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2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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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삶을 수많은 선택지로 보라는 권고를 받고 있다. 대형 마트 선반의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체성들도 선택의 대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자유는 불안, 죄책감, 부족감을 낳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살레츨은 ‘너만의 모습을 찾아라’라는 후기 자본주의의 권고가 어떻게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불안하게 하는지 탐구한다. 선택은 순전히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논리가 어떻게 사회 변화를 막는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생각은 왜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불안하고 탐욕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그토록 이 관념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리는 이로 인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살레츨은 이런 물음들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분석을 통해 소비주의나 긍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현상적 분석을 넘어서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인간 조건에 일어난 근본적 변화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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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서론 1장 선택은 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2장 타인의 눈으로 하는 선택 3장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4장 아이,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5장 강제된 선택 결론___사회는 왜 변하지 않을까?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미주 참고문헌

Description

여자의 운명에 관한 오해는 나이 들수록 시든다는 거죠. 전 믿지 않아요. 운명도, 아름다움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예요. ___○○○ 화장품 광고 중에서 스타벅스에 가면 카페모카 한 잔을 선택하기까지 크기에서부터 카페인 여부 등 댓가지 조건을 선택해야 하나의 선택을 완성할 수 있다. 요즘에는 어떤 상품을 선택하든 마찬가지인데, 소위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려면 이런 다양한 조건들을 잘 숙지하고 선별해야 한다. 그래야 만족할 만한 선택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선택지를 하나만 제시해 성공한 마케팅 사례는 선택지들의 범람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 주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징후다. 이는 비단 상품 선택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은 결국 이런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친다. 상품을 선택하듯이 직업과 배우자에서부터 자기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데이트나 결혼, 출산이나 양육 등의 문제도 세심히 계획하고 합리적으로 계산해 본 뒤 결정하면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피해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사랑의 쾌락과 이별의 슬픔, 분노, 스트레스 같은 감정들도 관리와 선택의 대상이다. 이런 ‘선택 이데올로기’는 멘토와 힐링을 갈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기계발 열풍에서부터 인터넷 중매 사이트, 각종 TV 리얼리티 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렇다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선택지들과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 주는 멘토들과 자기계발서들의 조언에 둘러싸인 우리는 과연 만족스럽고 행복한가? 라캉주의적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분석하는 살레츨은 역설적으로 이런 ‘선택의 자유’가 개인의 불안과 죄책감, 상대적 부족감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1980, 90년대 지젝과 함께 슬로베니아학파를 이끌었던 살레츨은 우리에게 자기계발에 대한 환상이 지배하는 친숙한 대중문화 사례들과 정신분석가를 찾은 환자들의 사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통해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인간들을 특징짓는 정신적 징후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뿌리에 위치한 ‘선택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생각은 왜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불안하고 탐욕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그토록 이 관념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리는 이로 인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살레츨은 이런 물음들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분석을 통해 소비주의나 긍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현상적 분석을 넘어서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인간 조건에 일어난 근본적 변화를 이야기한다. 1) 자수성가/자기계발 이데올로기의 역습 : 선택이 낳은 불안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한다 사례1. 안나 쿠르니코바와 마리아 샤라포바가 테니스 스타로 성공을 거둔 이후 러시아 전역의 시골 마을에는 테니스 코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난한 부모들은 어린 딸이 스포츠 스타가 될지도 모른다는 꿈을 가지고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며 자녀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조차 아동 1만 명 중 1명만이 대학에서 체육 특기자 장학금을 받고, 1만 명 중 6명만이 프로 선수가 될 기회를 얻는다. 사례2. 미국의 잡지 편집자 제니퍼 니슬라인은 각종 자기 계발서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아 보기로 결심하고 2년간 다이어트, 집안 정리, 좋은 부모와 아내 되기, 내면의 평정심 유지하기 등 철저히 자기 계발서의 조언에 따른 삶을 산다. 하지만 2년 후 오히려 그녀는 자기가 이룬 그 어느 것도 즐기지 못한 채 심각한 공황 발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다. 사례3. 살레츨이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미모의 젊은 여성은 자신이 선택의 문제로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결혼식 드레스를 고르는 데만도 한 달이 걸렸고, 하룻밤 머물 호텔을 찾는 데는 몇 주가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정자 기증자를 골라 봐야 한다고 했다. 살레츨은 놀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말이면 마흔이 되는데, 지금까지 매번 남자 선택에 정말 재주가 없었다고요.” 선택 이데올로기는 사실 해방적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관념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매나 얼굴, 성적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요 모양 요 꼴이지만 내 자식은 스타가 된다면, 자신이 그리던 이상형의 배우자를 선택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얼마나 해방적인가! 살레츨에 따르면, 이런 선택 관념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선택 관념이 창조한 자수성가형 인간은, 처음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을 통해 자기 재능을 실현하면 자연스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이런 자수성가형 인간의 특징 가운데 도덕적 겸양이 강조될 때도 있고, 타인의 복리에 대한 책임성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적자생존의 전장과 같은 삶에서 경쟁자를 제거하고 전리품을 차지한다는 관념이 용인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그리고 이는 21세기 들어 삶 자체가 예술 작품, 혹은 도전적인 기업 경영이라는 관념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런 선택 이데올로기의 역설은, 끊임없이 더 나은 선택을 부추기면서 각자의 선택과 그 결과에 엄청난 무게를 지운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죄책감과 불만,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떠안게 되고, 현실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실패에 대해서도 자기 잘못이라 치부하게 된다. 2) 불안을 먹고 자라는 자본주의 : 선택 이데올로기와 과로하는 주체 사례4. 윌 퍼거슨의 소설 '해피니스'는 사람들이 충족감에 이르는 참되고 쉬운 길을 일러 주는 자기 계발서에 푹 빠진 사회를 그린다. 이 책은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 생활을 버리고, 옷을 더 간소하게 입고, 화장품을 사지 않으며,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 헬스클럽 등록을 취소하며, 자가용을 포기하고, 직장도 그만두게 만든다. 이들에게는 행복이 가득하다. 하지만 대중이 진정으로 행복해지자 자본주의의 토대가 흔들린다. 산업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 책을 낸 출판사는 겁에 질려, 자사의 주주들과 세계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대신해 이 행복 운동을 중단시킬 것을 결의하고, 저자를 찾기 시작한다. 이내 저자는 인도의 구루가 아니라 트레일러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라는 게 밝혀진다. 또한 암을 선고 받은 이 남자가 손자에게 물려줄 돈을 마련할 요량으로 기존의 자기 계발서들을 짜깁기해 그 책을 썼다는 것도 드러난다. 이야기는 발행인이 저자에게 다시 한 번 자본주의가 번창할 수 있도록, 불행해지는 법에 관한 책을 새로 쓸 것을 권하면서 끝이 난다. 사례5.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자주 출입하는 중산층의 행동을 조사한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이들에게서 우울증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 대부분은 결국 카지노가 늘 이긴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잘 알고 있었고, 자기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대부분 자신이 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가족과의 시간이나 취미 활동을 희생해 가며 생계를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또 쉽게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 알뜰족이어서 몇 달러를 아끼려고 기꺼이 먼 거리를 운전해 할인점을 찾았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주저하지 않고 슬롯머신에 돈을 넣었다. 하지만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다시 짠돌이가 되어 싸구려 뷔페식당 앞에 줄을 섰다. 선택 이데올로기는 방대한 자기 계발서 시장을 비롯해 다이어트와 성형 산업, 컨설팅, 의료 산업 등 자본주의의 각종 산업을 발전시켰다. 1972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에서는 33~50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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