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길라잡이>, <시공 불교사전>의 저자 곽철환이
원고지 500매로 압축한 붓다의 가르침!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방대함을 흔히 8만 4천 가지 경문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한국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만 해도 그 양이 엄청나다. 거기에 남방에서 보존해온 초기경전과 다양한 논서까지 더하면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가르친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어떤 경전을 보더라도 그 대의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일까? 그 핵심이 무엇일까?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엇을 가르치셨을까?
불교 관련 서적이 많지 않던 때에 가뭄에 단비와 같았던 <불교 길라잡이>(1995년)를 필두로 오랫동안 불서를 기획, 집필해온 저자 곽철환 선생이 평생 마음에 품어온 의문이 그것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일까?”
한 구절 한 구절을 모아 단락을 만들고, 단락과 단락을 모아 한 편의 글이 되기까지 쓰고 읽고 다시 쓰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당신이 배우고 익히며 실천해온 부처님 가르침의 고갱이를 정리했다. 그렇게 원고지 500매로 압축되어 나온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답변이다. 저자는 말한다. 불교는 자연과학처럼 바깥 대상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내관(內觀)으로, 고(苦)에서 열반(涅槃)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마음에서 떠오르는 지각, 생각, 영상(映像, image), 감정 등이 어떻게 고(苦)를 일으키는지를 통찰하여 평온한 열반(涅槃)을 얻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불교이다.
우리는 바깥 대상을 지각할 때,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않고 온갖 생각과 감정, 선입관 등으로 덕지덕지 채색하여 지각한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여기’에 머물지 않고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의 일로 갖가지 상상을 떠올려 얽매이고 집착한다. 에고(ego)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마음은 ‘나 / 나 아닌 것’으로 갈라지고, 생존에 ‘유리하다 / 불리하다’로 갈라지고, ‘기분 좋다 / 기분 나쁘다’로 갈라지면서 둘로 나뉜 온갖 생각과 감정이 잇달아 일어나 그 양쪽을 끊임없이 오락가락하므로 온갖 불안과 갈등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불교는 무엇을 ‘아는’ 공부가 아니라 무엇이 ‘되는’ 공부
부질없는 마음의 소음을 버리고 청소하면 될 뿐!
우리가 궁극에 도달해야 하는 열반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소멸된 상태이다. 중생의 탐욕이 끝없는 건, 에고의 속성이 ‘부족감’이어서 결코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분노는 ‘저항’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저항이고, 오고 가는 인연을 거스르는 저항이고, 허망한 에고에 상처를 받아서 치솟는 저항이다. 어리석음은 자신이 얼마나 탐욕스럽고 매사에 얼마나 잘 분노하는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열반으로 가는 길에 복잡한 교리 따위는 필요 없다. 에고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면,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은 자연히 사라진다.
그러나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의 마음에는 온갖 헛된 생각과 불안이 엄습해온다. 모두 에고에 대한 집착이 불러일으키는 망상일 뿐이다. 이미 알고 있지만, 마음은 결코 내 뜻대로 쉬이 평안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마음의 재잘거림은 불교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해서 잦아드는 게 아니다. ‘앎’이 곧 ‘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앎’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마음 가득한 부질없는 생각과 감정을 청소할 줄 알면 될 뿐이다.
‘이 책은 어떻게 마음을 청소할 것인가에 대한 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교를 배우는 목적은 단지 이런저런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함이라는 뜻이다. 마음의 작용을 파헤치는 복잡한 교리에 몰두하기보다 고(苦)의 원인을 바로 살펴서 고(苦)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여 안심(安心)을 자주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에고(ego)’가 어떻게 고통을 일으키는지, 먼저 고(苦)의 정체를 바로 알면 고에서 벗어나는 길도 보이는 법이다. 불교는 결코 삶에서 유리된 것이 아니다.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의 뭇 존재에게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