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시몬 드 보부아르 · Novel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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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1966년 사이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원래 1968년 출간된 소설집 <위기의 여자>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이 작품을 고쳐 쓴 <분별의 나이>가 최종적으로 실렸다. 이 작품은 미발표작으로 남아 있다가 1992년이 되어서야 공개되었다. 나이 60을 코앞에 둔 그녀가 겪게 되는 노화와 그에 따른 좌절, 젊은이들에 대한 질투,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반자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이 솔직하게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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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5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13 옮긴이의 말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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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여성 지성의 상징― 시몬 드 보부아르가 남긴 미발표 소설 철학자이자 사상가,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페미니스트의 대모’,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을 통해 평생 지적 동반자로 함께했던 선구적 여인. 현대 여성 지성의 상징이라 할 만한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30주년이 되었다. 30년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분명 누구나 보부아르에게 빚을 진 셈이 되었다. 페미니즘이 문화계 담론의 한 축을 차지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2016년의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보부아르 서거 30주년을 맞아 그녀의 미발표 소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Malentendu a Moscou)』가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대표작은 사회학적 연구서 『제2의 성Le Deuxieme Sexe』이지만, 그녀는 인정받는 소설가이기도 했다. 1943년 『초대받은 여자(L'Invitee)』로 데뷔, 1954년 『레 망다랭(Les Mandarins)』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소설은 자전적인 작품이 많고 독자적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역시 자전적 소설이다. 보부아르는 1962~1966년 사이에 작가연맹의 초대를 받아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 자전적 소설에 담긴 1960년대 소련, 중년의 부부, 그리고 보부아르 주인공은 은퇴한 교수와 교사 부부인 앙드레와 니콜. 각자 다른 사람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하나씩 두고 있는 부부는 1966년, 남편 앙드레의 딸 마샤가 살고 있는 소련으로 여행을 간다. 사회주의에 이상을 품고 있던 앙드레는 삼 년 만에 다시 방문한 소련 사회의 변화 앞에 실망감을 느끼고, 니콜은 젊고 활기찬 마샤를 보며 자신의 ‘늙음’을 느낀다. 둘 사이에 끼어든 마샤의 존재로 인해 니콜의 서운함이 조금씩 쌓여 가고, 마침내 부부 간에 오해가 생겨난다. 니콜은 다툼을 계기로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해 온 앙드레와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작품의 미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중년의 보부아르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 여성으로서 노화를 맞이한 심경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 그녀의 눈에 비친 1960년대 중반 소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노화를 맞이한 부부의 오해와 위기가 눈길을 끈다. 보부아르는 1966~1967년 사이에 이 중편소설을 집필했는데, 당시 그녀의 나이는 만 58세였고 사르트르와의 관계도 38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자신에게 닥친 나이듦에 격렬히 절망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동반자에 대한 복잡한 심경―늙어버린 그에 대한 실망감, 그가 젊은 딸의 에너지에 매료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질투― 역시 가감 없이 드러냈다. 누구보다 예민한 촉수를 지닌 ‘페미니스트 대모’가 고백하는 ‘늙음’은 잔잔하지만 우울하고, 담담하지만 씁쓸하다. 보부아르, 그 삶의 기록 소설은 부부가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실제로 1962년 7월 초, 사르트르가 ‘평화를 위한 운동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부터 보부아르 커플은 1966년까지 매해 여름의 몇 주간을 모스크바에서 보냈다. 