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

하재연 · Essay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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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하는 감각의 흔적을 좇아 세계의 해변을 걸어가는 시인 하재연의 첫 산문집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존재의 시작과 현재를 잇는 흐름을 섬세하게 더듬어나가며 수많은 ‘나’를 마주한 시인의 표정은 겹겹의 슬픔을 간직한 채, 따스하다. 희디흰 눈이 흩날리는 숲의 입구에서 만난 고양이. 처음 발견한 행성의 표면 같은 눈으로 여전히 저만의 세상을 둘러보지만, 내게 와 좁은 삶의 테두리를 공유하게 된 존재에 관한 이야기들. 프롤로그에서 시인은 “내게 왔으므로 함께 올 수 없었던 빛나는 것들에 관해” “야생이라는 아름다움에 대해, 그것들에 용서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썼다. 안타깝고 씁쓸한 찰나의 마음이 모여 작은 존재의 시간을 되짚어나간다. 유년의 기억과 맞물리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 “‘여성’+‘작가’로서+글을 ‘쓴다’”(「목화 씨앗 이름」)는 명백한 정체성이 불편한 ‘무엇’으로 호도되는 현실에서, “매일같이 패배하며 일구어낸 자그마한 승리들”(「사랑의 권리」) 그리고 사회로부터 부정당하고 배반당한 도처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문학의 증언. 영화, 미술, 음악과 어우러진 담대하고도 명징한 시인의 예술론이 한 권의 산문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낯선 존재와의 마주침으로, 쌓아 올린 언어를 흩트리고 갱신하며, “대부분 무의미한 절망 쪽에 가깝”지만 “쓰는 사람이 나라는 점에 있어서는, 쓰고 있는 순간만이”(「화이트홀」) 존재와 세계를 연결하는 시인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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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어두워진 빛들에 대한 애도 1부 점과 점을 잇는 선분의 존재 방식 푸른 머리칼 드봉 샴푸병 코다 사랑의 지속 人+形 화이트홀 점과 점을 잇는 선분의 존재 방식: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에 관한 몇 가지 항목들 2부 아직 아무도 아닌 우리의 이름 목화 씨앗 이름 사랑의 권리 옥희의 언어 하복夏服을 입은 맨발 내가 상상한 문학은 아니었으나 이산하는 영혼의 시 3부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악기를 가진 아이와 손 쥐고 어리석은 사랑의 기술 크리스와 레아 헛됨의 놀이터 일요일의 현상학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으니 여름, 판타지 허파꽈리 같은 친구들에게 본문에 등장하는 시와 텍스트 들

