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하는 감각의 흔적을 좇아 세계의 해변을 걸어가는 시인 하재연의 첫 산문집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존재의 시작과 현재를 잇는 흐름을 섬세하게 더듬어나가며 수많은 ‘나’를 마주한 시인의 표정은 겹겹의 슬픔을 간직한 채, 따스하다. 희디흰 눈이 흩날리는 숲의 입구에서 만난 고양이. 처음 발견한 행성의 표면 같은 눈으로 여전히 저만의 세상을 둘러보지만, 내게 와 좁은 삶의 테두리를 공유하게 된 존재에 관한 이야기들. 프롤로그에서 시인은 “내게 왔으므로 함께 올 수 없었던 빛나는 것들에 관해” “야생이라는 아름다움에 대해, 그것들에 용서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썼다. 안타깝고 씁쓸한 찰나의 마음이 모여 작은 존재의 시간을 되짚어나간다. 유년의 기억과 맞물리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 “‘여성’+‘작가’로서+글을 ‘쓴다’”(「목화 씨앗 이름」)는 명백한 정체성이 불편한 ‘무엇’으로 호도되는 현실에서, “매일같이 패배하며 일구어낸 자그마한 승리들”(「사랑의 권리」) 그리고 사회로부터 부정당하고 배반당한 도처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문학의 증언. 영화, 미술, 음악과 어우러진 담대하고도 명징한 시인의 예술론이 한 권의 산문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낯선 존재와의 마주침으로, 쌓아 올린 언어를 흩트리고 갱신하며, “대부분 무의미한 절망 쪽에 가깝”지만 “쓰는 사람이 나라는 점에 있어서는, 쓰고 있는 순간만이”(「화이트홀」) 존재와 세계를 연결하는 시인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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