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가수 김광석. 올해로 그가 세상을 등진 지 12년이 되었다. 예고한 바 없었기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었던 그의 죽음은 사실 지금까지도 의문이 유효한 바다. 무대에서의 그를 만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음악으로 그는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 그를 추억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책 한 권을 펴낸다. 언론사 사진기자로도 오래 활약한 바 있는 사진작가 임종진, 그가 김광석과의 짧았으나 여운이 깊었던 만남을 필두로 하여 느끼고 생각하고 바라는 모든 마음을 사람들에게 소박하게나마 고백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십여 년 동안 홀로 간직했던 생전의 아주 젊었던, 그렇게 푸르렀던 김광석의 모습들을 공개했다. 그러니까 어디에도 보여 진 바 없었던 김광석의 미공개 필름들을 말이다.
“‘가슴으로 그를 듣는다는 것’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어느 누구든 마찬가지라 생각을 해봅니다. 제게도 김광석은 그랬습니다. 저 역시 그의 음악으로 한 시절 진하게 위로받고 인생을 한 수 배운 수많은 이들 중 하나입니다. 다만 행운이라면, 그를 알 즈음 막 사진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저는 그의 곁을 맴돌며 한 컷 한 컷 마음을 다해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앵글도 노출도 기교도 몰랐습니다. 오로지 그를 ‘찍고 싶다’는 의욕만 믿고 날 것 그대로인 시선으로 다가섰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사진들은 1993년부터 천 회 공연이 열린 1995년 여름까지의 기록입니다.”
총 2부로 나누어 구성된 이번 책의 1부는 김광석과 저자 임종진의 이야기로, 2부는 김광석과 그를 추억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김광석을 얼마나 좋아했고 그리워하는지 절절하게 묻어나는 저자의 소박한 글 읽는 맛과 더불어 작심 없이 찍힌 듯 자연스러운 김광석을 엿볼 수 있어 책장을 넘기는 순간순간 어디선가 그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착각에도 빠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나도 모르게 그의 음반을 찾아 듣게 될는지도. 특히나 김광석의 고등학교 때 사진이라든가 영정사진이라든가 무대 위에서 희미하게 찡그리던 이마의 주름이나 환하게 웃을 때 하회탈처럼 모든 선이 둥글게 퍼지던 얼굴을 만나게 될 때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기분. 저자 임종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큰 선물이 아닐까 한다.
저자 임종진은 올 봄에 캄보디아로 떠난다. 그는 말한다. 김광석의 노래로 그는 무언가 남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이를 실천하는 데도 김광석의 노래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 그는 우리에게도 나눔의 기회를 선사했다. 책에 실린 사진은 원하는 누구나 원하는 사이즈로 구입할 수 있는데 전 수익금을 캄보디아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학자금과 무료사진관 운영에 쓸 예정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