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심리학자 B. F. 스키너를 사회사상가로 자리매김한 책.
20세기 심리학의 랜드마크.
심리학자 B. F. 스키너가 사회사상가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게 만든 책이 바로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이다. 스키너는 과학적 심리학에서 얻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새로운 인간관과 문화관을 제시했다.
이 책이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은 정말 엄청났다. 1972년에 스키너는 이 책으로 잡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면서 대중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스키너 자신이 꿈꾼 이상사회를 소설 형식으로 그린 [월든 투]가 다시 인기를 끌며 수십 만 부나 팔렸으며, 읽어내기가 결코 녹녹치 않은 이 책 역시 수십만 부가 팔렸다. 1972년 4월 예일 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는 ‘스키너의 업적에 관한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의 공격도 맹렬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조직된 비영리기관인 ‘대학비교연구소’(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는 이 책을 20세기 최악의 책 50권 중 하나로 꼽았고,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The Case Against B. F. Skinner’라는 글을 통해 행동주의 심리학과 스키너를 전체주의 사상의 지지자들이라고 공격했다.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라는 제목부터 탐탁찮았던 보수주의자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행동의 원인을 순전히 환경으로만 돌리는 내용에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던 것이다.
스키너는 자유와 존엄을 보는 전통적인 관점을 분석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자유와 존엄을 누리는 인간 내면의 자율적인 존재가 인간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긍정적 및 부정적 강화요인을 통해 인간행동을 다듬어나간다는 것이 스키너의 일관된 주장이다. 따라서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도 인간의 성격보다는 인간의 행동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스키너는 주장한다.
스키너는 더 나아가 새로운 행동이 탄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싶어했다. 새로운 행동이 탄생하는 과정은 이 책 중 ‘조작적 행동에 대하여’ 에서 스키너 본인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스키너가 인간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현대의 물리학이나 생물학 책을 집어 든다면 그중 한 페이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들은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인간의 문제 대부분을 이해하는 데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 차이가 날까? 그리스인들이 인간 존재를 정확히 이해해서?”
인간행동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스키너의 주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키너가 행동의 기술을 주창하게 만든 인류의 문제들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된 느낌마저 든다. 최근에 식량위기와 석유위기 같은 것도 그런 예이지 않은가. 스키너의 글을 인용한다. “오늘날 세계의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가 글로벌하다. 인구과잉, 자원고갈, 환경오염, 핵 홀로코스트의 가능성 등. 이 모든 것들은 현재의 행동양식 때문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결과들이다. 그러나 예상 결과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런 예상 결과들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스키너는 자유와 존엄을 옹호하는 전통적 관점이 인간행동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았고 지금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인류가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인간행동이 인류문화의 생존을 돕는 쪽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가 이 책의 골자를 이룬다.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미국 심리학계를 휩쓴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본 입장은 생각하고, 분석하고, 비교하고, 기억하는 정신활동은 직접적으로 관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환경의 자극에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런 그들에게 인간의 행동은 인간으로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받은 유전적 자질과 그 개인이 외부 환경과 조우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간이 원래부터 목적적이고 자율적이라는 전통적 인간관은 허튼소리에 불과했다.