니콜과 앙드레가 둘 다 은퇴한 교사.교수로 설정되어 있는 점, 앙드레가 사회참여적 지식인으로 설정되어 있는 점도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 지점이다. -파리에서 앙드레는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빼앗겼다. 스페인 정치범들, 포르투갈의 수감자들, 박해받는 이스라엘 사람들, 콩고의 반도(叛徒), 앙골라 사람들, 카메룬 사람들, 독일에 대항한 베네수엘라 지하운동가들, 페루 사람들, 콜롬비아 사람들. 그리고 그녀는 잊고 있었지만, 앙드레는 힘이 닿는 한 언제든 그들을 도우러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집회, 시위, 모임, 전단 작성, 심의회, 그는 이 모든 일을 수락했다. 그는 수많은 단체와 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본문 17~18쪽) -니콜은 예순 살의 은퇴한 선생이었다. 은퇴한. 그녀는 그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다. 첫 부임지가, 첫 수업이, 시골의 가을날 발치에서 부스럭거리던 낙엽들이 떠올랐다. 은퇴하던 날 ? 흘러간 시간만큼 혹은 그녀가 겪은 시간만큼 그녀로부터 멀어진 ? 은 마치 죽음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일이 닥쳐왔다. 그녀는 이제는 열지 못할 문을, 왁스칠한 복도를, 분주히 뛰어다니던 아이들을, 다시는 듣지 못할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이따금씩 향수를 느꼈다. 그녀는 경계선 너머로 건너와 있었다. (본문 74쪽) 한편, 소련 작가연맹은 보부아르 커플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돕고, 레나 조니나라는 통역사도 붙여 주었다. 40세의 똑똑한 여성 레나에게는 마샤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다. 보부아르는 1972년에 펴낸 자서전 『숙고 끝에(Tout compte fait)』(한국어판 『사랑과 여행의 긴 초대』, 명지사, 1987)에서 자신이 레나의 강하고 명랑한 성격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녀는 레나의 특징 몇 가지를 소설 속 앙드레의 딸 마샤에게 부여하였다. -출구에서 마샤가 기다리고 있었다. 니콜은 마샤의 얼굴에서 클레르와 앙드레의 너무도 다른 특징이 조화롭게 녹아든 이목구비를 발견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날씬하고, 우아했다. ‘가발을 쓴 것 같은’ 머리 모양에서만 그녀가 모스크바 여자라는 느낌이 풍겼다. “여행 잘하셨어요?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 아빠?” 마샤는 아빠에게는 반말을 하고, 니콜에게는 존댓말을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좀 이상했다. “가방, 저한테 주세요.”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가 여자의 짐을 옮겨주는 건 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다른 여자의 짐을 옮겨주는 건 자신이 젊기 때문이니 내가 늙었다는 느낌이 든다. (본문 16쪽) 소설 속에서 부부는 사소한 오해 끝에 다투게 된다. 니콜은 모스크바에 머무는 내내 앙드레와 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는다. 반면 앙드레는 사랑하는 두 여인, 니콜과 마샤와 함께 있는 기쁨에 취해 니콜의 기분을 알아채지 못한다. 불만이 쌓여 가던 니콜은 앙드레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데, 그녀의 회고를 통해 복기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세월의 길이만큼이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역시 자연스럽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오늘날 둘 중 누가 더 상대방에게 애착을 갖고 있는지 딱 잘라 말하기는 불가능했다. 두 사람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결합되어 있었다. 그이는 내 인생이고, 나는 그이의 인생이야. (본문 73쪽) -“변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한 가지 사실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난 그대 보부아르와 늘 함께하리라는 사실이라오.” (사르트르) -“우리 두 사람은 한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때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두 개인 사이의 조화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부아르) 노화 앞에 선 노부부, 그 상념의 기록 -거울 속에서, 사진에서, 그녀의 모습이 시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앙드레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남자인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자신이 여자임을 느꼈다. 그런데 앙드레가 너무나 잘생긴 낯모르는 청년을 데리고 왔다. 청년은 별생각 없이 예의 바른 태도로 그녀와 악수했고, 그 순간 뭔가가 뒤집혔다. 그녀에게 청년은 젊고 매력적인 수컷이었지만, 청년에게 그녀는 여든 살 늙은이만큼이나 무성의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을 보던 청년의 눈길을 잊지 못했다. 그 일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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