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탄생하라

이원 · Poem
1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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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01권. 시인 이원은 1992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그만의 유니크한 언어와 이미지로 현대 문명의 비인간화된 풍경, 그곳에서 낡아가는 삶과 실존적 방식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한국 현대시의 전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전자 사막'이라는 적실한 표상을 길어냈을 뿐만 아니라 구원과 고통,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이 세계를 부유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치열한 사유와 질문을 던져온 그가 다섯번째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를 출간했다. 직전의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이후 5년 만이다. '애플 스토어-밤낮-쇼룸-큐브-밤낮없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 장에 시 61편을 묶은 이번 시집에서 이원은, 삶에 내재한 죽음과 고독의 심연을 외면 없이 직시하되, 미완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충만한 아이들의 천진함에 기대어 현실의 조건과 물질적 속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상상과 자립적 이미지를 그려내 보인다. 더욱이 현실 속의 아이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지극한 슬픔과 절망, 고독으로 침잠하게 되는 그 순간에 아이들의 순결함과 천진함을 그 곁에 놓아두는('아이-단추-콩알') 자신만의 시적.언어적 방식으로 깊게 애도하고, 이 슬픔의 경계를 지나 새로운 꿈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사랑의 가능성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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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애플 스토어 모두의 밖 모자는 왜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애플 스토어 하루 의자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뜻밖의 지구 애플 스토어 거위를 따라갔던 밤 모두 고양이로소이다 15분 동안 눈보라 당일 오픈 밤낮 검은 모래 애플 스토어 봄셔츠 밤낮 검은 그림 우리는 진열되었다 플라밍고 플라밍고 이쪽이거나 저쪽 죽은 사람 좀 불러줄래요? 뛰는 심장 기둥 뒤에 소년이 서 있었다 구름 드로잉 귀 드로잉 쇼룸 빛을 펼쳐라 어쩌면 버렸다 당신이라니까 부리가 생긴 자화상 실내복 호주머니칼 후렴 쇼룸 욜 악수합시다 큐브 4월의 기도 4월의 기도 삼백 검은 홍합 사월四月 사월斜月 사월死月 사월四月 사월斜月 사월死月 사월四月 사월斜月 사월死月 아이에게 목소리들 큐브 한 편의 생이 끝날 때마다 이것은 절망의 노래 밤낮없이 작고 낮은 테이블 방문객 천사의 날개 이것은 사랑의 노래 사람은 탄생하라 밤낮없이 오늘은 천사들의 마지막 날 오늘은 천사들의 마지막 날 애플 스토어 엄마가 너무 많다 엄마와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았을 때 이것은 희망의 노래 해설 / 희망을 꿈꾸는 천진한 행진 - 박상수

