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핼리 루벤홀드 · History/Social Science
4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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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논픽션이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재해석되며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 박제되었다. 가해자가 영웅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있는 여자로 낙인찍히는 현상은 19세기 영국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하다. 그 근간에는 시대도 국경도 가뿐히 초월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이자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19세기 런던 화이트채플 살인 사건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사회적 맥락과 차별의 문제를 파헤친다. 이미 지나치게 유명한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희생자들이 목숨과 함께 빼앗긴 존엄성을 이제라도 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희생자 다섯 명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저마다 다른 한 걸음 한 걸음을 간절하고도 냉철하게 되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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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추천의 말 다섯 인생의 궤적 들어가며: 두 도시 이야기 폴리 CHAPTER 1 대장장이의 딸 CHAPTER 2 피바디 자선 주택 CHAPTER 3 비정상의 삶 CHAPTER 4 집 없는 피조물 애니 CHAPTER 5 군인과 하인 CHAPTER 6 채프먼 부인 CHAPTER 7 악마의 음료 CHAPTER 8 흑발의 애니 엘리자베스 CHAPTER 9 토르슬란다 소녀 CHAPTER 10 ‘공공의 여자’ 97번 CHAPTER 11 이민자 CHAPTER 12 키다리 리즈 케이트 CHAPTER 13 일곱 자매 CHAPTER 14 케이트와 톰의 발라드 CHAPTER 15 자매를 지키는 사람 CHAPTER 16 ‘아무것도 아닌’ 메리 제인 CHAPTER 17 마리 자네트 CHAPTER 18 즐거운 인생 나오며: ‘그저 매춘부일 뿐’ 어떤 삶의 물건들 감사의 말 주 참고 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이 책은 그들을 추모하는 책이다. 나머지를 꾸짖는 책이다. 이 책이 쓰이기까지 130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_《가디언》 인류 역사상 ‘잭 더 리퍼’만큼 유명해진 범죄자는 없다. 사건이 발생한 지 13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이름을 포함해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이 실체 없는 살인자는, 그래서 오히려 점점 더 유명해지기만 했다. 그의 ‘애칭’은 연쇄살인범의 대표명사처럼 쓰이고, 그의 살인은 소설, 영화, 음악, 음악극, 드라마, 만화, 미술, 게임 등 수많은 작품의 소재로 사랑받았으며, 현재까지도 화이트채플의 살인 현장을 기념하며 돌아보는 ‘잭 더 리퍼 투어’ 상품이 에어비앤비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불행히도 이것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888년 런던, 그땐 낭만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건 라이선스 뮤지컬 〈잭 더 리퍼〉가 2022년 초 한국에서 초호화 캐스팅으로 다시 한번 절찬리 상연 중이다. 어느덧 끔찍한 사건 자체는 무뎌지고 우리는 그의 존재를 인간성의 어둠과 컬트의 상징 정도로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130여 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살인자가 아닌 희생자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 처음 출간되었다. 메리 앤 ‘폴리’ 니컬스, 애니 채프먼,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 캐서린(케이트) 에도스, 메리 제인 켈리. 이른바 잭 더 리퍼의 “대표 희생자 5인(the canonical five)”으로 불리는 다섯 사람에 관해 알려진 것은 이들이 전부 ‘매춘부’였으며 시신이 잔혹하게 훼손되어 살해당했다는 사실뿐이다. 저자는 희생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철저한 자료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집요하게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이 놀라운 대추적극에서 발견되는 진실은 살인마의 정체가 아니며, 예상대로 희생자들이 모두 성매매 여성이었다/아니었다는 단정도 아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대부분 미디어와 대중이 일삼아 왔던 것처럼 살인자의 정체를 부풀리거나 그에게 열광하는 대신, 최선의 근거와 합리적인 추정에 기대 희생자들의 삶을 복원하며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과 똑같이 누군가의 자식으로, 형제로 태어나 누군가의 친구로, 연인으로, 배우자로, 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던 이 여자들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거리에서 홀로 처참한 최후를 맞아야만 했는지 아느냐고. 그 배후에 있었던 것은 ‘미치광이 영웅 살인마’ 한 명이 아니라 당시 빈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가부장제의 사회구조, 그리고 세기를 넘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혐오의 문화, 그 모든 것이라고.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이면에 도사린 빈민들의 생활상과 그 응축된 결과물, 잭 더 리퍼의 등장 단행본만 해도 200여 권에 달하는 이 책의 참고 문헌 수가 말해 주듯이, 이 희대의 살인 사건과 시대 배경에 관한 자료는 사실 매우 풍부한 편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대영제국이 역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렸던 전성기로 회자되는 만큼 끊임없이 미화되어 온 반면, 한편으로는 마치 시대와 뚝 떨어져 지옥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잭 더 리퍼’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졌다. 