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인동네 시인선 127권.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홍준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이후 9년 만에 신작 시집 『너의 이름을 모르는 건 축복』으로 돌아왔다.
“해체시와 민중시 사이에 새로운 길 하나를 내고 있다”는 호평으로 주목 받았던 첫 시집부터 “직접”의 시인을 자처하며 삶 자체로서의 시학을 선보였던 세 번째 시집까지, 유홍준 시인이 그려낸 삶의 불모성과 비극성은 우리의 감각에 강렬한 통증을 심어주었다. 네 번째 시집 또한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 조금 더 넓은 보폭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백정의 마을 섭천에 와 많은 것이 줄고 더 또렷해진 건 눈빛이라고 밝힌다. 우리는 이 사실을 모든 시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본질이 아닌 것을 하나하나 소거해 마침내 “그 사람이 맞추어놓은 유골”이, “무덤 위에 올라가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는 무덤”이, 매서운 눈빛이 되었고, 시집은 그 유골이, 무덤이, 눈빛이 감각한 세계에 다름 아니다. 이 근원적이고도 엄중한 직관의 방식으로 시인의 시 세계는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설을 쓴 고봉준 평론가는 “갈등과 불화의 장면들은 이번 시집에서 확연히 줄었다. 대신 그 자리를 일상에 대한 성찰,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대상을 응시하는 시선의 여유가 채우고 있다”고 적시한다. 그의 신작 시집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들은 그의 시 전편을 통해 “시적 대상 앞에서 그 낯선 세계의 입구를 찾고” 있는 시인의 형형한 눈빛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