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는 태양을 향해 간다” 2019년, 바르셀로나의 한 미술관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열렸습니다. 전시 제목은 이랬습니다. <우리는 태양을 향해 간다>. 그 전시에는 1990년대 옛 지도와 1950년대 천체학 서적, 지리학과 건축학 서적에서 차용된 기하학적 이미지에 아름다운 색채가 더해진 다양한 그림 작품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잊혀진 아틀라스를 발견함과 동시에 미완의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느낌이다"라는 평을 얻은 전시였습니다. 누군가는 그 작품들 속에서 어린 시절, 사랑에 빠졌던 밤하늘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낡은 지도 하나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상상을 하던 젊은 시절을, 누군가는 한때 꿈꿨던 건축가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한 편집자는 이 작품들을 그림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거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더 이전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주 기하학 프로젝트 1966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레기나 작가는 스페인과 카탈루냐 현대미술계에서 국내외로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 그는 주로 등대나 탑, 버려진 건물, 오래된 건축 설계도면, 낡은 지도, 공장,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그렸습니다. 두꺼운 판에 이미지를 중첩시키고 반복, 변화시켜 색을 입히거나 칠을 벗겨내는 식의 다양한 콜라주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작품은 1913년 여성 및 아동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총파업을 이끌었던 카탈루냐 노동조합을 기리며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은 공장의 갈라진 틈 사이사이에 그린 작품 <라 꼰스딴시아La Constancia>는 한때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돌리던 기계의 톱니바퀴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그림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레기나 작가의 공장 톱니바퀴와 등대 이미지는 공간에 퍼져 나가는 동심원의 빛 이미지로 변했습니다. 무작위로 퍼진 동심원들은 태양이 되었고 별이 되었습니다. 2016년에 들어서 레기나 작가는 ‘우주 기하학(Geometrias cosmica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작품에 다양한 천문, 지리학 이미지들이 등장했습니다. 2018년 <태양과 테이블> 전시는 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이었습니다. 미술관 한쪽 벽에는 80개의 주황색 반투명 도형자들이 걸렸습니다.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여러 모양의 도형자들이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은 그 도형자를 테이블에 가져와 마음껏 모양을 조합하여 각자의 우주를 완성했습니다. 조합하고 겹치고 붙이는 것 그 자체가 ‘놀이’이자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는 예술 교육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인근 학교의 학생들이 미술관에 모여 각자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발표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지구과학 정보들로 가득한 예술 프로젝트 <지구그래픽스>는 레기나 히메네스의 앞선 예술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에 지구과학적 정보가 더해지기도 했고, 때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인포그래픽적인 그림이 완성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밤하늘의 별은 어떻게 반짝이고 있는지, 우주는 어디로 뻗어가고 있는지, 산과 바다와 강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 땅에 퍼져있는지, 기후 환경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한번쯤 궁금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펼쳐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