대 정도면 안정권이라는 담임선생님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전문대에 진학하기로 결정한다. 멀리 가면 빨리 갈 수 있다고, 빨리 가면 멀리 갈 수 있다고, 빠르게 멀리 가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이유인 것처럼. 현실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서울로 향하고, 유명 학원의 상담실장으로 일하며 치열한 경쟁과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 속에서 살아간다.
다미는 남자 친구 '우재'와 함께 고급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부동산 투어'에 빠져든다. "서울의 강남 4구와 마용성을 중심으로 하되 나머지 18개 자치구마다 한 개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포함시킨, 제법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작성됐지만 만든 이의 취향이 적절하게 반영되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아주 구체적인 최애 부동산 리스트를 가지고 그곳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도장깨기를 시작한다. 우재는 임장을 다닐 때면 정장 슈트에 넥타이까지 매고 자신이 상류층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을 즐기지만, 다미는 왠지 비싼 집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더욱 고조된다.
한편, 다미는 학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처리하는 가운데, 한 학생으로부터 시험지를 미리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사람 하나 살려주신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제발요."
'사는 사람'이라는 제목에서 누군가는 '구매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또 누군가는 '거주하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파는 동시에 사는 존재로 만드는 거대하고 복잡한 거미줄에 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현대사회의 계급과 욕망, 윤리적 딜레마 등을 현실적인 디테일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날카롭게 보여준다. 우리는 무엇이든 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물건이나 가치를) '사는 것'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사기만 한다고 해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진짜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