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작지만 크고, 짧지만 길었던 이 시간을 잊지 않고 겸허히 양분으로 삼아서 나는 그저 그런, 무엇 하나 특별한 게 없지만 그래도 가장 특별할 내 시간을 살 것이다. 역시 나는, 내 웃는 모습이 더 좋다.”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꽃 한 송이 같은 위로가 되길… 작가 미이의 인스타툰 대문에는 ‘작가, 우울증 번아웃 일상툰’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미 한 번 호되게 넘어졌던 그는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배웠기에, 자신처럼 아파하는 누군가에게 편안하게 손 내밀며 그냥 그렇게 상처에 밴드 하나 붙여가며 살아가자는 의연함이 엿보인다. 이번에 펴낸 《백색 소동》은 그 역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작은 기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일상툰이다. 이야기는 모두 6꼭지로 이루어졌으며, 그가 스무 해를 맞이한 3월에 그 흔한 유서 한 장 없이 홀연히 세상을 등진 가족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제대로 슬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그는 가족의 죽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했고, 그저 외면하며 도망쳐 버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모든 것이 새로운 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서서히 칠흑 같은 구멍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구멍 속에 갇혀 결국 현실에서 눈을 돌렸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곪아가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에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치료를 받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거치적거릴 것이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작고 소소한 일에 즐거워할 줄 모르게 된 스스로가 억울했고, 그도 모르는 사이에 망가진 자신이 불쌍했다. 염증 같은 생각을 지우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잡았다. 어느덧 롤러코스터처럼 걷잡을 수 없었던 감정의 기복이 점차 완만해지고,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고 조금씩 평안해졌다. 누구나 각자의 몫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듯이,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걸어가다 보니 그 삶의 무게감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세상에 확실한 건 없다. 그는 자신의 밑바닥을 경험하면서 누구보다도 자신을 보살피는 방법을 깨달았다. 무엇 하나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가장 특별할 시간을 살 것이며, 웃는 모습이 더 좋다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지금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음 등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모든 이에게 《백색 소동》은 주위의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꽃 한 송이 같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