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래픽 디자이너의 입장과 정치활동가의 입장 사이에서, 무엇을, 왜,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그래픽 디자인’과 ‘(진보)정당정치’라는, 일견 접점이 있을까 싶은 두 영역은 이 책에서 ‘조현익’이라는 한 개인을 통해 교차되고 또 구성된다. 스튜디오 하프-보틀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편집인, 여러 사회운동단체의 활동가, 그리고 정의당 서울 마포구지역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조현익이 신간 『조현익의 액션: 디자이너인데, 정치합니다만?』을 썼다. 저자는 ‘그래픽 디자인’과 ‘(진보)정당정치’라는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지만 그 이면은 잘 알지 못했던 두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1장 “그래픽 디자인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에서는 자신이 ‘어쩌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성장 과정과 사회 환경을 엮어 가며 보여 주고,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진행한 작업물들을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하려 했는지 보여 준다. 저자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하프-보틀의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물이 겨우 반병 / 반병이나 남았다’며 서로 엇갈린 입장을 가집니다. 우리는 이들이 서로 연대하고 경쟁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시각적 감각을 전달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믿으며, 웹페이지 「여성혐오 타임라인」(2017), 〈전국투표전도〉 시리즈(2018, 2020, 2021, 2024) 등 ‘정치적인’ 디자인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2장 “(진보)정당정치는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에서는 저자가 경험한 진보정당의 활동 과정을 중심으로, 정치적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룬다. 특히 그가 오래 활동해 온 정의당을 중심으로 정리된 진보정당사(史)는, 이 사회의 ‘진보’ 그리고 ‘(진보)정당’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때론 희망을 그리고 때론 절망을 안겨 준 그런 역사일 테지만, 아무튼 앞으로를 또 살아가야 하고 이를 고민하는 이들에겐 어떤 ‘실마리’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3장 “사회는 그래픽 디자인을 바꿀 수 있을까?”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분야 그 자체,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창작 작업과 창작물이 사회로부터 받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범람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본문 텍스트를 가득 욱여넣은 10장가량의 이미지를 굳이 따로 만들어서 올려야 할까? 일의 능률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할까? 이건, ‘공해’가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실용적이고도 ‘윤리적인’ 질문을 잇달아 던지며,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4장 “사회는 (진보)정당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에서는 정당의 역할을 단순히 민의를 ‘받드는’ 것이 아니라 ‘민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선거철에 갑자기 공약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을 강조하며, 정치적 의제를 형성하고 이슈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만이 아니라) 정당이 일관된 태도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론 ‘정당이라는 공간에서 오랫동안 이루어지는 여러 사람의 협업’이다. 또한 하나의 ‘산업’이라 불려도 무방한 정치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그러나 쉽게 간과되는 한 축을 맡고 있는 유권자의 바람직한 입장이란 무엇인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형식도 흥미롭다. 통상 독자는 책을 ‘선형적으로’ 읽는다. 프롤로그에서 시작하여 본문을 통과한 뒤 에필로그로 마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어떤 식으로 책을 쓸까? 이 책의 차례를, 그리고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 주시기를 바란다. 이 책의 담당 편집자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정치활동가’의 두 입장 사이에서 저자가 보여 주려는 것이 무엇일지를 편집 과정에서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애써 보려 했지만 끝내 보이지 않는 무엇에 대한 고민 역시도, 책에 담겨 있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조현익의 액션』은 출판공동체 편않이 소개하는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의 여덟 번째 책이자 첫 ‘출판인’의 책이다. 〈우리의 자리〉는 언론·출판 종사자가 각각 자신의 철학이나 경험, 지식, 제언 등을 이야기해 보자는 기획이다. 언제부턴가 ‘기레기’라는 오명이 자연스러워진 언론인들, 늘 불황이라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여 걷고 있는 출판인들 스스로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과 출판정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2022년부터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