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여정을 톺아보며 그 실태를 다시 파악하다. 한국의 전세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전세사기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동시에 전세제도는 한국의 주택 점유 방식으로 오랜 시간 유지됐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8.9%. 정부는 전세자금대출제도 확대로, 보증금반환보증 확대로, 임대 사업자 등록 활성화로 전세제도를 사실상 무주택 국민의 주거 정책의 하나로 적극 활용했다. 그 기반이 너무 취약했다는 사실이 전세사기 사태로 전국에 드러났다. 투기꾼들이 무자본으로, 무제한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다시피 한 서민 주택은 전세사기의 온상이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태 초기에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전세사기는 막연한 사회적 공포가 됐고, 아파트 전셋값은 치솟았으며, 전세사기 피해자는 차례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은 사태의 중심에서 ‘해결의 목소리’를 내던 피해자들 주거 생애를 들여다보는 작업으로 기획됐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간과한 피해’의 기록이기도 하다. 기억 속 첫 집부터 시작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 이야기는 그다음 집으로 또 그다음 집으로 삶과 함께 발전하며 이어지다가, 전세사기로 멈춘다. 삶도 멈췄다. 전세사기 사태가 그들에게 남긴 가장 큰 상흔은 ‘돈’보단 멈춰진 삶 그 자체가 아닐까? 누군가는 10년 고시원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들어간 첫 집에서, 또 누군가는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 신혼집에서, 어떤 이는 청약에 당첨의 기쁨을 채 누릴 여유도 없이 전세사기가 강도처럼 삶을 덮쳐왔다. 이야기 속 사람들의 주거 여정은 동시대 같은 사회를 공유하는 우리의 집 이야기와 닿아 있다. 피해자들은 묻는다. “이번에도 전세사기를 예방하지 못한다면, 더 커질 그다음 폭탄은 또 누가 떠안을까요?” 이 물음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는 사회에서 다음 피해는 언제든 더 큰 폭탄으로 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