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20권. 20권의 표제작 '벌레 이야기'는 어린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되자 그 어머니가 교회를 찾아가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어 붙잡힌 범인을 용서하려 하지만, 이미 사형언도까지 받은 범인이 먼저 신앙적 구원과 사랑 속에 마음이 평화로워져 있음에 절망하여 도리어 자살을 하고 마는 이야기이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전도연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밀양](2007)의 원작소설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1981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윤상 군 유괴살인사건을 실제 모델로 하고 있다. 이청준은 사랑과 화해라는 정신적 덕목을 종교적 신성성(신/ 믿음)에 빗대어 다루면서도, 한편으로 사회 정화와 국가 질서를 강조하는 신군부 체제의 집권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팽배했던 80년 당시의 시대 배경 속에서, 더 큰 범죄의 가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와 피해자를 용서하거나 단죄하고 위로함으로써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 은폐되어버리는 기묘한 담론 질서를 비판하고 있다. 이번 전집에 실린, 1985년부터 1987년 봄 무렵까지 3년여에 걸쳐 발표한 중단편 10편을 통해 작가는, 5공화국의 기묘한 담론 질서와 그 집권 세력인 신군부 체제는 물론이고 1985년 무렵의 끔찍한 모더니티 일반을 겨냥해 비판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하나의 서사 속에 중첩된 주인공의 시간과 작가의 시간을 동시에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부호' 잇는 독보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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