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Soseki Natsume · Novel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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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야릇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이상야릇’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뭔가 평범치 않고 묘한 것, 또 낯설거나 독특한 일들을 볼 때 ‘이상야릇하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의 열세 가지 이야기는 ‘기담’의 정의와 제대로 맞물린다. 이 책을 엮은 히가시 마사오는 일본의 장르문학 편집자이자 작가로서, 일본의 많은 대문호가 ‘괴기환상문학’에 관심이 깊었다고 증언했다. 히가시 마사오의 말에 따르면 나쓰메 소세키는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대문호인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문학 작가’ 중 한 사람”이었으며 스스로 ‘요괴와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세키는 에도 시절의 도쿄부터 런던과 중세 유럽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기담들을 통해 매혹적인 ‘이상야릇함’을 펼쳐낸다. 그의 기담들은 정형화된 유령이나 요괴들을 다루는 대신에 대신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렇기에 더욱 기묘한 순간과 정서들을 파고든다. 그 탐사의 과정이 일상적 삶의 면면까지 돌이켜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쓰메 소세키만의 독특한 깊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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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귀신이 곡하는 절에서의 하룻밤 물 밑의 느낌 열흘 밤의 꿈 긴 봄날의 소품(발췌) 하룻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발췌) 환청에 들리는 거문고 소리 취미의 유전 런던탑 환영의 방패 해로행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 소세키 요괴 구절 모음집 편집자 해설 –히가시 마사오

Description

“나는 예전부터 요괴를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내는 예언과 경고, 비밀의 세계. 기담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야릇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이상야릇’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뭔가 평범치 않고 묘한 것, 또 낯설거나 독특한 일들을 볼 때 ‘이상야릇하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의 열세 가지 이야기는 ‘기담’의 정의와 제대로 맞물린다. 이 책을 엮은 히가시 마사오는 일본의 장르문학 편집자이자 작가로서, 일본의 많은 대문호가 ‘괴기환상문학’에 관심이 깊었다고 증언했다. 히가시 마사오의 말에 따르면 나쓰메 소세키는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대문호인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문학 작가’ 중 한 사람”이었으며 스스로 ‘요괴와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세키는 에도 시절의 도쿄부터 런던과 중세 유럽 등,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기담들을 통해 매혹적인 ‘이상야릇함’을 펼쳐낸다. 그의 기담들은 정형화된 유령이나 요괴들을 다루는 대신에 대신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렇기에 더욱 기묘한 순간과 정서들을 파고든다. 그 탐사의 과정이 일상적 삶의 면면까지 돌이켜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쓰메 소세키만의 독특한 깊이가 드러난다. 본문을 구성하는 ‘기담’들의 다양한 형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서 소세키는 단편소설뿐 아니라 신체시와 하이쿠, 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관한 에세이까지, 여러 형식의 글을 넘나들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은 소세키만의 문학세계와 ‘요괴와 만날 자격이 있’는 작가로서 그가 지닌 새로운 면모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이 책에 너울거리는 예언과 경고, 비밀의 세계에 한 걸음 내디뎌보자. “아름다운 많은 사람의 아름다운 많은 꿈을…….” 삶과 꿈, 일상과 환영을 누비는 소세키의 매혹적인 밤들 꿈결 속 삽화를 통해 이어지는 ‘너와 나’ 별일 없이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종종 기이한 감각에 맞닥뜨리곤 한다. 평소에도 몇 번이나 지나치던 거리가 갑작스레 낯설어 보이고, 내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역시 괜히 미심쩍다. 한편으로는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의 얼굴이 아주 친숙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멀리서 날아가는 새의 울음소리가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인 듯 느껴질 때도 있다.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에는 꿈이나 유령을 비롯해 우리가 보통 ‘불가사의’하다고 표현하는 순간들, 그리고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혹은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진 이미지들 사이를 파고들어 어떤 불협화음을 찾아낸다. 낯선 이미지들이나 불협화음은 세계에 관한 이질감을 가져다주며, 이 낯선 감각은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다. 세계가 열리는 순간 삶의 층위는 풍성하고도 다양해진다. 이렇듯 소세키는 꿈과 현실, 과학과 환상 등 서로 다른 관계를 지닌 항목들을 연결하거나 마찰시킨다. 접촉의 순간 태어나는 ‘기이한 감각’은 이 책의 기담들을 이루는 중추다. 