즉, 양쪽 다 너무도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빅토리아 시대와 잭 더 리퍼는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 빅토리아 왕의 주치의가 잭 더 리퍼였다는 둥의 괴담이나 돌았을 뿐이다. 이는 사건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개인적 비극으로 축소되고, 나아가 아예 피해자의 현실을 지우며 가해자를 부각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저자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사회사 취재와 기술을 통해 놀랍도록 효과적으로 이 단절을 바로잡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 살인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이스트엔드의 빈민들이 살아가던, 입에 담을 수 없이 끔찍한 환경”이었다. 살인과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트래펄가 광장의 점거와 폭동은 이들을 비롯한 런던의 빈곤층이 만성적으로 앓아 온 질병을 나타내는 너무도 눈에 띄는 한 징후”이자 “기성 체제의 얼굴에 튄 기침”이었으며, “잭 더 리퍼의 등장은 그보다 한층 더 요란하고 난폭한 기침”이었다는 것이다. 기성사회가 자신의 깨끗한 얼굴에 튄 이 더러운 오물을 자신과 관계없는 것인 양 철저히 분리하려 했던 이면에는, 극심한 사회 양극화뿐 아니라 거대한 가부장제와 여성혐오 문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희생자들의 인생 궤적과 더불어 빅토리아 시대 빈민과 여성의 생활상을 솜털 하나까지 정교하게 재현해 낸다. 유려하면서도 낭만화가 끼어들 수 없는 빈틈없는 묘사와 신랄한 분석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료 수집과 조사 및 검증 덕이다. 저자는 남아 있는 부검 보고서와 증인들에 대한 사인 심문 내용, 공식 기록이 부실한 가운데 그나마 많은 정보를 남겼지만 동시에 공포를 조장하고 온갖 왜곡과 잘못된 관점을 퍼뜨린 언론 기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했고, 당시 사회상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메리 힉스, 프랜시스 플레이스, 헨리 메이휴, 찰스 부스, 제임스 브라이스 등 여러 사회 연구자 및 개혁가의 저작 또한 적극적으로 참고했다. 이렇듯 방대한 자료의 숲을 낱낱이 파헤쳐 그는 마침내 희생자들의 삶과 존엄을 되살려 냈다. 그렇게 죽어도 좋은 ‘그저 매춘부’는 없다 130여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더 파이브’, 즉 다섯 희생자를 묶어 온 호칭은 이론의 여지 없이 ‘그저 매춘부’였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 당시 런던경찰청의 식별 기준에 따른다고 해도, 다섯 사람 중 셋은 성매매에 잠시라도 종사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각 사인 심문 검시관의 결론에 따르면, 희생자 메리 앤 ‘폴리’ 니컬스는 “인쇄 기계공 윌리엄 니컬스의 아내”, 애니 채프먼은 “마부 존 채프먼의 과부”,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는 “목수 존 토머스 스트라이드의 과부”, 캐서린(케이트) 에도스는 “추정상 독신 여성”이었고, 공개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했던 메리 제인 켈리 단 한 명만이 “매춘부”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가 여기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말하려 하는 바는 이 희생자들이 ‘성매매와 아무 관련도 없는 정숙한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저자는 19세기에도 지금도, “피해자들이 ‘그저 매춘부’라는 주장은 ‘세상에는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가 있다’는 믿음, 즉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을 영속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섯 여자의 삶은 성매매 여부를 떠나 가부장제의 사회규범에 들어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었으며 당연한 희생, 즉 ‘그렇게 끝나도 싼’ 인생이 되었다. 그런 인생들이니만큼 서로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살다가 같은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했겠거니 추측하기 쉽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다섯을 하나로 묶었던 건 한 명의 살인자, 그리고 유구한 빈곤과 가부장제의 역사일 뿐 그들의 삶은 하나하나 오롯한 이야기와 가치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시 시대상을 사실에 가깝게 구현하면서 거기에 피해자 각각의 출생과 결혼과 죽음에 관한 기록, 교회 기록, 법정 기록, 납세 기록, 런던 각 교구 구빈원들의 기록 등을 촘촘히 교차시켰다. 그렇게 되살려 낸 다섯 여자의 삶은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는 것 이상의 감동을 주며, 그들이 19세기 영국을 떠나 21세기 대한민국 어딘가에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한다. 닻 없이 표류한 여자들의 마지막 밤 첫 번째 희생자 폴리는 당시 영국 인쇄업의 중심지였던 플리트가, 일명 ‘잉크 거리’에서 활자를 주조하는 대장장이의 딸로 태어났다. 그 시대 노동자계급 여성이 보통 글을 배우지 못했던 것에 비해, 폴리는 주변 환경과 아버지의 교육관 덕에 읽기와 쓰기를 모두 익혔다. 좁은 방 한 칸에서 모든 식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며 폴리가 누린 유일한 혜택이었다. 결국 그 환경으로 인해 폴리는 어머니와 동생을 결핵으로 잃고 이른 나이에 가정의 안주인 역할까지 해야 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피바디라는 외국인 자선사업가가 지은 최신식 연립주택에 입주하는 ‘행운’을 누리지만,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반강제로 집을 등지고 구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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