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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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보는 재판” 소설 <죄와 벌>에서 <1Q84>까지, 영화<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언터처블> 까지 형벌의 재구성 알베르 카뮈의 유명한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해변에서 눈이 부시게 강렬한 빛을 내려쏘이는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 그 결과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을 기다리게 된다. ‘태양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뫼르소의 진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치에 닿지 않는 변명으로 들린다. 그러나 현실의 법정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이유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죄와 벌>에서 가난한 대학생인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과 같은 비범한 사람은 백해무익한 악인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탐욕스런 전당포 노파를 태연히 죽이고, 우연히 전당포에 들른 노파의 여동생마저 살해한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던 그는 매춘부 소냐의 설득으로 자수를 하고 징역 8년 형을 받고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난다. 그러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사형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의 범죄는 두 명 살인이자 강도 살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실이라면 라스콜리니코프는 최소한 무기징역에서 사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우리가 그 동안 읽어왔던 작품 속 사건에 대한 판결은 현실 법정에서의 판결과 다를 수밖에 없다. 작품의 극적 장치로 마련된 사건들은 작가의 도덕과 철학에 따라 의도된 응징을 내릴 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도 2008년부터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판결을 내리는 국민 참여 재판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들은 재판에 참여하여 판사와 함께 살인사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을 판결하는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즉 배심원이 되면 관련 기록을 읽고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에 참여하기에 앞서 미리 관련 지식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배심원 제도와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가볍게 읽으면서 형사재판의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널리 알려진 소설이나 영화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건들을 현실의 법률에 근거하여 다시 판결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보트 전복사건을 위장한 여자 친구의 살해, 부도덕한 아내의 남편 살해, 미성년자들의 놀랄 만큼 흉악한 범죄,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이웃을 돕다가 더 큰 죄를 범한 선생, 교묘한 술수로 완전범죄를 꾀했다가 성공의 일보직전에 뜻밖의 상황 전개로 범행이 드러나는 사건 등 박진감 넘치는 각종 사례들을 형사재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살인사건’의 경우 한 명을 죽였을 때와 두 명이나 그 이상을 죽였을 때 형벌은 어느 정도 내려야 하는지, 살인의 동기에 따른 형벌의 차이는 왜 생기는지, 또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는 무엇인지, 그에 따른 형벌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판사 생활을 거친 저자가 독자들에게 궁금한 사항과 함께 법률에 근거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형사재판은 사건의 성격에 비춰볼 때 아무래도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음악으로 말하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이지 리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어나가면서 독자 스스로 배심원이 되어 범인에게 판결을 내려 보는 색다른 경험도 가질 수 있다. 끝까지 읽고 나면 형사재판의 절차와 흐름을 알게 됨으로써 관련 지식에 대한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