가령 히가시 마사오가 소세키의 환상문학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은 「열흘 밤의 꿈」은 우리가 꿈결에서 마주한 ‘기이한 감각’을 구체적이고도 강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어느 화자가 열흘간 꾼 꿈들의 삽화를 그리는데, 여기서 ‘화자’가 서로 동일 인물인지 서로 다른 인물인지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꿈속의 이미지들 역시 인과관계에 따라 설명되지 않고, 둘둘 말아둔 걸그림을 조금씩 펼치듯 낯선 이미지들을 차츰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다른 세계를 엿보고 온 결과물인 듯한 장면들은 현실에서의 논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세계의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듯 세밀하게 묘사될 뿐이다. 소세키의 꿈을 응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 인물들에 서서히 녹아든다. 어느 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연인을 100년간 기다리고, 정체 모를 아이를 버리기 위해 밤길을 바삐 걸으며, 목적지를 알 수 없는 큰 배에서 매일 별을 바라보는 탑승객이 된다. 꿈속의 세상은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 본문에서도 소개하는 신체시 「물 밑의 느낌」을 인용하여 설명하자면, 꿈속 세상은 ‘꿈의 아닌 꿈의 생명’처럼 우리 안에 스며들어 ‘전생의 인연, 깊이 가라앉은, 오래 살지 않은 너와 나’를 보여준다. 한밤중 내 몸을 떠나 꿈속으로 스며든 나는 지닌 적 없는 인연에 매이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너와 나’로 거듭난다. 탈피와 접속의 과정에서 우리의 환상과 욕망은 겹겹이 깊어지며 또 다방면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 확장의 과정은 문학을 비롯해 이야기를 읽(보)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겪어온 공통의 경험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몽환적인 이야기 중 하나인 「하룻밤」에서, 작가는 마루에 앉아 대화하는 세 사람에 관해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묘사한 하룻밤은 그들의 생애다.” “죽음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으리라고는 이제껏 알지 못했다.” 어둡고 혼란스러운 밤, 까닭 모를 개 짖는 소리, 건넛마을 유령 소문…… 그리고 기담 뒤편에서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엮은이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의 단편 「환청에 들리는 거문고 소리」는 소세키의 “‘요괴 취미’를 더욱 직접적으로 구현”한 작품 중 하나다. 어느 날 친구로부터 유령 이야기를 들은 화자가 어둑한 밤 언덕길을 걸어가며 독백한다. “그동안 어쩜 그리 천하태평으로 살았을까? (…) 살고 싶은 마음이 이리도 간절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령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두려움을 안기는 이유는 그것이 죽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처럼 까닭 모를 ‘초자연적인 것’이 주는 두려움도 물론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공포는 역시 죽음과 직결된 감정일 테다. 그래서인지 소세키의 기담 속에서도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들은 심심찮게 모습을 보인다. 가령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발췌)」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다종다양한 반응을 서늘하고도 쓸쓸한 시선으로 다룬다. 살아 있을 적엔 그저 평범하고 때로는 귀찮게까지 느껴지던 존재가 죽음 이후에는 새삼 영묘한 것으로 다뤄진다. ‘유령’이 주는 두려움이 ‘사람’이 주는 공포보다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점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벽이 그 사이에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죽음’은 ‘삶’의 반대 항인 만큼, ‘삶’을 다시 강렬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매일 반복되었기에 익숙하던 ‘삶’이 그 끝을 인지하고 나자 새삼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환청에 들리는 거문고 소리」는 유령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이 밤길을 걸어가는 과정을 통해 유령, 즉 죽음이 주는 공포가 역설적으로 삶을 얼마나 간구하게 만드는지 묘사한다. 사람이란 본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존재며, 죽음은 그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암흑-즉 볼 수 없는 무엇이다. 특히 사랑하는 이가 있는 자에게 이 암흑은 한층 더 두텁게 느껴진다.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사랑하는 자의 미래까지 함께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담의 불가사의는 단순히 공포심만 불러일으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막막한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소중한 것들을 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만든다. 소세키의 기담에서 삶과 사랑은 ‘미지에의 공포’ 속에서도 꾸준히 자라난다. 가령 소세키는 중세 서구문학의 틀을 빌려온 단편 「환영의 방패」에서 “아득한 시대의 보이지 않는 괴력을 빌린, ‘일편단심’ 순애보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담이란 본디 ‘이상야릇한 이야기’인 만큼, 계속하여 정체 모를 존재나 사건들이 등장한다. 다만 그런 존재 또는 사건을 마주한 이들이 품은 애정과 간절함은 어느 시대나 장소에서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의 삶에서 접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기이한 일들 속에서 누군가의 희노애락이나 애정, 희망 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가 전혀 다른 시공간을 그리는 이야기에 깊이 배어들 수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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