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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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끝에서 살아나는 먼 옛날 인류의 숨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상형문자로 써보는, 일상을 다잡게 해주는 일기이자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부적 같은 문장들 《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는 국내 최고의 이집트 문헌학자 유성환 박사가 수천 년 전 고문서에서 골라낸 상형문자 문장을 한데 담은 필사 책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필사 책은 문학 작품에서 뽑은 우리말 문장이나 학습에 필요한 외국어 문장을 옮겨 쓰는 용도로 나왔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자 체계 중 하나이자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자랑하는 이집트 상형문자를 필사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지은이가 골라낸 문장에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생생한 인류의 지혜가 스며들어 있다. 축복, 다짐, 처신, 겸허, 정의라는 테마로 나뉜 50개의 문장은 때로는 일상을 다잡게 해주는 일기가, 때로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부적이 된다. 독자들은 먼 옛날 인류의 숨결을 손끝으로 붙잡아 소중히 간직하는 기분을 만끽하는 것은 물론, 시간을 초월한 문장에서 삶을 이끌어 나갈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필사 책 ―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형문자의 매력을 직접 감각한다 누구나 한 번은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감명 깊은 문구를 마음에 깊이 새기려고, 때로는 외국어를 더 잘 익히려고 문장을 하나하나 공들여 손으로 옮긴다. 손가락은 펜대에 눌리고 어깨와 목은 뻣뻣해지며 눈은 글씨를 들여다보느라 피곤해도, 직접 손으로 쓰다 보면 그 문장이 어쩐지 조금 더 내 것이 된 듯해 뿌듯하다. 이처럼 필사는 스마트폰이나 키보드로는 느낄 수 없는, 좀 더 원초적인 감각을 선사한다. 오늘날 취향의 영역에 들어선 필사는 사실 지식을 모으려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고 기록을 남긴 이래 인쇄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글을 옮기면서 문화를 전승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 기원전 3250년경부터 문자로 기능해온 상형문자(성각문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체계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의 식자층인 서기관들 역시 상형문자로 된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글을 파피루스와 석판에 끊임없이 베껴 쓰면서 지식을 전수하고 사회를 유지했다. 상형문자는 고대 이집트의 신비를 한데 담고 있는 문자로서 고대에 출현한 그 어떤 문자보다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상형문자에 관한 사실이 상당수 밝혀진 현대에도 그림으로 된 상형문자의 매력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빛을 발한다. 《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는 상형문자로 된 문장을 독자들이 직접 옮겨 쓸 수 있게 해주는 독특한 필사 책이다. 상형문자는 시대에 따라 적게는 600개, 많게는 1000개에 달하며 복잡한 체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구나 상형문자에 쉽게 접근하도록 현대를 사는 우리의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필사할 수 있게 구성했다. 그 어떤 외국어보다 희귀하고 흥미로운 언어를 내 손으로 써보는 경험이 각별하다. 국내 최고의 이집트 문헌학자가 안내하는 상형문자의 세계 ― 나를 지키는 문장을 필사하며 고대인의 지혜를 체험한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이집트학과에서 문헌학을 전공한 유성환 박사는 고문서에서 하나하나 선별한 지혜의 문장을 《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에 담았다. 상형문자의 매력에 빠져 이집트학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독학하는 단계를 지나 유학하는 내내, 공부를 마치고 연구에 매진하는 지금까지도 상형문자가 너무나 재밌고 흥미롭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오래전부터 상형문자 필사에 공을 들여왔다. 손으로 직접 옮겨 쓸 때마다 상형문자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어서다. 지은이는 고대 이집트인의 심성을 가늠하는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에 와닿고 지침이 될 문장을 세심하게 선별했다. 축복, 다짐, 처신, 겸허, 정의라는 테마로 나뉜 50개의 문장은 먼 옛날 인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당신은 정말로 신의 선물입니다.”라고 선언했고, 역경에 굴하지 않는 이들의 “심장은 사자보다 강하다.”고 묘사했다. 오늘 하루를 더 낫게 살아가려는 이들에게는 “존재하는 한 그대의 심장을 따르라.”고 충고했으며, 자만의 덫에 빠져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경청하는 사람은 신께서 사랑하시며, 경청하지 않는 사람은 신께서 증오하신다.”고 환기시켰다. 또한 불의한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고자 “정의를 행하는 것은 코에 공기를 불어넣는 것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서 지은이는 문장의 뜻과 주요 단어의 의미, 출처 등을 간명하게 설명해 독자가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부록으로 상형문자 읽는 법과 이를 바탕으로 이름 쓰는 법을 덧붙여, 상형문자의 원리를 간단하면서도 쉽게 직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는 일상에서 좀처럼 접하지 못하는 상형문자를 직접 필사해보는 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책을 열어본 이들은 때로는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는 일기가, 때로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부적이 될 상형문자 문장들을 한 자 한 자 써보면서 우리말이나 외국어 필사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할 감각을 깨우게 될 것이다. ◎ 편집자의 말 《최초의 소설 시누헤 이야기》 작업을 마치고 홍보를 위해 유성환 선생님을 자주 뵈었다. 선생님은 강연을 비롯해 한 달 내내 일정이 가득했다. 한 가지 놀라운 일은 어떤 행사라도 꼭 사인을 요청하는 이들이 있고, 선생님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빠짐없이 사인을 해주셨다는 것이다. 새삼스레 놀란 건 선생님의 열정도 열정이지만, 사인이 우리말이 아니라 상형문자로 쓰였기 때문이다. 사인을 요청한 분께 드리는 축복의 말과 그분의 이름까지 모두 상형문자였다. 상형문자로 사인을 하다니. 이집트 문헌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상형문자가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편지가 되고 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멀뚱히 사인을 받다가 선생님이 써준 내 상형문자 이름을 괴발개발 베껴봤다. 내 이름으로 표기된 상형문자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사막 토끼였다. 사막 토끼라니. 그것도 한자처럼 뜻풀이로 들어있는 게 아니라 토끼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전부터 나는 다른 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름만은 좋아했는데, 상형문자 덕분에 더 좋아졌다. 《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는 선생님의 사인에서 시작된 책이다. 사랑은 아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이제부터 사랑은 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편집자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