Description

새롭게 출범하는 <문지 에크리>의 디자인은 한 편의 ‘흑백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앞표지 전면에 배치된 흑백사진은 영화의 스틸 컷을 보는 듯하다. 앞뒤로 이어지는 실선 또한 영사기에서 돌아가는 필름을 연상케 하며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흑백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관객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표정과 행동을 크고 분명하게 하는 것처럼, <문지 에크리> 역시 저자의 사유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오직 ‘쓰는’ 행위를 조명한다.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연필을 곱게 깎아 꾹꾹 눌러 쓰는 것처럼 <문지 에크리>는 독자들이 문학작품을 통해서만 접해왔던 작가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독자들 앞에 첫선을 보인다.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는 문학평론가 김현과 이광호 시인 김혜순, 김소연, 신해욱 그리고 소설가 백민석까지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왔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그/그녀가 무엇을) ‘쓰다’라는 뜻이다. 쓰는 행위를 강조한 이 시리즈는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함께 올 수 없었던 빛나는 것들에 관해,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어두워진 빛들에 대한 애도, 시인 하재연의 첫 산문집! 휘발하는 감각의 흔적을 좇아 세계의 해변을 걸어가는 시인 하재연의 첫 산문집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존재의 시작과 현재를 잇는 흐름을 섬세하게 더듬어나가며 수많은 ‘나’를 마주한 시인의 표정은 겹겹의 슬픔을 간직한 채, 따스하다.희디흰 눈이 흩날리는 숲의 입구에서 만난 고양이. 처음 발견한 행성의 표면 같은 눈으로 여전히 저만의 세상을 둘러보지만, 내게 와 좁은 삶의 테두리를 공유하게 된 존재에 관한 이야기들. 프롤로그에서 시인은 “내게 왔으므로 함께 올 수 없었던 빛나는 것들에 관해” “야생이라는 아름다움에 대해, 그것들에 용서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썼다. 안타깝고 씁쓸한 찰나의 마음이 모여 작은 존재의 시간을 되짚어나간다. 유년의 기억과 맞물리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 “‘여성’+‘작가’로서+글을 ‘쓴다’”(「목화 씨앗 이름」)는 명백한 정체성이 불편한 ‘무엇’으로 호도되는 현실에서, “매일같이 패배하며 일구어낸 자그마한 승리들”(「사랑의 권리」) 그리고 사회로부터 부정당하고 배반당한 도처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문학의 증언. 영화, 미술, 음악과 어우러진 담대하고도 명징한 시인의 예술론이 한 권의 산문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낯선 존재와의 마주침으로, 쌓아 올린 언어를 흩트리고 갱신하며, “대부분 무의미한 절망 쪽에 가깝”지만 “쓰는 사람이 나라는 점에 있어서는, 쓰고 있는 순간만이”(「화이트홀」) 존재와 세계를 연결하는 시인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을 사랑했다면,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만났다면, 나라는 삶은 지금과 조금 달라져 있을까요?” [……] 시 쓰기는 정처 없는 무심함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과정입니다. 끝이란 정해지지 않은 끝이므로 도착할 수 없는 끝입니다. 우연과 필연 들의 힘센 장력 속에서 비틀거리면서 용케 공기의 흐름을 타는 날갯짓 같은 것이라 한없이 자유로워 보이는 순간 금세 기우뚱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일요일의 현상학」에서) 책의 1부에서 시인은 존재의 기원을 따라가면서 자아가 성장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한다. 나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꿈틀거리는 욕망과 맞물려 확장되는 우주는 때로 통증을 유발하고 아득한 동공空洞을 만들지만 그럼에도 존재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시간의 배경이다. 그 드넓은 시공간에 들어서 위태로움을 감수하고 균형잡기를 시도하는 시인의 언어가 탄생했음을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무의식의 저변에서 끊임없는 반동을 일으키며 존재의 자유를 구속하는 속삭임, 그 중심에 자리 잡아 오랜 시간 부당했기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삶의 장면들을 다룬다. 식물을 키우면서, 아이를 보살피면서, 실재하는 삶을 통해 목격하게 되는 참상과 동행하는 언어의 궤적을 더듬어보면서, 문학의 증언을 이어나가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3부에서는 시를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을 통해 예술의 또 다른 통로를 발견한 순수한 즐거움과 사고의 전환이 자유롭게 전개되면서 씌어진 오감을 아우르는 시인의 산문들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의 소설(「크리스와 레아」)이나 화가 임동승,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작품과 함께한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형상’과의 낯설고도 뜨거운 조우(「헛됨의 놀이터」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으니」)는 다채로운 재미를 준다. 순간의 엇갈림과 공존을 예감하며 당신에게 건네는 안부 인사 『라디오 데이즈』(2006)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2012) 『우주적인 안녕』(2019) 등을 통해 열리고 닫히는 세계의 한 귀퉁이에서 흘러내리는 소음과 뒤죽박죽 엉켜 소란해진 풍경을 우주적인 시선으로 확장해온 하재연의 시편들 역시 이번 책 곳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띄엄띄엄 산문 속에 배치된 시들은 우리를 스쳐 간 순간의 배음背音처럼, 시간이 흐른 후 짙어지는 인상처럼 고요한 폭풍을 일으키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2020년 제3회 구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사라짐과 어긋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열어가며 우주적으로 확장해, 인간을 성찰하는 개성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이 땅에서의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나아간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우주적 상상력과 우주적 시선이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성찰의 시선을 열어주고 있다”(심사위원 최정례·조재룡·이경수)는 평을 받았던 시인은 일상에 잔재한 폭력 너머 존재의 고독을 위로하는 연대의 끈을 시로써 모색하며 꾸준한 언어 실험을 이어왔다. “만지면 사라질 것처럼 멀지만, 발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말하고자 할수록 달아나서, 입을 여는 순간 그 말에 소외되어 우주처럼 고독해지는 단어”(「사랑의 권리」)로서 형언하기 어려운 장소이자 시간인 ‘사랑’으로 하재연은 나아간다. 시간의 틈을 벌리며 어둠에 묻힌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사랑의 움직임으로 결코 끝나지 않을 끝을 향해 그는 쓴다. 타인을 통과한 무수한 ‘나’를 만나고 다시 세계인 우리로 돌아와 시인이 발견한 것은, 그럼에도 어둠을 견디는 ‘빛’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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