Description

천진함의 힘으로 이 슬픔의 경계에서 더 멀리 가보기 시인 이원은 1992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그만의 유니크한 언어와 이미지로 현대 문명의 비인간화된 풍경, 그곳에서 낡아가는 삶과 실존적 방식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한국 현대시의 전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전자 사막’이라는 적실한 표상을 길어냈을 뿐만 아니라 구원과 고통,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이 세계를 부유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치열한 사유와 질문을 던져온 그가 다섯번째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문학과지성사, 2017)를 출간했다. 직전의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이후 5년 만이다. ‘애플 스토어-밤낮-쇼룸-큐브-밤낮없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 장에 시 61편을 묶은 이번 시집에서 이원은, 삶에 내재한 죽음과 고독의 심연을 외면 없이 직시하되, 미완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충만한 아이들의 천진함에 기대어 현실의 조건과 물질적 속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상상과 자립적 이미지를 그려내 보인다. 더욱이 현실 속의 아이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지극한 슬픔과 절망, 고독으로 침잠하게 되는 그 순간에 아이들의 순결함과 천진함을 그 곁에 놓아두는(‘아이-단추-콩알’) 자신만의 시적 · 언어적 방식으로 깊게 애도하고, 이 슬픔의 경계를 지나 새로운 꿈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사랑의 가능성을 노래하고 있다. 언덕을 따라 걸었어요 언덕은 없는데 언덕을 걸었어요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 노래 불러요 음이 생겨요 오른손을 잡히면 왼손을 다른 이에게 내밀어요 행렬이 돼요 목소리 없이 노래 불러요 허공으로 입술을 만들어요 언덕을 올라요 언덕은 없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요 새의 발이 가득해요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이것은 사랑의 노래」 부분 “맞지 않는 모자가 됩시다” ―잠재한 언어와 이미지의 역동성 이번 시집의 곳곳에서 시적 자아는 ‘목적 없이 걷기’를 통해 ‘나’와 ‘대상’을 벗어나는 순간의 사유를 반복적으로 시도한다. 시인은 일상에서 일상 너머로, 상식을 뛰어넘는 사선의 상상력으로 산책 중에 마주하는 대상에서 다른 존재로의 변화를 감지해내고 시각적이고도 신체적인 이미지를 다채롭게 끌어낸다. 늘 “딛고 선 자리에서 더 멀리 나아가려는 이원 시의 생래적 에너지”(박상수)가 바로 이것이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시적 자아의 발걸음과 집요한 시선으로 인해 이원의 시들은 자주 서사의 축적 대신 뜻밖의 사건들이 잇달아 출연하고 각각 독립적인 사태로 존재하는 형상을 띠기도 한다. 익숙한 현실감을 안겨주는 일상의 장소와 사물들 사이를 얼핏 무연하게 오가는 것 같지만, 간명한 언어와 극단으로 밀어붙인 상상력은 사물의 속성과 본질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그 앙상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으며 “간절함 너머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움”을 찾아 다시 나아간다. 그러기 위해 시적 자아는 예측불허의 엉뚱함과 천진함으로 똘똘 뭉친 아이의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함께한다. 천 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저장한 휴대폰을 옆에 두고 벽과 나란히 잠드는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꼭 껴안을수록 뼈가 걸리는 당신을 가진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 막힌 문을 향해 뛰어가는 비상구 속 초록 인간과 함께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시체를 뜯어 먹는 독수리들과 함께 높은 곳의 바람과 함께 다른 말을 하나로 알아듣는 이상한 경계와 함께 우리는 고독하다 흰 변기가 점령한 지구에서 우리는 고독하다 변기의 무릎을 갖게 된 우리는 [……] 오로지 긴 귀가 머리 위로 솟아 있다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부분 어둠이 사과 속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다 사과 속에 씨앗이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다 열매와 돌을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반숙 완숙이 공존했다 [……] 엄지에게 전권을 주었다 표지판을 세우고 길을 잃는 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싶어졌다 햄버거는 내부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돼지와 닭 들을 생매장했다 [……] 발가락이 향하는 곳을 여전히 앞이라고 불렀다 원스톱 쇼핑몰 귀신 출입을 금지시켰다 희망을 허용하고 있었다 -「뜻밖의 지구」 부분 “가장 끝에서부터 걸어가보자 다시” ―잃어버린 얼굴, 잃어버린 말에 가닿기 위한 감각의 집중 유연한 상상력을 타고 땅을 디뎌 앞으로 나아가는 산책과 더불어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풍경과 이미지가 바로 허공에 부려지는 ‘사과-둥그런 흔적들’이다. 실제로 「애플 스토어」라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각기 다른 시 네 편이 실려 있기도 하다(“의자는 허공을 단련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계단은 허공의 고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밤중 허공의 정중앙에 떠 있다”). ‘어둠과 빛, 밤과 낮이 회전하듯 뒤섞이고, 신맛과 단맛이 뒤엉키고 깎이고 구르다가 어느 모퉁이에서 돌연 출현할지 모를 사과, 무릎을 둥글게 깎아내는 데 몰두하는 인간, 비상을 꿈꾸며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는 거위’의 이미지들은 저마다 부박한 현실원칙의 한계를 넘어 미지의 가능성, 언제 어느 때 도래할지 모를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시적 자아의 의지가 투영된 감각의 집체들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경계 너머, 더 멀리 닿기 위해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어디에도 없는 골목에서 아가들이 눈을 뜨는 소리 횡단보도마다 달빛이 삶을 끌고 가는 소리 모퉁이를 돌면 어떻게 사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까 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사과는 무엇입니까 -「당일 오픈」 부분 동그란 눈알과 동그란 입술이 나란히 벌어질 때까지 작은 것 속에서 큰 것이 튀어나올 때까지 뺨이 번질 때까지 휘파람이 될 때까지 숲에 바람이 새지 않을 때까지 구역을 잃어버릴 때까지 -「당신이라니까」 부분 “우리의 심장을 풀어, 다시 일렁이기 시작하는 것” ―슬프고도 천진한 기도로 애도의 사회적 확장을 꿈꾸기 지금껏 ‘지금 여기서 더 멀리 가보려는 마음의 행진’으로 아이들의 순결함과 천진함을 호명해온 이원의 시들은 시집의 중반부를 넘어서며 더는 상징이 아닌 현실 속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슬픔과 고통을 정면으로 안는다. “오도 가도 못하는 허기가 몇 년째 목구멍에 걸려”(「뛰는 심장」)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얼굴”(「기둥 뒤에 소년이 서 있었다」)은 점차 “갖고 있던 표정”을 모두 써버려 더는 “꺼낼 수 있는 표정이 없다”(「한 편의 생이 끝날 때마다」). 시집 곳곳에서 “느닷없이 쏟아지는 눈물”과 “목구멍의 불편함”을 동시에 담는 이원만의 언어적 방식으로, 애도의 사회적 확장을 불러오는 데 전심을 다하는 시적 목소리들과 마주하게 된다. 슬픔의 공동화에서 ‘떠난 아이들의 순결함을 다시 호명하는 행위로서의 시 쓰기를 경계까지 밀고 나가며, 그 곁에 자신의 믿음인 아이들의 천진함을 다시 놓아보는 방식으로의 애도’(박상수)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인사한다. 이상한 새 소리를 내서. 인사한다. 꽃잎과 꽃잎 사이의 그늘에 숨어. 인사한다. 작은 나무 아래 그림자가 되어. 인사한다. 세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얼굴이 되어 인사한다. 없는 모자를 벗어 두 손에 들고. [……]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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