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김민섭 · Soci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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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초판 발행 이후 9년 만인 2024년 7월, 개정판으로 새로이 발간되었다. 출간 이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 유력 일간지에 몇 년간 추천 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지방대 시간강사이다. 인문학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서, 현직 시간강사로서, 현장에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에서는 ‘교수’이지만 연구와 강의를 지속하려면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 시간강사의 삶은 그들이 처한 현실의 비애를 여실히 드러내는 단면이다. 하지만 그런 처우나 처지에 비관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에 열정을 쏟고, 매일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청년을 통해 우리는 희망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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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개정판을 내며 4 프롤로그_ 안녕, 나의 모든 것 14 1부 지방시 첫 번째 이야기, 대학원생의 시간 1 “스물여섯의 나는 그렇게 이 삶을 시작했다” 27 제도권 삶의 시작 2 “이것이 대학원의 전통이라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32 대학원 입학과 조교 생활 3 “숨 쉬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삼백만 원이 비었다” 38 등록금과 장학금 4 “그냥 연구소 잡일 돕는 아이입니다” 41 연구소 조교 생활 5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49 과정생의 노동과 처우 ◆ 대학 시간강사 K께 57 6 “여기서 혼자 할 일 없는 놈” 64 내 부모의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현실 7 “너 그러다 늙겠구나” 70 그리고…… 8 “야 그만 좀 얻어먹어 인마” 73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 9 “나는 반사회적인 인간이다” 80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시간강사와 사회인 10 “아직도 하고 있냐” 87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 친구 허벌에게 11 “발표가 이제는 좀 들을 만하네, 좋아요” 97 그렇게 대학원생이 되었다 12 “한번 해보겠습니다” 104 학위논문 주제를 선정하다 13 “자네, 혹시 삼계탕 좋아하나” 108 학위논문 자료를 수배하다 14 “걔들도 힘들었대, 하고 적혀 있었다” 118 학위논문을 쓰다 15 “그래도 자네 살 만했지?” 128 연구원 등록이라는 ‘희망 고문’ 16 “결국 나도 비겁한 인간인 것이다” 136 내가 만난 학부생 조교들 17 “미안해 꾸마우더리” 144 학자금 대출 18 “내 몸에 그저 미안하다” 150 수료, 그리고 대학원생의 몸 ◆ 어느 날의 일기: 노동한다는 것의 의미 155 2부 지방시 두 번째 이야기, 시간강사의 시간 1 “연구만 하고 강의는 안 할 수 없을까” 163 강의 수임을 거절하다 2 “네, 할게요, 고맙습니다” 170 30인의 지도 교수를 만나다 3 “여러분은 저보다 더욱 좋은 선생님입니다” 180 학생들에게 배운 인문학 ◆ “You are very hard teacher” ―강의실에서의 내 첫 번째 지도 교수에게 188 4 “당신은 나를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196 강단에서의 시야 5 “조별 과제에 불만이 많던 학생은 강사가 되어 강단에 섰다” 203 평범한 집단 지성의 인문학 6 “나는 학생들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13 강의실에 언제나 옳은 존재는 없다 7 “내일 뵈어요” 222 우리 주변의 인문학 8 “교수님, 일베 하세요?” 228 강의실 안에서의 ‘정치적인 것’ 9 “교수님 논문도 검색해주세요” 235 강의와 연구 사이의 균형 찾기 10 “지몽미 그게 뭐야” 243 ‘신종족’과 소통하는 ‘젊은 교수님’ 11 “여러분 마음속으로 제게 에프를 주세요” 252 학생들 앞에 부끄럼이 없도록, 진심 어린 사과하기 12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260 맥도날드에서 배운 인문학 13 “교수님은 무척 행복해 보이세요” 266 나의 구원자, 학생들 14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277 ‘헬조선’에서 꿈꾼다는 것 에필로그_ 그 어디에도 지방시는 있다 286

Description

현직 대학 시간강사가 쓴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삶 “나는 반사회적인 인간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인문학을 사랑해서 그는 자연스럽게 대학원생이 되었다. 대학에서 깨닫게 된 자아정체성은 본인이 ‘반(半)사회적인 인간’이자 ‘반(反)사회적인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겐 ‘허울 좋은 젊은 교수님이지만 88만 원 세대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삶이면서도 어디에 내색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된, 서른셋의 지방대 시간강사의 자기 고백이다. 아마도 내가, 혹은 내 또래의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들이 겪는 외로움의 근원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반(半)사회적인 인간이다. 학생도 아니고 사회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번듯한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반(反)사회적인 인간이다. 다른 노동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 표면적으로 노동하고, 사회가 원하는 소득과 소비 기준, 그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다. 일주일에 네 시간 노동(강의)하고 월급을 받아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난한다. 강의 준비, 과제 첨삭, 개인 면담과 같이 드러나지 않는 노동의 시간이 오히려 더 길지만,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사회성의 결여, 사회에서 함께 동시하고 있으나 동시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동시성의 비동시성, 이러한 외로움은 연애나 우정이나 가족애 같은 것으로는 극복되지 않는다. ‘사회적’이지 못한 존재는, 외롭다. (본문 86쪽) 그는 가능한 한도를 모두 채워 받은 학자금 대출의 이자 상환액 몇만 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사회인으로서 기능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공부에만 전념하면 좋으련만 숨쉬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만도 다른 일을 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 그래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연구도 강의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견뎌내기 힘든, 청춘의 단면이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만큼은 버텨야 한다는 단면. 