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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진화 의학의 시각으로 인류의 진화가 여성의 몸에 남긴 ‘흉터’와 유산을 낱낱이 파헤친다! 󰋯 2011년 윌리엄 하웰상 수상작. 󰋯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던 여성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 󰋯 여성의 몸의 진화와 생애사를 인류학, 내분비학, 심리학, 의학, 진화생물학의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재구성한다. 󰋯 사춘기와 생리에서부터 성적 행동, 생리 전 증후군, 임신과 출산, 산후 우울증, 수유와 양육, 그리고 폐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몸의 변화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 󰋯 현대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 이를테면 생리 전 증후군, 폐경 증후군, 산후 우울증 등은 홍적세 환경에서 진화한 신체와 현대의 환경이 불일치하여 나타나는 ‘문명화에 따른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 전 세계적으로 건강 부국과 건강 빈국의 여성들의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저개발국의 여성들은 ‘역학적 충돌’이라고 할 만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충돌 상황에서 진화의학적 관점은 건강 문제 해결에 새로운 실마리를 줄 수 있다. 인류의 진화는 여성의 몸을 어떻게 빚어왔는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잊힌 존재로 남아 있던 여성에 대한 진화론적 복권! ‘사냥꾼 남성’ 중심의 인류 진화사에서 남성에 가려져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던 여성의 몸과 생애를 진화론적 입장에서 다뤘다. 사춘기와 생리에서부터 성적 행동, 생리 전 증후군, 임신과 출산, 산후 우울증, 수유와 양육, 그리고 폐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몸의 변화와 건강을 인류학, 내분비학, 심리학, 의학, 진화생물학에서 나온 연구 성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생물인류학자 웬다 트레바탄은 현대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 이를테면 증가하는 유방암 발병률, 앞당겨지는 초경, 생리 전 증후군이나 폐경 증후군 등은 인류가 다른 영장류와 진화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홍적세의 환경에서 ‘진화한 우리의 신체’과 현대의 환경과 불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명화에 따른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다듬어진 인간의 신체가 근 200여 년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여성의 몸은 어떻게 진화한 것일까? 여성의 몸은 400번 이상의 생리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여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 개념은 바로 ‘번식’이다.(14쪽) 이 ‘번식’이라는 개념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은 모두 번식, 즉 생식, 임신, 출산과 양육 등 번식과 관련해서 다뤄진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중에서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생리이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생리를 인간은 왜 진화시킨 것일까? 여타 다른 포유류에서 흔치 않은 생리를 설명하는 진화론적 가설은 여러 가지지만 아직 명쾌한 설명은 없다.(96~98쪽) 문제는 현대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생리 횟수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대부분의 가임기간 동안 사실상 임신 혹은 수유 상태였으며, 평생 100~150번 정도 생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대 여성은 한두 번의 임신과 몇 개월에 불과한 수유 기간으로 인해 과거 선조들보다는 서너 배가량인 350~400번의 생리를 한다. 이런 엄청난 횟수의 생리로 인한 주기적 호르몬 변화와 잦은 에스트로겐의 홍수는 여성의 건강에 아주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지은이의 설명이다. 유방암과 자궁암, 난소암 발병률이 높아지며, 생리 전 증후군이나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결함인가 방어인가? 생리와 생리 전 증후군, 초기 유산, 임신성 당뇨, 자간증(임신중독), 입덧, 산후 우울증, 폐경 증상 등 여성의 ‘증상’은 의학적으로 질병에 불과할까? 호르몬 대체요법 같은 것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초기 유산은 당사자들에게도 안타깝고, 의학적으로 치유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진화론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사실 초기 유산은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진화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자식의 숫자보다 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향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아기를 계속 임신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진화적인 측면에서는 건강하지 않은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해서 수유하고 키우는 것보다는 그 에너지를 보다 건강하고 향후에 손주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133쪽) 따라서 상당수의 초기 유산에 대해 ‘여성은 슬퍼할 필요도 없고, 치료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임신 초기의 유산은 결함이 아니라 진화론적인 ‘방어’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은이는 현대에 보편화되다시피 한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는 폐경은 고쳐야 할 증상일까? 생리 전 증후군을 억제하기 위해 피임약을 먹는 것은 적절한 것일까? 지은이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정상’은 없다! 여성의 몸의 진화를 살펴보면서 지은이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상’이라는 개념이다. 정상 생리 주기, 정상 생리 기간, 정상 신생아 체중, 아이의 정상 발달 곡선 등.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 자주 말하는 ‘정상’은 선진국의 영양 상태가 좋은 사람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일종의 가상의 개념이라는 것. 진화 의학자들은 인간의 신체가 주어진 조건에 따라 생물학적으로 아주 다양하게 적응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은 건강 부국인 미국과 건강 빈국인 볼리비아 여성에게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볼리비아 여성의 프로게스테론 수치는 미국 여성의 프로게스테론 수치에 비하면 거의 불임클리닉에 가야 할 정도이지만, 임신이나 출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기서 정상 수치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유 수유는 어떤가? 지난 수십 년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 건강 클리닉에서 사용한 신생아 성장 곡선의 예를 보면 ‘정상 발달’의 맹점을 알 수 있다. 이 성장 곡선은 “미국의 한 지역에서 수집된 건강한 유럽계 미국인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원자료는 펠스 추적 연구(Fels Longitudinal Study)라고 알려진, 1929년부터 1975년까지의 체질측정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 포함된 신생아의 대부분은 모유 수유를 받지 않았거나 짧은 기간만 수유를 받았다. 이 기준표를 모유 수유아에게 적용하면, 8~12개월 무렵에 대부분 적정 이하의 성장을 보인다고 판정받는다.”(232쪽) 우리는 최고이자 최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찰스 디킨스가 한 이 말은 현대 여성의 건강과 관련해서도 유의미하다. 문명화된 사회에 사는 여성들의 호르몬 수준은 사실 생식 기능 변이 수준의 극단에 와 있다. 의사들이나 연구자들은 이 수치가 ‘정상’이라고 말하지만, 진화적 맥락에서 보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또한 초경이 앞당겨지고, 폐경이 늦어지고, 첫 출산이 늦어지고, 출산 간격이 길어지고, 수유 기간이 짧아지면서 평생 동안 노출되는 난소 호르몬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먹는 것은 많고, 쓰는 것은 적어지면서(양의 에너지 균형) 호르몬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건강 빈국에서는 건강 부국에서 나타나는 비만이나 고혈압, 제2형 당뇨, 심혈관계 질환, 암 등 퇴행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동시에 감염성 질환도 나타나 가히 역학적 ‘이행’이 아니라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 건강 빈국은 온갖 나쁜 것들은 다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역학적 충돌의 시대에 지은이가 단순히 의학적 접근이 아니라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빚어진 우리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최근 한국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