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스케치

V. Woolf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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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유년 시절과 가족들에 대한 무작위적인 일기의 모음 『지난날의 스케치』에는 독특한 형태와 빛깔을 지닌 하나의 ‘그릇'이 등장한다. 이 그릇을 울프는 60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채워 갔다. 이 그릇은 조금은 빛바래고 조금은 마모되며 고유한 멋을 띠게 되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의 작은 별장에 놓여 있었다. 울프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는 장편 소설 『등대로』와 『댈러웨이 부인』이 모두 이 가족적인 기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울프는 세계 대전 속 침공의 위협을 시시각각 느끼면서, 더욱더 집요하게 자기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울프가 관심을 두고 묘사하는 것은 날개를 활짝 편 나비가 아니다. 아직 젖어 있고, 눈을 제대로 못 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었던 번데기 옆에서 잠시 떠는 나비가, 그가 푹 빠져들어 탐구하는 대상이다. 자신이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를, 자신이 겪은 가장 큰 고통이 얼마나 현재의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지를, 수고로이 회고하면서 버지니아 울프는 이야기한다. 만일 인생이 발광한 말처럼 뒷다리로 서서 제멋대로 발길질을 해 대는 것이라면 시달릴 수밖에 없겠다고. 그러나 이를 통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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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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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과 음울로 가득한 세계로부터 떠올라 계속 이야기하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기 방식대로 깨닫고 큰 소리로 말하기 나는 그것을 말로 옮김으로써 실재로 만든다. 그저 말로 옮김으로써 완전하게 만든다. 이 완전함은 그것이 내게 상처를 줄 힘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말로 옮김으로써 고통을 없앴으므로 나는 단절된 부분들을 결합하면서 큰 기쁨을 얻는다. 이것이 내게 가장 큰 기쁨일 터다. 그것은 글을 쓰면서 내가 무언가의 속성을 발견하고 어떤 장면을 제대로 살려 내고 어떤 인물을 결합할 때 느끼는 환희다. 여기서 이른바 나의 철학이랄까, 어떻든 한결 같은 생각에 이른다. 즉 목화솜 뒤에 어떤 패턴이 숨어 있고, 우리 즉 모든 인간은 그 패턴에 연결되어 있으며, 온 세계는 한 편의 예술 작품이고, 우리는 그 예술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 산책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혹은 전쟁이 나면 유용할 일을 배우는 대신 지금 글을 쓰면서 오전 시간을 보냄으로써 나는 이것을 입증한다. 글을 씀으로써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훨씬 더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본문에서 20세기를 ‘옛날'로 부르는 데 어느 누구도 스스럼을 느끼지 않는 지금, ‘오늘날'이라는 낱말과 함께 근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빈번히 소환되는 이름,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넓은 강당에서 연설하던 그와 『등대로』에 가감없이 그려진 가정의 끈적한 그림자 속 딸 사이에는 몇 개의 연결고리가 빠져 있을까. 이 순간도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를 가장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하고 가장 사적인 자리에서 묵독하는 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평생 천착해 파고든 ‘자기'라는 주제가, 결국 우리 여성의, 우리 인간의 유의미한 케이스스터디인 까닭일 터다. 2019년의 마지막 달, 민음사 쏜살문고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내밀한 기록을 가려 뽑은 산문집과 회고록을 소개한다. 겉으로 드러내도 손상되지 않는 내밀함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인생이 어떤 토대 위에 서 있다면, 인생이 우리가 계속 채워 가는 그릇이라면, 그렇다면 내 그릇은 의심할 바 없이 이 기억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잠이 들락 말락 한 상태에서 세인트아이브스의 아이 방 침대에 누워 파도가 하나둘 하나둘 부서지며 해변에 밀려오고 노란 블라인드 뒤에서 하나둘 하나둘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다. 바람이 블라인드를 휘날리며 바닥의 작은 도토리를 끌어가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다. 가만히 누워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빛을 보며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며 더없이 순수한 황홀함을 느낀 기억이다. -본문에서 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유년 시절과 가족들에 대한 무작위적인 일기의 모음 『지난날의 스케치』에는 독특한 형태와 빛깔을 지닌 하나의 ‘그릇'이 등장한다. 이 그릇을 울프는 60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채워 갔다. 이 그릇은 조금은 빛바래고 조금은 마모되며 고유한 멋을 띠게 되었지만, 아주 오랜 시간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의 작은 별장에 놓여 있었다. 울프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는 장편 소설 『등대로』와 『댈러웨이 부인』이 모두 이 가족적인 기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세 사람을 언급한 까닭은 내가 어렸을 때 그들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 보았던 대로 그들을 본다. 아주 늙은 신사인 울스턴홈은 여름철마다 우리 집에 머물렀다. 가무스름한 피부에 뺨은 퉁퉁하고 아주 작은 눈에다 턱수염이 있었다. 벌집 모양의 갈색 버들세공 의자가 둥지처럼 그에게 꼭 들어맞았다. 그는 거기 앉아 담배를 피우며 독서하곤 했다. 자두 파이를 먹을 때 과일즙을 코로 뿜어내서 회색 콧수염에 자주색 얼룩을 만든 것이 그의 유일한 특징이었다. -본문에서 그 둔탁한 강렬함은 나비나 나방이 마들바들 떨리는 끈적거리는 다리와 더듬이로 번데기를 밀어내고 나와서 아직 날개가 접힌 채 눈부셔하며 날지 못하고 부서진 번데기 옆에서 잠시 떨면서 느낄 법한 것이었다. -본문에서 그는 몸을 일으켜 서가로 걸어가서 책을 꽂고 “그 책을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묻곤 했다. 나는 보스웰을 읽고 있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18세기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나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나를 보고 반가워했던 이 비세속적이고 매우 특출하며 외로운 남자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올라 나는 자랑스럽고 고무된 기분으로 응접실에 돌아가서 조지가 지껄이는 말을 듣곤 했다. -본문에서 울프는 세계 대전 속 침공의 위협을 시시각각 느끼면서, 더욱더 집요하게 자기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울프가 관심을 두고 묘사하는 것은 날개를 활짝 편 나비가 아니다. 아직 젖어 있고, 눈을 제대로 못 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었던 번데기 옆에서 잠시 떠는 나비가, 그가 푹 빠져들어 탐구하는 대상이다. 자신이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를, 자신이 겪은 가장 큰 고통이 얼마나 현재의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지를, 수고로이 회고하면서 버지니아 울프는 이야기한다. 만일 인생이 발광한 말처럼 뒷다리로 서서 제멋대로 발길질을 해 대는 것이라면 시달릴 수밖에 없겠다고. 그러나 이를 통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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