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온기와 발랄함, 씁쓸함이 공존하는
SF 테마파크
화성에서 생명의 존재를 찾는 과학자, 태양계 외연의 라멘 가게
즐거운 초감시 사회, 투명 인간이 바라보는 불투명 인간 등
섬세한 지식과 빛나는 상상력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섯 세계 속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라는 ‘작가 이야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인 이스카리 유바의 첫 번째 작품집, 《인간들 이야기》(2020)가 리드비에서 출간된다. 《인간들 이야기》에는 데뷔 전부터 원숙해질 무렵까지(2014년~2020년), 각 분기를 대표하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으며, ‘이스카리 유바’라는 작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테마파크 같은 단편집이다.
2016년, 이스카리 유바는 SNS를 통해서 데뷔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연구하는 계약직 연구원이었던 이스카리 유바는 X(당시 트위터)에 ‘요코하마역이 자가 증식해 마침내 일본 본토를 뒤덮는다’는 아이디어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제1회 ‘가쿠요무 Web 소설 콘테스트’ SF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한 권의 장편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걸작으로 회자되는 《요코하마 역 SF》(2017)이다.
데뷔작의 대성공 이후, 때마침 연구원 계약이 종료된 이스카리 유바는 온전히 글쓰기에 매진한다. 소설, 만화 원작을 가리지 않고, 깊은 과학적 소양과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합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본명과 얼굴은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스카리 유바의 웹사이트(yubais.net)를 통해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섬세한 과학 지식과 빛나는 상상력이 어우러진 ‘SF 테마파크’
《인간들 이야기》에는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여섯 가지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이스카리 유바는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섬세한 과학 지식과 빛나는 상상력을 엮어 유머와 감동을 자아낸다.
온통 눈 덮인 세상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봄 나라’를 찾아 남쪽으로 향하는 두 소년(〈겨울 시대〉), 국가의 감시뿐 아니라 국민들의 상호 감시도 권장되는, 오히려 감시가 즐거운 초감시 사회(〈즐거운 초감시 사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실망한 고독한 과학자가 깨닫는 진정한 인간관계(〈인간들 이야기〉), 우주에서 외계인에게 라멘을 파는 지구인과 어마어마한 진상 손님들(〈중유맛 우주 라멘〉), 갑자기 방에 나타난 거대한 바위와 함께 살아가는 ‘나’(〈기념일〉),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투명 인간 소년의 첫사랑 지키기 대작전(〈No Reaction〉).
작품집 출간을 앞두고, 이스카리 유바는 수록 작품들의 창작 동기를 간략하게 회고했다. 소싯적 푹 빠져 있던 고전 SF 작품(〈겨울 시대〉), 조지 오웰의 《1984》 저작권 만료 소식(〈즐거운 초감시 사회〉), 나사와 유럽 우주국 탐사선의 새로운 발견(〈인간들 이야기〉), 만화적 상상력(〈중유맛 우주 라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기념일〉), 당시 떠들썩했던 만능세포 연구 조작 사건(〈No Reaction〉)까지. 각 작품의 다양한 모티브는 생물학자이자 픽션의 힘을 믿는 작가인 이스카리 유바의 뛰어난 역량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 어떤 시공간에서도, 어디까지나 ‘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가 창조한 세계는 시대도, 행성도, 세계선(世界線)도 모두 다른 시공간들이다. 그만큼 《인간들 이야기》는 정교한 과학 위에 서 있는 진지한 SF 작품이지만, 그 안의 낯선 존재들은 결국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다들 주어진 일상을 묵묵히 보내고, 문제가 생기면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하며, 삶의 어려움과 맞닥뜨린다.
《인간들 이야기》 속 각각의 이야기는 충격적인 전개로 향하거나 극적인 결말로 치닫지 않는다. 이 이전에도 이야기가 있었으니, 이 이후에도 이야기가 계속될 것 같은 느낌. 삶의 스냅 같은 낯선 세계 속 다양한 ‘인간들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상상이 닿는 먼 지점에서 사고를 확장시키는 근사한 SF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SF 작품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이야기. 작품집의 제목이 ‘인간들 이야기’인 것도, 출간 이후 계속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