이만하면 좌절하고 비관할 것도 같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고 더욱 단단한 통찰을 보여준다. “노동한다는 것의 의미” 그런데, ‘노동’에는 사람을 ‘성찰’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타인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또 다른 나를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저에게 내재된 어떤 원초적 욕구’였던 것 같습니다. 연구실의 동료 연구자들이 무척 애틋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의실에서, 학생 하나하나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존중할 만한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라는 어떠한 자각, 이것은 몸을 수고롭게 해 ‘노동’하지 않았다면, 아마 느껴보지 못했을 경험이자 감정입니다. 그에 더해 노동의 시공간은, 인간과 나 자신에 대한 사유를 놀랄 만큼 확장해주었습니다. 워시장에서 설거지를 하며 정말 많은 논문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가끔은 어떤 문단 내용이 통째로 떠올라 꾹꾹 담아두었다가 퇴근하자마자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본문 159쪽) 이런 사유 속에서 그는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도, 강단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단단한 한 인간으로 자리한다. 쓰기 어렵다며 주변에서 모두 만류한 논문 주제에 대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접 자료를 찾으려 움직인다. 두려움에 도망쳤던 강단에 스스로 서게 되기 전까지 그동안 받아온 수업을 되돌아보며 잘 가르치기 위한 강의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가 한 어른으로 당당히 서기 위한 과정을 함께하며 나 자신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마음가짐이 된다. 구원받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책의 1부가 대학원생으로서 그들의 처우와 일상, 연구자로서 학문에 대한 동경과 정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2부는 강단에 서며 느낀 교수자로서의 다짐과 학생들을 향한 시선에 대해 쓰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구원받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것도, 물결에 휩쓸려 가는 나를 건져준 것도, 학생들이었다. 애초에 그저 대학의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 시작한 강의였지만, 그들은 그런 나를 한없이 뒤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지방시 2부는 구원자로서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에게 구원받아야 할 많은 대학의 교수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강의실에서의 사유는 그대로 사회로 나갈 것이고, 언젠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대학을 구원할 주체 역시 학생이며, 강의실을 기반으로 한 대학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내가 행하는 강의실에서의 ‘역행’은, 아주 작은 몸짓이겠으나, 이것이 다시 돌아와 대학과 우리 사회의 가속화를 잠시나마 더디게 해줄 것을 믿는다. (본문 23쪽) ‘지방시’라 줄여 부르는 이름은 시간강사들의 자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이 반짝이는 이유는 그것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몸짓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좌절하고 주저앉아있지 않고 ‘역행’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힘이 된다. 당신도 정말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스스로의 태도로 인해 끝내 행복해질 것 초판 출간 이후 9년이 지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그는 처음 책이 나온 이후 곧 대학에서 나왔다. 개정판을 내며 새로 덧붙인 글에서, 그에게 대학에서의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러나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그러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으니까, 그건 필연이었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아가기 시작한 사람의 몸은 웬만해서는 다시 역행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앞으로를 살아갈 삶의 태도를 얻었습니다. 좋은 태도를 가지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나는 반드시 어제보다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정교수가 되지 못하면 나의 세상이 끝날 것이라 믿던 때는 매일 조금씩 불행해졌습니다. 왜 그랬느냐면, 그건 나의 욕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먼저 잘되어야 하고 그러니까 남은 안 되어야 한다. 그 욕망을 나의 것이라고 믿고 대신 수행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의 잘됨을 바라는 마음이 나의 욕망임을 알았습니다. 그 실체와 마주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삶은 실로 행복합니다. 나와 타인을 위한 다정한 선택을 하는 나로서 어디에서든 잘 살아가고 싶습니다. (본문 6쪽)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삶과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 작가로 글을 쓰고 강의를 다니고 있고, 이에 더해 출판사 대표이자 서점 운영자면서 대리·탁송기사이며, 최근 비영리법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이사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여전히 분투하고 있을 당신도 정말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스스로의 태도로 인해 끝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나아가는 그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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